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연구실을

많은 인류학자들이 동의하는 바가 바로 공간과 인성의 관계다. 어떤 공간 배치인가에 따라 어떤사람이 되며, 어떤 태도로 어떤 일을 하는지가 결정된다. 기업들이 쾌적한 사무실배치를 위해 따로 솔루션을 구입하며 돈을 쓰는것은 직원들을 위해서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학교는? 학교는 교무실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나? 나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한 첫번째 선택으로 먼저 교무실 부터 바꿀 것을 제안한다.

 

현재 교무실은 70년대 관공서 형식으로 배치되어 있다. 행정사무 중심으로 획일적으로 구획된공간은 쉼없이 반복되는 단순 사무작업에 적합한 공간이다. 그러나 교사에게 교무실은 그러한 사무공간이어서는 안된다. 교사의 주된노동은 교실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교무실은 휴식 공간이거나 아니면 연구 공간이라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교무실은 휴식도 연구도할 수 없는 곳이 되었다.

 

한꺼번에 여러명이 때려 뭉쳐졌고, 각자 전공과 무관하게 그렇다고 교사의 주업무도 아닌 행정사무중심으로 그룹을 지어 놓았기 때문에 인접한 공간의 교사들이 공통으로 나눌 정보나 대화가 없다. 자연히 수다를 떨 수 밖에 없고,그렇게 세월을 좀먹다 보면 수다밖에 할 줄 아는게 없는 교사가 된다. 더구나 전산화로 행정사무에 들이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든최근, 이 남아도는 시간을 싸이질이나 홈쇼핑을 탕진한다. 그러나 탓할 수 없다. 이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싸이질, 홈쇼핑아니면 승진에 혈안이 되어 작성하는 각종 공문서 뿐이다.

 

미국학교는 크지는 않더라도 교사들의 연구공간을 확보한다. 그곳은 학부모도 학생도 들어가서는안되는 절대 정숙 구역이다.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을 하교시키고 교실에 짱박히기라도 하면 된다. 그러나 한국의 중학교(고등학교도그럴듯)에서는 조용히 연구할 공간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 연구하지 않고 나태한 교사라며 타박만 하고 있다. 가능하면 최소공간에 최대 인원을 쑤셔박은듯한 무성의한 공간배치에 연구 공간마저 확보되지 않은 교사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고시원같이 비좁아도 좋으니까 교사 1인당 최소한의 독립된 연구실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교무실은 그 면적을 크게 축소하여 회의실로만 쓰는것이 좋겠다. 교사들이 한눈에 안보이면 불안해 하는 교감들이 있는 모양인데,어차피 교사는 대부분의 시간을 교감 눈에 보이지 않는 교실에서 일한다. 아, 그렇다면 행정업무가 혼란스러워진다고? 걱정할 필요없다. 교사가 행정업무를 하지 않으면 된다. 수업하랴, 연구하랴, 틈틈히 행정잡무를 하니 일이 많게 느껴질 뿐, 아예 그것만전담하는 직원을 두고 교사 30명의 행정잡무를 몽땅 모아서 주면 의외로 그리 많은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것만 계속하면 숙련도되고, 중복업무도 많이 감소할 것이다. 물론 행정실장도 행정업무를 전담해야 한다. 현행 직급상 소위 행정실장은(실장이라는 것도웃기지만) 실무를 전담해야 하는 직급이지 회전의자 굴리면서 도장이나 찍는 직급이 아니다.

 

물론 교사 1인당 연구실을 주면 공간이 모자랄수도 있다. 그러나 교무실을 축소하고, 교장실을축소하고, 학생수 감축으로 남게될 교실 두어개만 잘 개조하면 작은 연구실이 30개는 충분히 나온다. 혹은 교과마다 교과교실을두고 학생들이 이동수업을 하면 교과교실에 해당 교과 교사 연구실을 서너개 설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공간이 생명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다. 공간을 이따위로 방치하고서 교육력을 제고한다는 것은 견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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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8/10/12 19:21 | 교육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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