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평가? 이 엉터리 평가를 집어치워라.

10월 14일, 15일. 무려 이틀이나 중학교 3학년의 정상적인 수업이 중단되었다. 이른바 전국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인지 뭔지 때문이다.  이 평가가 장차 무슨 구조조정의 신호가 되느니, 신자유주의니 하는 말은 구태여 하지 않겠다. 그러나 한 가지, "평가"라는 말 그 자체에 어긋난다는 말, 즉 엉터리 평가라는 말은 분명히 물어야겠다. 

우선 평가라는 말 부터 보자. 평가는 문자 그대로 "목표의 달성여부", 그리고 "향후 계획 수립을 위한 정보수집"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진다. 따라서 평가는 교육과정의 마지막 부분이자, 동시에 새로운 교육과정의 출발점이 되는 원환과정의 한 고리가 된다. 이 원환에서 떨어져 나온 평가는 단지 치루어진 시험일 뿐, 평가가 아니다. 즉, 평가는 당초 세운 목표, 그리고 이후 세울 목표, 이 둘 사이에 연관성을 가지고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다.

교육과정의 기본철칙은 목표와 내용과 방법과 평가가 서로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목표달성에 가장 적합한 내용과 교수-학습방법을 선택해야 하며, 그 내용, 교수-학습 방법 속에서 목표의 달성을 측정할수 있는 평가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교사들은 목표와 내용, 방법에 적합한 다양한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시험'이라고 하는 것은 이 다양한 평가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시험을 포함하여 다양한 평가방법을 총 동원하고 있다. 특히 7차 교육과정은 행동주의가 아니라 구성주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정량적인 객관식 시험을 제한하고, 다양한 수행평가를 실시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국차원에서 실시하는 평가는 어떠해야 할까? 마땅히 학교에서 실시하는 평가보다 더욱 엄정히 국가수준교육과정상의 목표의 달성여부를 측정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연결되지 않는 평가라면 이는 시간낭비, 돈낭비, 학생들의 정력낭비다. 따라서 이 역시 시험 뿐 아니라 다양한 수행평가, 과정평가가 겸비되어야 한다. 이를 전국적으로 실시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표집학급을 대상으로 하는 비교적 장기간의 실행연구의 형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시험이라는 형식으로 치르게 된다면, 현행 학교 교육과정에서 50%만 반영되도록 되어 있는 객관식 시험의 위상에 준하게, 학업성취도 중 일부분만을 제한적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모든 심리검사, 여론조사가 그러하듯이 약 2000명 정도의 표본을 추출하여 실시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평가는 명백히 교육과정상의 목표에 기여해야 함에 모두 동의할테니, 그럼 어디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수준교육과정상의 목표를 보도록 하자. 나는 사회교사니까 일단 사회과만 보겠다.

7차교육과정 사회과의 교육목표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가. 사회의 여러 현상과 특성을 그 사회의 지리적 환경, 역사적 발전,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제도 등과 관련지어 이해한다

나. 인간과 자연 간의 상호 작용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장소에 따른 인간 생활의 다양성을 파악하며, 고장, 지방 및 국토 전체와 세계 여러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체계적으로 이해한다.

다.각 시대의 특색을 중심으로 우리 나라의 역사적 전통과 문화의 특수성을 파악하여 민족사의 발전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며, 이를 바탕으로 인류 생활의 발달 과정과 각 시대의 문화적 특색을 파악한다

라.사회 생활에 관한 기본적 지식과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현상에 대한 기본적인 원리를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현대사회의 성격 및 민주적 사회 생활을 위하여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를 파악한다

마. 사회 현상과 문제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획득, 분석, 조직, 활용하는 능력을 기르며, 사회 생활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탐구 능력, 의사 결정 능력 및 사회 참여 능력을 기른다.

바. 개인과 사회 생활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민주 국가 발전과 세계의 발전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하려는 태도를 가진다.

이상의 교육목표에 객관식 시험, 정량화된 일제고사로 측정해야 할 부분이 얼마나 있을까? 사회의 여러 현상을 서로 연관시켜서 체계적으로 이해했음을 토론과, 논술 같은 평가가 아니라면, 긴 시간동안 그 학생과 대화를 나누지 않고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사회문화 현상에 대한 기본 원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여러 문제를 파악하는 것 역시, 그 자신이 살고있는 다양한 삶의 맥락에서 분리된 획일적인 평가문항으로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가? 사회생활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의 합리적 해결 능력을, 실제 그 학생의 사회생활 속이 아니라면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사회 참여 능력을 시험으로 알아볼 수 있는가? 민주국가 발전과 세계 발전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하려는 태도를 무엇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이런 일제고사로 타당하게 측정할수 있는 능력이라면, 결국 이런 복잡한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로하는 기본적인 개념과 정보를 얼마나 알고 있나, 그 정도 뿐이다. 그리고 이는 이른바 저차사고력인 지식, 이해 수준에 불과하다. 평가는 분석, 종합, 평가라는 고차사고력 수준까지 이루어져야 제대로 된 평가일 것이며, 이런 고차사고력을 대규모의 동시검사법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은 인지심리학자들에게는 거의 망상으로 보일 것이다.

만약 정말 교육과정상의 목표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평가하고 싶으면, 장학사 나부랭이를 한달쯤 학교에 상주시켜서 참여관찰로 질적 자료를 수집하던가 하라. 이걸 전국의 모든 학교에 실시할 수 있으면 해 보라.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표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물며 교육과정상의 목표와도 무관한 엉뚱한 평가를 왜 전국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중단시켜가며 실시하는가? 이 엉터리 평가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혹시, 장차 바뀌는 교육과정(개정교육과정)이 뭔가 큰 변화가 있어서 여기에 대비하여 무슨 이런 일제고사가 필요한 것일까? 그럼 개정교육과정의 사회과 목표를 한번 보자.

가. 사회의 여러 현상과 특성을 그 사회의 지리적 환경, 역사적 발전,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제도 등과 관련지어 이해한다.

나. 인간과 자연 간의 상호 작용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장소에 따른 인간 생활의 다양성을 파악하며, 고장, 지방 및 국토 전체와 세계 여러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체계적으로 이해한다.

다. 각 시대의 특색을 중심으로 우리 나라의 역사적 전통과 문화의 특수성을 파악하여 민족사의 발전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며, 이를 바탕으로 인류 생활의 발달 과정과 각 시대의 문화적 특색을 파악한다.

라. 사회 생활에 관한 기본적 지식과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현상에 대한 기본적인 원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현대사회의 성격 및 민주적 사회 생활을 위하여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를 파악한다.

마. 사회 현상과 문제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획득, 분석, 조직, 활용하는 능력을 기르며, 사회 생활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탐구 능력, 의사 결정 능력 및 사회 참여 능력을 기른다.

바. 개인과 사회 생활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민주 국가 발전과 세계의 발전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하려는 태도를 가진다.

어렵쇼? 똑 같지 아니한가?

by 부정변증법 | 2008/10/14 08:49 | 교육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1)

트랙백 주소 : http://hagi87.egloos.com/tb/95205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전단지박사 at 2009/02/16 15:43
잘 보구 갑니다 시간 되시면 제 카페도 들려 주세요 → cafe.daum.net/pp]]p8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