2008년 12월 15일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이쁘다고 했던 말이 있다. 인지상정이니 이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니 자기 새끼를 과장해서 보는 것을 탓할수는 없다. 그러나 이 속담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대부분의 속담은 교훈적이지 기술적이지 않다. 속담이나 격언은 어떤 현상을 기술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동의 지침을 날카롭고 재치있게 인지상정에 호소해서 드러내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속담은 모두 자기 새끼는 이쁘게 본다는 현상을 기술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의 행동을 지시하는 것이다. 그것은 대략 다음과 같이 유추해낼 수 있다.
1) 자기 새끼를 판단할때는 자기 눈에 보이는 것에서 깎아서 보라. 즉 자기 자식이 이쁘거나 잘나보이더라도 그것을 믿지 말라.
2) 남이 자기 새끼 자랑을 할때는 역시 깎아서 들어라.
한국의 부모들은 바로 이 단순한 진리에서 이미 어긋나고 있다. 많은 부모들은 고슴도치 부모의 눈으로 과장되게 평가하고 있는 자기 자식의 현재로도 만족하지 않고, 단순히 희망사항에 불과한 기대치까지 포함하여 자기 자식을 평가하고 있다. 즉 지금 70점 쯤 받는 자녀가 있다면,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한 탓"이라 하며 80점쯤으로 판단하며, 여기에 더하여 사교육 같은 거 빠방히 시키고, 이 놈이 죽기살기로 공부한다면이라는 상상 속에 다시 좀 더 보태어 90점 쯤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70점짜리 학부모가 자기 자녀에게 그 정도 수준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현실은 희망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에게 상위 5% 이내에 들 경우 누릴수 있는 각종 장미빛 미래를 제시한다. 그러나 나머지 95%로서 살아가는 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아니, 자기 자녀가 상위 5%에 들수 있다는 망상과 꿈을 웬만해서는 버리지 않는다. 물론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지만.
그래서 다음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난다.
인천의 모 고등학교에서 일부 학부모를 중심으로 학급을 상중하 반으로 편성하자는 안건이 제출되었다. 물론 처음 제안자는 그 학교에서 나름 공부 잘한다는 학생들의 부모였다. 학교에서는 여기에 반대하는 전교조 교사와 찬성하는 재단측 교사가 치열하게 갈등했었고, 마침내 학부모들의 의견을 물었는데, 놀랍게도 압도적인 표차이로 찬성이었다. 이건 참 신기한 일이다. 상위 1/3을 위한 학교 운영을 하겠다는 방침이 나오면 찬성은 1/3이라야 마땅한데, 거꾸로 2/3가 찬성한 것이다. 반대한 학부모는 이제는 어쩔수 없이 포기한 하위권 학생들의 부모들이었다.
마찬가지로 특목고, 국제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국제중, 특목중까지 늘리겠다는, 그리하여 상위 10%를 위해 보통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예산의 수십배를 쓰는 그런 학교들을 만들겠다는 정책에 오히려 찬성이 더 많다. 마땅히 찬성 10%, 반대 90%라야 하는데 도리어 찬성이 70%에 육박한다. 이것 역시 아예 하위권 학생들의 부모만 반대하고, 중간층의 학생들 부모가 찬성한 탓이다. 이렇게 되어 70점짜리 엄마들은 95점짜리 엄마들을 위해 열심히 표를 보태주고 있다. 그러면 자신들도, 자기 자식들도 그 과실을 따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한국의 부모들이여! 제발 허상을 깨자. 그리고 자기 자식을 좀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자. 자기 자식이 공부를 못하면 다른 분야를 찾아주자. 그리고 자기 자식이 공부를 못하면, 공부 잘하는 학생만 사람대접하려는 교육정책에 반대표좀 던지자. 곧 죽어도 내 자식은 공부잘하게 될거라 믿으며 우등생 학부모 표밭에 들러리나 서지 말고. 진짜 자식사랑이 뭔가? 자기가 기대하고 있는 자식이 아니라 실제 자기 자식이 잘 살아가도록 세상에 길을 내어주는 것이다.이글루스 가든 - 자유로운 아이들, 아름다운 교육을...
# by 부정변증법 | 2008/12/15 20:04 | 교육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