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04일
지금부터 수록되는 길은 장차 단행본으로 준비하려는 대중용 철학사 책을 쓰기 위한 초고들입니다.^^
흔히 철학이라는 말을 여러 상황에서 쓴다. 너의 철학을 밝혀라, 개똥철학 하고 있네, 위대한 철학자. 대체 철학 그러면 흔히 이 셋을 떠올린다. 그런데 이 세가지 용법에는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점도 있다.
우선 차이부터 말하자. 첫번째 용례에서는 어떤 행위나 말의 가장 근본적인 기준을 밝히라는 뜻이다. 철학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말이나 행동을 선택할때 아무런 기준이 없다는 뜻이니, 완전 중구난방이란 뜻이 될 것이다. 개똥철학이라고 말할때는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라는 뜻이 된다. 그리고 위대한 철학자라고 말할때는 뭔가 어렵고 거창한, 그러나 우리가 보지 못하는 뭔가를 볼수 있는 사람이란 뜻이 된다.
이 말들의 공통점은 결국 우리가 감각기관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직접적인 현실과는 좀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첫번째 용례를 보면 어떤 사람의 행위나 말에서 그 사람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직접 드러나있지 않다. 한 사람이 자신을 현실세계에 드러내는 모습과, 진짜 기준이 되는 속마음은 다른 것이다. 따라서 겉모습,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으로는 그사람의 진의를 파악할 수 었다. 두번째 용례는 너무도 당연히 현실에서 바로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 현실의 감각만으로 생각하면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뜻이 된다. 세번째 용례도, 우리가 철학자라 하면, 특히 위대한 철학자라 하면 우리가 일상적인 감각으로 보는 세계 뒤에 숨어있는 어떤 본질을 꿰뚫어 볼것이라 기대하면서 나오는 용례다.
결국 이 셋은 같은 뜻이다. 겉으로 드러나고 직접 확인되는 것(철학자들은 이것을 현상이라고 부른다). 결국 철학이라 하면, 잡다한 여러 현상들 배후에 감춰진 참된 본질이 무엇인지 탐구하거나, 아니면 그 현상들을 지배하는 어떤 근본원리를 탐구하는 것이다. 심지어 현상 배후에 아무것도 없으며, 오직 감각적 현상만이 모든것이라는 주장을 할지라도, 그 역시 일단 눈에 보이는 현상이 모든것일까 아닐까 하는 물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대답이다. 즉 철학은 본질이나 근본원리에 대한 물음들이며, 그 물음에 답하려고 하는 모든 활동들이다.
그런데 왜 나는 , 철학의 개념들이 아니라 철학의 역사를 쓰려고 할까? 대 철학자 헤겔이 말했듯이 "철학과 철학사는 동의어"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뜻일까? 가장 다루기 쉬운 첫번째 용례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때 그 말과 행동의 근거가 되는 기준이 무엇인지(사실 남은 커녕 자신의 마음의 근거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알고자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순간의 말과 행동만 고찰해서는 불가능하다. 이때 우리는 "내가 대체 왜 그랬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러면 "어쩌어쩌 하였기 때문에 이리저리 행동했구나."하는 답을 얻는다. 하지만 그 다음의 질문은 "그렇다면 나는 어찌어찌한 경우에 이러저리 행동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라는 것이 되며, 결국 그 질문은 과거의 행동들을 되돌아보지 않으면 답할수 없게 된다. 이 과정을 철학에서는 반성이라고 한다. 결국 현재 나의 행동이나 말의 기준, 원칙을 알고자 하면 나는 그 기준과 원칙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 과거로부터 거슬러가며 반성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니 만약 "철학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무엇이 생각되고 행해졌는가를 반성적으로 사유해야만 한다. 결국 철학과 철학사는 같은 뜻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에 대해, 또 자신의 삶에 대해 우리가 의지할수 있는 원리나 원칙은 없는지 끊임없이 되묻고 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이미 수천년전부터 그런 질문을 던져왔던 역사 속에서 반성적으로 추적할수밖에 없는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현재 던지고 있는 그 물음이 어떤 과정속에서 만들어져 온 것인지 추적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야 그 물음에 대한 답이나오며, 결국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며 이 세계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우리는 어떤 원리와 원칙을 우리 삶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지 진지하게 물어볼 수 있는 것이다.
음, 써놓고 나니 전혀 대중적이지 않다. 일단 내 아이디어들을 정리하는 것이니, 대중화 하는 작업은 추후 하도록 하겠다. 원래 머리말은 어려운 법이니.이글루스 가든 - 자유로운 아이들, 아름다운 교육을...
# by 부정변증법 | 2008/09/04 11:44 | 철학, 사회학 탐구 | 트랙백 | 덧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