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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만든 지식E채널

요즘 수업시간에 교실에 있는 여섯대의 컴퓨터를
이용해서 지식e채널 같은 것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다 제대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나름 재미있어 했습니다.

그 중 여학생들이 중심이 되서 만든 것 하나 올려봅니다. 누가 여학생이 컴과 친하지 않다고 했던가요?
이글루스 가든 - 자유로운 아이들, 아름다운 교육을...

by 부정변증법 | 2009/11/06 16:21 | 교단 일기 | 트랙백 | 덧글(6)

논술교육의 기초

다음의 글은 제가 교내연수에 썼던 자료입니다. 이 글의 내용은 대부분 앤서니 웨스턴의 '논증의 기술'을 요약한 것입니다.


논술(논증적인 글쓰기) 교육의 기초



1. 들어가며

 

1.1. 논술고사란?

 

순서가 뒤바뀐 것 같지만, 논술고사가 도입된 덕분에 논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그런데, 논술고사가 무엇인지, 논술은 무엇인지, 그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교사들이 참고할 자원이 드물어서 혼란, 불안, 그리고 사교육의 근원이 되고 있다.

일단 논술고사는 영어의 Essay Test를 직역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Essay가 신변잡기류의 산문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실제 에세이는 대체로 논증적(argumentative)인 산문을 뜻한다. 즉, 연구논문(treatise, paper, thesis, dissertation)만큼 엄격한 형식은 지키지 않지만, 논증적 특성은 공유하는 그런 글이다. 따라서 논술 고사는 바로 이 논증의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지, 내용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1.2. 논증이란?

 

그렇다면 이제 논증의 의미를 분명히 해야 한다. 논증이란 한 마디로 일련의 근거나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어떤 결론을 뒷받침하려는 시도다. 따라서 단지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기만 하는 진술, 그리고 자신의 결론을 뒷받침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주장을 뒤집으려 하는 논쟁과는 다른 개념이다.

따라서 논술 고사에서 측정하고자 하는 대상은 논증되어야 할 결론과 그것을 논증해주는 전제들을 논증의 규칙에 맞게 체계적으로 서술하는 능력이다. 대부분의 대학 논술고사는 이런 논증의 능력이 아닌 다른 능력에 의해 결과가 좌우되지 않도록 정교하게 문제를 제작하고 있어, 단기간의 글쓰기 재주, 각종 철학, 사회학 다이제스트 암기하기 등의 학원식 교육의 효과는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학교에서 논술문항을 출제할 경우에도 이런 원칙을 준용하여야 할 것이다.

 

1.3. 논술고사의 기본구조

 

대부분의 논술고사는 1) 문제 상황, 2) 전제들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 3) 문항 이렇게 구성된다. 대부분의 문항은 주어진 문제 상황 속에서 어떤 견해를 형성한 뒤, 그 견해를 제공된 자료들을 이용하여 정당화 하라는 형식이다. 좋은 논술문항은 활용할 모든 자료와 자원을 이미 문제속에 제공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 논증력을 측정하게 되며, 논증력이 아닌 긴 문장 암기력을 측정하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중학교 사회과의 예를 들면 이렇다. 다음의 문항은 잘못된 논술문제다.

 

잘못된 예) 교육문제는 왜 사회문제인지 40자 이내로 설명하시오.(이렇게 되면 사실상 교과서의 문장이나 문단을 암기해서 쓰라는 것 이상이 되지 못함): 유감스럽게 지난 국가학업성취도 평가가 이 수준.

 

다음 문항은 이를 제대로 된 논술 문항으로 개조한 것이다.

 

잘된 예) 1. 구체적인 피해가 특정 집단에게 지속되고, 그 피해의 원인이 개인이 아니라 사회의 어떤 잘못에서 비롯될 때 이를 사회문제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다음 보기의 상황을 사회문제로 볼 수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하시오.

김말봉씨는 퇴근시간이 되어도 즐겁지 않습니다. 집에 가 봐야 아무도 반겨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입시경쟁이 덜 치열하고, 영어도 배울 수 있는 캐나다로 보냈습니다. 아이들만 보내는 건 나쁘다 그래서 부인도 지금 캐나다에게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김말봉씨 혼자 남아서 아이들과 부인의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서 캐나다로 보내야 합니다. 요즘 같아서 김말봉씨는 자신이 아버지가 아니라 돈 벌어주는 머슴이 아닐까 하는 슬픈 생각에 자주 잠기게 됩니다. 게다가 환율까지 극성이라서 학비 마련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아무래도 일자리를 하나 더 구해야 할 판이니 몸이 가루가 될 지경입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말봉씨 처럼 자식과 아내를 외국으로 보낸 아버지들의 모임입니다. 비슷한 처지의 아버지가 많다는 것은 서로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러나 이게 늘 꿈꾸던 가족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문제의 경우 암기해야 할 사항은 없음. 순전히 논증력만 부각시킬 수 있음)

 

대입논술고사의 경우는 문제에서 주어진 상황이 더 다양하고 복잡한 형식으로 주어지고, 전제로 활용할 이론적 근거를 더 다양하고 해석을 필요로 하는 형태로 준다는 점에서 이와 다르다.

2. 논증은 어떻게 하나?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방법은, 오직 평소에 논증적인 글을 자주 써 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논증적인 글이라 해서 꼭 어느 정도 분량이 되는 논설문을 써보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결론을 근거에 의해 입증하는 글이라면 한 문단이라도 그것은 논술이다. 따라서 논증적인 글을 쓰는 규칙을 잘 지켜서 짧은 글부터 계속 써 보고, 또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논증적인 관점에서 비판해 보는 것이 최고의 논술 교육이다.

 

2.1. 논증의 일반적인 규칙

 

논술은 자기 견해를 상세히 쓰는 것이 아니다. 논술은 논증을 하는 것이며, 논증은 그 견해의 옳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때 그 뒷받침은 일련의 논리학적 규칙을 지켜야 충분히 지지된다. 그 중 모든 논증적인 글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일반적인 규칙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2.1.1. 전제와 결론을 분명하게

논증적인 글은 입증하려고 하는 결론이 무엇이며, 전제가 무엇인지 분명해야 한다. 결론도 전제도 아닌 문장은 모두 낭비라고 생각해야 한다. 단 두세 문장으로만 이루어진 논증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를 많이 시도해보는 것이 좋은 연습이 된다.

 

2.1.2. 전제가 쓰레기면 결론도 쓰레기

근거로 제시한 전제가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면 결론은 지지되지 못한다.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는 내용은 절대 전제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논증의 최소단위는 확신하는 결론과 가장 분명한 전제다. 만약 그 전제가 더 많은 보충을 요구할 때, 그때부터 글이 길어지는 것이다.

 

2.1.3. 구체적이고 간명하게

모호한 단어, 추상적인 단어는 논증에서 금물이다. 모든 단어는 한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논증에 동원되지 않는 단어나 문장은 굳이 제시할 필요가 없다. “Pluralitas non est ponenda sine neccesitate!”(William of Ockam). 또 감정을 실어서 하는 표현은 조금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 등.

 

2.1.4. 용어의 일관성

한 용어는 계속 같은 의미로 사용되어야 한다. 또한 같은 의미는 계속 같은 용어를 통해 제시되어야 한다.

 

2.2. 논증의 방법

 

논증의 방법은 근거를 제시하는 방법이다. 거의 대부분의 논증적인 글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근거를 제시한다.

 

2.2.1. 사례법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이는 실제 사례를 예로 들어서 결론을 논증하는 것이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① 둘 이상의 예를 들것

② 예가 해당되는 대상 집단을 충분히 대표하는 것일 것.

③ 그 사례의 기초적인 배경정보를 함께 제공할 것

④ 예를 들기 전에 반례를 고려할 것

 

2.2.2. 유비법

유비는 딱 들어맞는 사례가 없을 때 이와 비슷한 사례를 들어 유추하는 논증 방법이다. 이는 가장 확실한 하나의 사례를 하나 들고, 논증하려는 사례가 이와 유사함을 입증하는것이다. 따라서 유비법은 최소한 두개의 전제를 가진다. 하나는 가장 확실한 사례이며, 다른 하나는 그 사례가 결론에 해당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임을 입증하는 사례다.

 

2.2.3. 권위에의 논증

해당 분야의 권위자의 저서나, 언급을 통해 입증하는 논증 방법이다. 많은 경우 전문 연구논문에서도 사용된다. 그러나 남용할 경우, 특히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로 인용할 경우 오히려 논증력을 떨어뜨린다. 또 권위의 논증을 할 경우에는 해당 권위자가 그런 언급을 했는지 확실해야 하며, 그 출처도 분명해야 한다. 따라서 정확한 서지사항을 알지 못하면 포기해야 한다.

 

2.2.4. 연역법

강력한 전제를 제시하고, 결론이 이 전제에 포함됨을 입증함으로써 증명하는 방식이다. 그럴듯함 이상의 100%확실함을 보증하는 논증이지만, 그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다.

 

① 전건긍정: 만약 p라면 q다. p다. 따라서 q다.

② 후건부정: 만약 p라면 q다. p가 아니다. 따라서 q가 아니다.

③ 가설 삼단논법: 만약 p라면 q다. q라면 r이다. 따라서 p라면 r이다.

④ 선언 삼단논법: p이거나 q다. p가 아니다. 따라서 q다.

⑤ 딜레마: p거나 q다. 만일 p라면 r이다. 만일 q라면 s다. 따라서 r이거나 s다.

⑥ 귀류법: 명제1 p다. 명제2 p가 아니면 q다. q는 거짓이다. 따라서 p는 참이다.

 

실제 논증적인 글들은 이 기본 연역을 골자로, 다시 그 내부에 무수한 내부 연역들의 연쇄 고리로 이루어져 있다.

 

3. 논증적인 글의 실제

 

이제 논증에 대해 익숙해지면 논증을 목적으로 하는 글, 즉 논술을 하게 된다. 논증적인 글은 처음부터 쓰기보다는 먼저 체계적인 구상의 과정을 거치고, 개요를 작성한 뒤, 이 개요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하는 것이 좋다.

 

3.1. 글을 구상하기 전에

 

일단 글을 쓰고 나면 다시 쓰기 어렵다. 따라서 처음 구상하기 전에 먼저 다음과 같이 사전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1. 먼저 물음부터 따져보라

2. 전제들을 스스로 비판하고 옹호해 보라.

3. 문제점이 나타나면 다시 생각하고 수정하라.

 

3.2. 논증적인 글의 구상

 

앞의 세 가지 테스트를 통과했으면 이제 그 주제는 논증적인 글을 쓸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명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글을 구상하는데,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여 구상하는 것이 좋다.

 

1. 먼저 문제의 진술부터 시작한다.

2. 분명한 주장과 제안을 진술한다.

3. 논증은 충분하게 전개해야 한다.

4. 반론이나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

 

3.3. 논쟁적인 글의 작문법

 

이제 글을 쓸 차례다. 논증적인 글을 잘 쓰는 몇 가지 요령들을 숙달하도록 하자.

 

1. 먼저 개요부터 작성한다.

2. 도입부는 간단하게 쓴다. (문제만 제시한다)

3. 한 번에 하나의 논증만 실시한다. 스텝 바이 스텝.

4. 간결한 문장과 문단을 구사한다. 한 문장에 한 메시지, 한 문단에 한 토픽만 다루도록 한다. 어떤 메시지도 담고 있지 않은 문장, 그리고 그 메시지가 논증의 한 마디로 기능하지 않는 문장은 쓰지 말아야 한다. 단어 역시 수식어나 장식적인 단어나 구는 쓰지 말아야 한다.

5. 반론에 대한 옹호도 시도해 본다. 물론 그 목적은 반론에 대한 옹호가 성공적이지 않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6. 어떤 경우에도 과잉해석은 금물이기 때문에, 처음 던진 문제에 대한 답만 제시하도록 한다.

 

3.4. 오류 점검

 

글쓰기를 마쳤으면 점검에 들어간다. 특히 논증적인 글에서 점검은 논리적 오류를 범했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1.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

2. 대안 간과의 오류

3. 인신공격의 오류: 인용된 권위자의 자격이 아니라 인격을 공격하는 오류.

4. 무지에 호소하는 오류: 한 번도 거짓으로 드러난 적이 없으니 참이다.

5. 감정에 호소하는 오류(동정심, 군중심리 등에 호소)

6. 후건긍정의 오류: p이면 q다. q다. 그러므로 p다.

7. 논점 회피(순환논증)의 오류: 결론을 암암리에 전제로 사용하는 오류.

8. 복잡한 질문의 오류: 찬성이나 반대의 입장을 밝히기가 모호한 질문을 던지는 오류.

9. 전건 부정의 오류: p라면 q다. p가 아니다.q가 아니다.

10. 따라 나오지 않는 결론의 오류: “따라서”가 납득하기 어려운 연결을 하는 경우.

11. 어떤 사람이 오류: 카더라.

12. 설득적 정의의 오류: 정의를 공정하게 하지 않고, 정의하는 과정 속에서 이미 설득하려고 시도하는 경우. 즉 용어의 정의 자체를 공정하지 않게 하는 경우.

13. 우물에 독을 타는 오류: “내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14. 오비이락의 오류: 인과적이 아닌 단지 시간적 동시성이나 인접성을 확대해석하는 경우.

15. 훈제된 청어의 오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는 오류. “아니, 그런데 말투가 그게 뭐야?”

16. 허수아비의 오류: 상대방의 주장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뒤, 왜곡된 주장을 비판.

17. 족제비 말의 오류: 단어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바꾸어 사용하는 오류.

 

 

 

4. 논술교육을 위하여

 

지금까지 논증의 기초, 논증적인 글을 쓰는 기초를 간단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알고, 이런 방법들에 익숙해진다고 논술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논증적인 글은 평소에 논증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익숙해지고, 논증적으로 말하는 것이 익숙해질 때 잘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림 같은 아이”보다는 “요모조모 따지는 아이”가 논술을 더 잘 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리고 “그림 같은 아이”가 강세를 보이는 “정답”을 찾는 시험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평소 학생과의 대화, 그리고 수업에서 논증적 담화의 비중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교사들끼리도 평소에 논증적인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자꾸 머리아프다면서 회피하는 것이 그 동안의 한국적(?)인 풍토였지만, 이래서는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 터프한 협상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들이 공격적인 서양인과의 논쟁에서 예의바르게 봉되는 일을 한 두 번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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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8/10/15 14:33 | 교단 일기 | 트랙백 | 덧글(0)

교실과 수업

방학중에 학교에 공사를 한 모양이다. 개학하고 봤더니 콘크리트 바닥이었던 교실이 나무 바닥으로 바뀌어 있었다. 반가웠다. 앞으로 바닥에 앉아서 수업할 수 있고, 아이들의 활발한 신체활동도 가능할테니.... 아이들에게 앞으로 교실바닥을 굴러다니면서 수업하자고 앴다.

그런데 한가지 놀라운 것은 바닥이 바뀌자 아이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방과후 청소할 거리가 별로 없을 정도로 교실이 잘 유지되는 것이었다. 문득 고사성어의 買死馬骨(죽은 말의 뼈를 사다)가 생각났다. 죽은 말의 뼈를 천금을 주고 샀다는 소문이 나자 비로소 천리마를 팔겠다는 사람이 몰려왔다는 것이다. 즉, 무엇인가 남들에게 득을 보고자 한다면 먼저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극진히 대접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100점짜리 학생을  만들고 싶으면 50점짜리 학생부터 잘 대접해 주어야 한다. 100점짜리 학생으로 대접받은 학생은 적어도 80점짜리는 될테니...

그러고 보면 교육개혁이니 교육실천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어디 교실 바닥 뿐일까? 교사가 하는 말 한마디 표정 하나까지도 의외로 엄청난 힘이되고 변화의 동력이 되는 것이겠지. 아무리 유치한 말이라도, 학생들의 말을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할때 교실에서부터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또 그 변화를 이끌어낼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겠지. 교실 바닥 공사야 교육 당국이 할 일이지만, 귀와 마음을 열어두고 한 마디라도 이해하고 들어보려는 자세는 교사들이 해야 하는 것이겠지.

문득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학생들의 말을, 생각을 정말로 이해하려고 했나, 아니면 이해하려는 듯 보이려고 했나? 하버마스의 말을 빌리면 나는 소통적으로 행위했나, 아니면 전략적으로 행위했나? 나는 발화수반적으로 행위했나, 아니면 발화효과적으로 행위했나?

나의 교실에서의 하루 행위목록을 한번 정리해 보아야겠다. 물론 모든 행위를 발화수반적으로 할수는 없겠지만, 그 비중을 차츰 높여 나가야 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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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8/08/27 10:28 | 교단 일기 | 트랙백 | 덧글(2)

핀란드 교육의 성공, PISA,그리고 한국의 공교육

핀란드 교육의 성공
후쿠타 세이지 지음, 나성은.공영태 옮김 / 북스힐
나의 점수 : ★★★★

PISA(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는 단지 신자유주의 교육의 세계화라는 식의 편한 말로 주워넘길만큼 만만한 것이 아니다. 이것을 그런 식으로 폄하하는 사람들이나, 혹은 PISA에서 한국 학생들이 높은 성취도를 보이는 이유가 공교육이 아니라 사교육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나 필경 PISA문제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하는 소리일 가능성이 크다.

그 증거가 바로 항상 한국 바로 앞 순위, 즉 1등을 차지하는 핀란드다. 핀란드의 교육은 어느모로 보나 입시교육과는 거리가 멀고, 교육법에 아예 '사회적 구성주의'를 못박아 놓고 있어서 정해진 답을 암기하는 그런 교육과 정 반대에 서 있기 때문이다. 즉 PISA는 기존의 입시교육과 반대되는 교육에 유리한 시험이다. 애초에 정답이 없이, 답을 구하는 과정으로 점수를 매기는 문항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가 이를 반영한다. 그래서 일본 학생들은 지식 측정 문항은 거의 완벽하게 맞추지만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문항은 포기해버려서 상위권이긴 하지만 일본인인 저자가 매우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항상 일본보다 우수한 결과를 보여주는 한국의 학생들이 일본식 입시교육을 학원에서 더 받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성립되기 어렵다. 학원 교재와 수업을 한번이라도 참관한 사람은 그 수업과 교재가 문제해결력, 창의성과는 전혀 반대되는 구태의연한 일본식 단순 반응, 암기식 교육임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한국 공교육에는 일본에는 없는 핀란드적인 요소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PISA의 측정 대상이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또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2000년의 한국 고1들이 2003년에 비약적으로 도약하여 핀란드와 어깨를 겨루었다가 2003년에 다소 주춤해진 현상도 의미심장하다. 2003년 고1인 학생들은 이른바 열린교육의 발흥기인1998년~2000년에 초등학교를 다녔던 학생들이다. 그리고 2000~2002년 사이에 각종 다양한 수행평가가 실험되던 중학교를 다녔다.  반면 2006년에 고1이 된 학생들은 2004~2005년, 즉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도입되고, 공정택 교육감의 입시교육식 강화정책, 사교육 조장 교육이 시행되는 시기에 중학교를 다녔다. 따라서 2003년 한국의 우수한 성취는 사교육이 아니라 진취적인 공교육 교사들의 공로이며 오히려 2006년에 주춤해진 것이야 말로 이들 진취적인 교사들을 억압한 교육관료,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그리고 이 시기에 거의 망국병으로 성장한 입시 사교육 때문인 것이다.

우리 교육이 일제시대에 이식된 것이라고 하지만, 우리 교육에는 어딘지 모르게 핀란드적 요소가 있다. 그건 전교조 운동의 초창기 동력이었던 각종 참교육 실천활동의 결과물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 귀중한 요소를 교욱당국과 전교조 모두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핀란드 교육이 부러워 못살겠던 일본 교육학자가 쓴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교육 안의 일본적 요소와 핀란드적 요소를 식별할 이념형을 수립할 수 있을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교육적 자산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시라도 빨리 버려야 할 낡은 폐습이 무엇인지 분명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by 부정변증법 | 2008/06/28 00:25 | 교단 일기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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