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교사시국선언

아, 추억의 전교조

1989년 어느 가을 날이었습니다. 그 때 캠퍼스 안이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난데 없이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 젊지만 적어도 대학생은 아닌듯한 분들, 그런데 행색이 노동자 같지는 않은 분들이 한 분, 두 분, 나중에는 수백, 수천분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울리더니 총학생회장의 상기된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이제 이곳 광장에서 전교조 서울지부 결성식을 거행할 것입니다." 그러자 그 분들이 일제히 광장으로 모이고, 그 방송을 들은 학생들은 일제히 환성과 박수를 치면서 그 곳에 함께 했습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교조는 불법이었고, 전교조의 모든 집회는 원천 봉쇄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습적으로 집회를 내어주자 열 받은 경찰들이 학교를 완전히 봉쇄했습니다. 어느덧 밤이 되고 선생님들은 다음날 수업을 위해 귀가해야 했지만 경찰들은 학교를 철통같이 에워싸고 아무도 학교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수배중인 이수호, 이부영 교사를 내어 놓으면 봉쇄를 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럴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래서 사범대 학생회에서는 이수호, 이부영 선생님을 먼저 탈출 시키기로 했습니다. 저하고, 지금 한신대에 계시는 배성인, 그리고 몇몇 학생들이 쇠파이프 하나씩 들고 호위를 맡아서 두 분을 학교 근처 산길을 통해 탈출 시켰습니다. 말이 쉽지, 깜깜한 밤에 산길을 등불도 없이 넘어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중간에 산길을 감시하는 경찰 두 명이 배치되어 있었지만 우리가 수적으로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간단히 제압하고 무전을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한 밤의 어드벤쳐 끝에 두 분을 무사히 탈출시켰습니다. 나와 전교조의 첫번째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전교조가 되기 위해 대학을 다녔고, 별안간 국립대 발령이 폐지되고 임용고시가 생기자 시험 안치고도 대기업 갈 수 있는 기회를 박차고 굳이 시험을 쳐서 교사가 되었습니다. 학교에 부임한 다음 나를 꼬시는 전교조 교사가 없자, 스스로 지회 사무실에 찾아가서 도리어 왜 신규 교사가 왔는데도 꼬시지도 않느냐며 선배들을 힐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전교조였기에 2003년부터 수 없이 나에게 회의를 주고, 나를 힘들게 하고, 때로는 어제의 그 자긍심은 다 까먹고 도리어 조합원이라는 것에 자괴감까지 들더라도 끝까지 버텨왔습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 성폭행 2차 가해, 그것을 놓고 벌어지는 이전구투, 프락치 논쟁 등등은 정말 견디기 어렵게 만듭니다. 특히 본부 간부로 근무했던 1년은 전교조 지도부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기회였고, 내 인생의 큰 상처로 남았습니다. 정말 힘듭니다. 그래서 그만 두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럴때 마다 이명박 정부는 전교조를 탄압하여 떠나는 걸음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2차시국선언 까지 했습니다. 그 전에 있었던 연가투쟁 등에 걸렸던 거 등등 병합한다면 어쩌면 본의 아니게 방학이 늘어날지도 모르고 월급이 깎일지도 혹은 요즘 이 정부 하는 짓으로 봐서는 장기간 연구휴식년(?)을 얻게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탄압받는 동지들을 두고 등을 돌린다는 미안함은 이제 덜어도 될 것 같습니다. 이 미안함을 털어 놓고 이제는 좀 정리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의 교육운동은 계속 될 것이고, 오히려 저 지배자들에게 더 위협적으로 계속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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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9/07/21 10:55 | 트랙백 | 덧글(6)

한 교사의 시국 선언 - 신성한 교육의 장을 이념으로 더럽히지 말라

지난번에는 블로거로서 시국선언을 하였고, 이번에는 교사로서 시국선언을 합니다.

나는 신성한 교육의 장을 이념 투쟁의 장으로 변질 시키고자 하는 일체의 세력들에게 결연히 맞서, 교육을 통한 대한민국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며, 정부 역시 이들 편향된 이념 세력에게 휘둘리지 말고 신성한 교육의 장을 지켜 줄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1)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학생들에게 계승시키고자 합니다.

그런데 일부 이념 집단들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고, 419 민주혁명에 의해 쫓겨난 이승만 독재 정권을 미화하며 이러한 관점을 이른바 현대사 특강이라는 이름으로 국고를 탕진해 가며 졸고 있는 학생들 앞에서 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이런 과격한 이념집단들을 신성한 교육의 장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런 이념집단을 이용해서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 현 정부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엄중하게 항의합니다.
 
2) 나는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일부 집단들은 87년 6월 항쟁의 소중한 민주개혁의 성과를 좌파니, 좌빨이니 하면서 이념적으로 몰아 붙이면서 편향된 반공, 냉전 이데올로기를 신성한 교육의 장에 덧칠하려 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평화적 통일의 사명을 망각하고 동족간의 대결과 전쟁을 선동하는 주장에 동조하라고 교단을 흔들고 있습니다. 나는 이런 편향된 이념집단들에게 철저히 맞설 것이며, 이런 이념 집단들의 준동을 방치한 정부에게도 그 책임이 있음을 묻고자 합니다.

3) 나는 학생들이 장차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자의 기회를 균등히 가지고, 각자가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고자 합니다. 이리하여 이들이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게 할 것을 다짐합니다.
그런데 일부 시대착오적 특권층은 정당한 기회 균등을 자신들의 특권의 박탈로 여기고, 각자가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는 것을 마치 천민들이 감히 자기들 영역을 넘보는 것 처럼 알러지 반응을 일으킵니다. 이리하여 이들은 계속해서 비싼 비용이 드는 고등학교를 만들려 하고 있으며,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대학 등록금도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회 균등이 정상이며 차등이 비정상이라는 이 진리를 전도하여 기회균등은 비효율, 차등은 경쟁적 효율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포장하여 교육의 근간을 뒤흔들고 신성한 교육의 장에 시장판에나 어울릴 경쟁 이데올로기를 퍼뜨리고 있습니다.

4) 나는 상기한 바와 같은 과격한 이념집단들이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것이며, 이들의 준동을 방치 내지는 조장하는 정부에게도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묻고자 합니다.

정부에게 책임을 묻는 나의 이 행위는 대한민국 헌법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제21조
①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에 의해 보장됩니다. 물론 기본권도 제한될 수 있으나 나의 이 행위가 헌법 제37조의 국가안전, 공공복리에 저해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그 대상이 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내가 나의 이런 생각을 다른 교사들에게 강요하고 지하철의 기독교 선교단처럼 듣기 싫어 하는데도 떠들어 댄다면 제한의 대상이 될 수 있겠으나, 나 홀로 선언한 것은 기본권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제한될 수 없습니다. 그 점은 나 보다 앞서 시국 선언을 한 17000명의 다른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따라서 교과부와 각시도교육감은 자신의 양심과 견해를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징계하려 드는 탈헌법적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오히려 학생이나 교사들이 원하지 않는대도 근현대사 특강이라는 이름의 편향된 이념교육을 강행했던 행동이야 말로 징계감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나의 주장들은 모두 대한민국 헌법을 인용한 것입니다. 요컨대 나는 헌법준수 서약을 한 것입니다. 나를 징계하려면 헌법을 개정하시기 바랍니다.
 
2009년 6월 29일 풍성중학교 교사 권재원

부기: 나는 나의 이 선언이 널리 퍼져서 교과부 귀에까지 들어가기를 희망합니다. 펌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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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9/06/29 21:47 | 교육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1) | 덧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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