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문제와 교육운동의 역설

전교조를 비롯한 각종 교육 운동단체가 이구동성으로 1번으로 꼽는 문제는 입시과열, 사교육 문제다. 그런데 여기에 교묘한 역설이 있어 문제를 꼬이게 만든다. 이 역설을 어떻게 잘 풀어해치는가가 교육운동의 전망을 밝히는데 화급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이 역설을 스피노자의 윤리학 편성을 따라 정리해 본다.

우선 다음의 명제들은 정파를 막론하고 교육운동들이 공감하는, 심지어 보수진영조차 공감하는 것들이니 공리라 할수 있다.

공리1) 입시교육은 교육을 왜곡시키며 학생들의 심성과 지성에 나쁜 영향을 준다.
공리2) 사교육, 특히 학원은 이러한 입시교육의 악영향을 더욱 강화하며, 심지어 학생들의 건강까지 해친다.
공리3) 이 사회에서 장차 자원의 불평등 분배를 결정하는 기준은 학벌, 학력이다.
공리4) 따라서 여러가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입시교육과 사교육에 매달리게 된다.
공리5) 입시교육, 사교육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공리6) 입시교육, 사교육을 받으면 학력 서열에서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간다.
공리7) 좌파(진보)는 사회,경제적 계급이 낮은 집단에게 유리하도록 정책을 펼친다.

이상 네개의 공리가 입시교육, 사교육에 대한 일반적인 전제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다음의 정리들이 앞의 공리에서 도출되게 된다.다시 들어보자.

정리1) 사회, 경제적 계급이 높은 집단의 자녀가 낮은 집단의 자녀보다 입시교육, 사교육을 더 많이 받는다.
공리5)에 의해 명백하다.

정리2) 사회, 경제적 계급이 높은 집단의 자녀가 결과적으로 더 높은 학력 서열을 차지하고, 더 많은 자원을 분배받을 것이다.
정라1)과 공리3), 공리6)에 의해 명백하다.

정리3) 사회, 경제적 계급이 높은 집단의 자녀가 건강, 심성, 지성에 더 나쁜 영향을 받는다.
공리1),2), 정리1)에 의해 명백하다.

정리4) 사회, 경제적 계급이 높은 집단의 자녀가 더 왜곡된 교육을 받는다.
공리1), 정리1)에 의해 명백하다.

그렇다면, 다음의 정리는 어떠한가?

정리5) 사회, 경제적 계급이 높은 집단의 자녀가 더 왜곡된 교육을 받는 것은 피지배계급의 입장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리6) 사회, 경제적 계급이 높은 집단의 자녀가, 몸과 마음을 해치는 교육을 받는 것은 피지배계급의 입장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리7) 사교육, 입시교육이 장차 자원의 불평등한 분배에 영향을 준다면, 좌파는 이 혜택을 피지배계급에게도 주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리5,6과 정리7은 서로 이율배반이 되고 있다. 즉, 진보진영은 피지배계급의 자녀들도 부유층 자제와 같은 수준의 사교육 혜택을 받을수 있도록 요구하거나, 아니면, 어차피 사교육이 건강과 마음과 지성을 해치기 때문에, 사교육이 부유층 자제들을 망치는 것에 구태여 관심을 갖지 말던가 해야한다.

사교육, 입시교육의 결과가 미래의 자원배분에 영향을 준다면, 좌파는 당연히 평등의 원리에 따라 이 자원을 가난한 학생들에게도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학원 수강권(바우쳐)의 배부 같은 정책이 좌파적 정책이 될 것이다. 그런데, 입시교육, 사교육은 학생들에게 유해하다. 그런데 벡에 따르면 부 뿐 아니라 위험의 분배도 계급적 변인이다. 그런데 입시교육, 사교육의 폐해가 지배계급의 자녀에게 더 많이 부과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좌파가 그걸하겠다는데 그걸 말려야 할 이유도 없다.

자, 어느 것이 진보진영이 내어 놓을 대안인가?
이런 이율배반은 그 동안 교육운동진영이 입시교육의 결과 획득되게 되는 학력서열이 도리어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학력서열에 따른 불평등을 문제 삼으려면 거기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면, 저소득층 자녀도 좋은 입시결과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 교육개혁의 핵심이 된다. 만약 입시교육이 학생들의 심신을 황폐화하는 것을 문제 삼으려면 거기에 충실해야 한다. 따라서 고소득층의 입시과열을 문제로 삼을 이유 없으며, 중산층 이하 학부모들에게는 저 유해한 입시교육, 사교육을 중단할 것을 호소해야 한다.

교육운동은 이 둘 중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가?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입시교육, 그리고 거기 기반한 사교육은 학생들에게 매우 유해하고, 교육적으로도 효과가 없다. 따라서 현행 입시교육체제는 지배계급의 자녀를 점점 더 불행하게 만드는, 즉 행복의 분배의 평등화에 기여하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운동은 어디에 신경 써야 하는가? 어차피 돈 없어서 안되고, 좋지도 않은 입시교육에 쉽게 미련을 끊지 못하는 민중과 그들의 자녀에게 더 행복하고 가치있는 그런 교육을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물론 입시에 따라 부의 분배가 결정되는데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부의 분배 때문에 이런 저런 활동의 이유를 붙이는 것 자체가 자본주의의 논리임을 망각한 처사다.

이글루스 가든 - 자유로운 아이들, 아름다운 교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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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8/10/04 11:14 | 교육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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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사띠현정 at 2008/10/05 07:17
훌륭한 논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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