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나치

징징거리지 말고 일어서자

하늘이 무너지고 기가 막힐 노릇이었을 것이다.

독일 제국이 무너지고 사민당이 권력을 잡고, 유럽 역사상 가장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정부를 세웠던 1920년대,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은 지식인들에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그럴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바이마르 공화국이 다름 아닌 독일민중들의 손에 민주적인 선거에 의해 무너질때, 저 독일 민중들이 49%라는 엄청난 몰표로 나찌당을 여당으로 만들어줄때, 하늘이 무너졌을 것이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사민당, 공산당이 불법정당이 되고, 수 많은 지식인들과 사민당 정치인들이 투옥, 고문, 살해될때, 불고 몇년 전만해도 유럽의 가장 모범적인 민주정부를 가지고 있었던 독일이, 이렇게 순식간에 야만의 시대로 넘어가 버릴때, 그것도 완력과 폭력이 아니라 다름아닌 민중들의 지지를 통해 이렇게 되어버릴때, 어찌 하늘이 무너지지 않았겠는가? 앞이 깜깜해지고, 차라리 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겠는가?

바이마르 공화국은 무너지고, 또 다른 희망이었던 사회주의 소련은 노동자의 천국은 커녕 잔혹한 전체주의임이 드러나고, 한때 그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하이데거 같은 대철학자마저 나치에 협력하는 세상,  어디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듯한 상황. 거기에 더해 자신들의 목숨마저 위태로와 그동안 조국에서 이룩한 모든 명성과 기반을 뒤로하고 낯선 나라로 망명을 떠나야 하는 기막힌 상황.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끝까지 싸우고, 이 고통과 시련의 의미와 원인을 탐구했고, 그 속에서 희망은 없는지 진지하게 되물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혈혈단신 미국에 떨어진 아도르노나 아렌트, 그리고 독일군에게 포위되어 결국 자살로 인생을 마감한 벤야민, 노벨상 수상자인 세계적인 문호에서 일거에 제거되어야 할 빨갱이로 전락한 토마스 만...



 

전쟁이 끝나면 다 될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재빨리 친미파로 변신한 옛 나찌 잔당들이 도리어 큰소리 치면서 반공투사로서 서독의 권력을 장악할때, 그 좌절은 또 어떠했을까? 마침내 1969년 총선을 승리로 이끈 뒤 빌리 브란트는 울먹이며 말했다. "마침내 우리는 나치를 물리쳤습니다. 이제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1933년부터 1969년 무려 36년을 싸워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우슈비츠에서, 폴란드에서 무릎꿇고 사죄함으로써 드디어 독일은 정말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그들에 비하면, 바이마르 공화국에 비하면 우리의 87년 체제는 훨씬 덜 민주적이고, 덜 진보적이었고, 히틀러와 나치에 비하면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훨씬 덜 두려운 존재다. 그들에 비하면 우리는 덜 가졌었고, 또 덜 잃었다. 우리는 아직 할만하고, 희망의 여지가 많고, 힘도 있다. 이젠 징징거리지 말고, 할 일을 찾아야하겠다. 나의 만성전을 다시 살펴보며, 독일군에 포위된 벤야민의 절망을 되새기며.... 빌리브란트의 눈물을 꿈꾸며. 그 참혹한 경험을 바탕으로 "계몽의 변증법", "전체주의의 기원"이라는 인류의 고전을 쓴 아도르노, 아렌트를 생각하며.... 아, 여기 사진에는 없지만, 안전한 망명지에서 다시 독일로 숨어 들어와 봉기를 일으켰으나 장렬히 산화한 빌헬름 로이슈너와 이름 모를 수많은 사민당 당원들도 생각하며....

게다가 그들이 가지지 못했던, 블로그라는 무기도 있지 않은가? 1930년대 독일에서 전단지 몇장 돌리다가 총살당한 사민당, 공산당 형제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난 하루에도 수백명, 많으면 수천명에게 내 글을 돌리고 있다. 얼마나 힘찬 상황인가? 이걸 막아? 그럼 난 외국에서 영문판 블로그로라도 계속해서 싸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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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8/09/28 21:29 | 사회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6) | 덧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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