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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화론, 노론, 그리고 뉴라이트(네오콘)

소중화론은 조선 후기를 가장 강하게 지배한 이데올로기였다. 중화론, 존화사상으로 무장한 사대주의자들에게 명나라가 한낱 오랑캐인 청에게 멸망당한 것은 거의 심리적 공황이었기에 그렇게라도 위로할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효종 이후 조선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북벌론을 폐기하고 심리적 자위행위인 소중화론에 몰두하였다. 특히 이는 서인들의 공식 이데올로기가 되었으며, 이후 노론에 의해 계속 계승되었다.


사료를 따져서 원문을 제시하고 하는 것은 내 전공이 아니니 생략하고, 요점만 말하자면 중화론은

1) 명의 멸망으로 중화는 이미 소멸되었다. 2) 작금의 청나라 황제는 정통 황제가 아니며, 청은 중국이 아니다. 3)청을 쳐서 무너뜨려 중화를 회복할수 있으면 북벌을 해야 한다. 4)그럴 힘이 없다면 중화의 귀중한 문화유산과 예법 등을 잘 간직해서 성현의 도가 끊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5)조선은 이제 이런 성현의 도가 남아있는 유일한 나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이때부터 조선은 "정통 유교"의 보존을 자신의 존립근거로 하는 일대 이데올로기적 실험장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유교 이데올로기에나마 충실해서 정신의 왕국을 세우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데올로기를 내세워서 서로 정치투쟁을 벌리고 기득권을 수호하려고 했을 뿐. 결국 저 알량한 소중화론은 노론 세도가문의 거대한 사익추구를 은폐하는 장치로만 기능했고, 자신의 반대파를 "인간이 아닌 놈"으로 몰아내는 용도로 사용되었을 뿐이다. 또한 이전 수천년간 이어져 왔던 중국으로부터의 선진문물 수입을 "청은 중국이 아니다"라는 선언과 함께 단절하는 결과만 가져왔으니, 바로 이 시기에 조선은 눈부신 속도로 퇴행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 일본은 적극적으로 청과 교류하여 눈부시게 발전하여 마침내 18세기에는 조선의 통신사를 더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일본과 조선의 격차는 메이지유신때 벼락치기로 벌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18세기부터 벌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소중화론"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엉뚱하게 이 소중화론이 수백년이 지난 지금 다시 준동하려 하고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중국이 아니라 미국, 그리고 유교가 아니라 기독교라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의 네오콘을 추종하던 소위 뉴라이트들이다. 미국 네오콘은 1)일체의 사회주의 비스무레한 것들, 2)일체의 비기독교적인 것들 을 "악"으로 규정하고 이를 토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십자군들이다. 이들은 부시2세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것을 일종의 전쟁의 시작으로 보았다. 그리고 각종 반민주적인 법들을 통과시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각종 이유 없는 전쟁을 일으켜 온 세계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확신범이기에, 설사 수백만명을 죽이고, 설사 수백만명을 구금할지라도 "주의 뜻이 이 땅에 펼치는데 기여한다면 이 한몸 어떤 비난과 박해를 받아도 기어코 해나갈"각오가 되어 있었다. 즉 그들은 단지 보수파가 아니라 진보진영을 모조리 악의 축으로 몰아 말살시키고 우파의 영구집권을 획책한 전쟁세력이었던 것이다.

한 국의 뉴라이트는 이들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집단이다. 이들은 경제적 이득이 아무리 훼손되더라도 북한만은 요절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자들이 아니다. 이들은 좌경적 색채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정부가 언제든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자도 시장주의자도 아니다. 이들은 좌경적 색채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법과 원칙을 무시해서라도 요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보수주의자도 법치주의자도 아니다. 이들은 자기들 나름 십자군인 것이다.


그런데 큰일이 났다. 저 상국인 미국이 오랑캐 오바마에게 함락되었다. 처음에는 아무리 오랑캐라지만 그 본성은 상국이야라고 애써 위로하려 했지만, 저 오바마의 언동은 날이 갈수록 "좌빨"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오바마는 좌파가 아니라고 우겼던 조선일보가 이제는 "페일린 아직 죽지 않았다. 식지 않는 인기" 운운하며 나발을 불고 있다. 이들은 마치 반청복명운동이 언젠가 승리하리라 믿고 있던 조선후기의 북벌론자를 닮았다. 그러나 좀 더 격한 무리들은 이미 "소중화론"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즉 "좌빨이 통치하는 한 미국도 적이다. 이제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는 우리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무리들 말이다.


자신들이 포위되어있고 소수로 고립되어있다고 느끼는 짐승은 매우 공격적으로 변한다. 조심성 많은 쥐도 코너에 몰리면 사람에게 와락 덤벼드는 것이다. 지금 공정택이 국제중학교, 기타 사교육 업체 결탁으로 뭔가 해먹으려고 하면서 최대 걸림돌인 전교조에게 가하는 무모한 공격을 보면 딱 그렇다. 지금 이땅의 네오콘들은 자기들의 권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다. 오바마 취임식 이후 얼마나 자신들이 고립될지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개독교 정신으로 무장한 그들은 소수파가 되는 것을 즐기는 마조히스트들이다. "주여! 시련을 주셔서 고맙나이다."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지들끼리는 십자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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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8/12/12 08:08 | 사회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2) | 덧글(59)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

극우단체들이 전교조 교사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그냥 명단만 공개한 것이 아니라 반국가교육, 친북 어쩌구 하며 온갖 욕지기를 한 다음에 공공장소에 사사로이 명단을 공개한 것이니 얄짤없이 명예훼손에 해당된다. 형사는 그만 두고, 명단에 이름 올라간 4000여명의 교사들이 한 사람당 100만원씩만 위자료 청구해도 40억짜리 소송이다. 아주 파산을 시켜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뭉글 올라간다.

그러는 한편 소위 뉴라이트라는 집단, 소위 보수라는 집단의 실력과 수준이 이렇게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측은하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대거리해서 싸울 의욕조차 잃어버리게 만드는 집단이다. 차라리 옛날에 전두환 5공 세력과 싸울 때가 더 재미(?) 있었다. 적어도 그들은 엉터리는 아니었고, 나름의 실력(?)이 있었으니.

이 명단 공개가 닭짓인 이유를 들자면 이렇다.

1. 전교조 교사가 명단을 공개한다고 해서 전혀 동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교조가 무슨 강남 다복회 같은 것도 아니고, 그걸 알리건 말건 하등 부끄러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의 신상 정보를 악의적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화가 날 뿐이며, 그래서 법적 대응을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2. 공개된 전교조 교사들의 실체가 하등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워낙 거대 조직이다 보니, 몇몇 이상한 사람이 있을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나마 교사들 중에 좀 나은 축이 주로 가입되어 있음을, 그리고 전교조 조합원수가 적을수록 각종 비리재단임을 아주 쉽게 증명할수 있다. 이건 도리어 전교조를 도와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3. 힘을 잃고 무너져가던 전교조를 살려주고 있다. 게오르크 짐멜은 집단간의 갈등이 발생하면 집단 내의 갈등이 해소된다고 했다. 뉴라이트 따위가 사회학 개론인들 공부한 적이 없을테니 짐멜을 당연히 모를 것이겠지만... 안 그래도 정파간의 갈등이 심각해서 한때 조직 분리 이야기까지 나왔던 전교조가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뭉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탈퇴를 고민하던 조합원들도 고민을 집어치울 것이고, 도리어 신규 가입자가 늘어날 가능성까지 있다.

4. 명단 자체가 엉터리라는 것이다. 이 명단의 입수처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최소 2년 전의 것임에 분명하다. 그 중에는 이미 퇴직한 사람, 조합을 탈퇴한 사람의 이름까지 버젓이 들어 있고, 열성 조합원인데도 이름이 빠진 사람도 있고, 소속 학교도 틀리고, 한 마디로 엉망 진창이다.
만약 전교조를 탈퇴한지 오래된 사람이 "왜 나를 이 명단에 올렸냐?"며 명예훼손 소송을 걸면 얄짤없이 걸리는 형국이다. 이런 엉터리 명단을 공개하면서 뉴라이트는 자신들의 엉성함을 함께 공개하였다.
더욱이 공개 1시간도 되기전에 트래픽 초과로 셧다운 되는 홈페이지를 보면서 뉴라이트가 이렇게 허술한 무리들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기도 안막혔다. 하긴 뉴라이트 연령층으로 보아, 트래픽 초과가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할까?

어쨌든 참 씁쓸한 일이다. 그래도 위자료는 청구해야겠다. 

이글루스 가든 - 자유로운 아이들, 아름다운 교육을...

by 부정변증법 | 2008/12/05 15:30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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