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09일
죽음의 트라이앵글, 과연 정부 책임인가?
요즘 청소년에게 유행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동영상이 있다. 검색을 해 보면 쉽게 일단 감상부터 하고 계속 이야기 하자.
다들 알다시피 죽음의 트라이앵글은 수험생을 압박하는 내신, 수능, 그리고 논술(혹은 본고사)를 말한다. 즉 대학 한번 가려면 전혀 다른 종류의 공부 세가지를 따로따로 해야 하니 죽을맛이다, 대충 이런 뜻이 되겠다. 학교에서는 내신을 그리고 학원1에서는 수능을, 그리고 학원 2에서 논술을 대비해야 하니 3중고는 3중고다.
대략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것은 알았으니 그 원인과 책임소재를 좀 따져보자.
사실 80년대에도 입시가 그악스러웠다. 그때는 수험생이 한 해에 70만명을 웃돌았고, 4년제 대학은 겨우 15만명 정도를 뽑았다. 그러니 그때는 좋은 대학이 아니라 대학이라도 가면 이미 성공이었다. 그런데 그 시절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니 하는 말은 없었다. 그 이유는 학력고사나 내신공부나 같은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즉, 교과서만 달달 외우면 내신과 학력고사가 동시에 해결될 수 있었다. 논술은 형식적이었다.
그런데 수능이 등장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수능은 이름 그대로 고등학교에서 얼마나 잘 배웠냐가 아니라 대학교에서 배울 능력이 있느냐를 측정하는 시험이다. 즉, 학업성취도 평가의 개념이 아니라 잠재능력 평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수능은 지식의 암기를 측정하지 않는다. 달달 외워서 되지 않는다. 심지어 외워야 할 내용은 문제에 이미 제시되어 있는 경우도 많았다. 누가 보아도 이것은 미국의 SAT를 모방한 것이었다. 그런데 SAT의 가장 큰 자랑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절대 시험공부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즉, 문제풀이 연습을 한다 해서 점수가 높아지지 않으니, 이것을 위한 특별한 준비를 하지 말고, 정상적이고 창의적인 고등학교 수업을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당장 문제풀이를 안해서 불안하겠지만, 다양한 지적 경험을 한 학생은 자연히 이 점수도 높게 나올 것이라는 것이 SAT의 적어도 이론상의 강점이다. 수능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봐야 할 것이다.
수능이 도저히 문제풀이 연습 미리 해줄수 없게 베베 꼬이게 나온 이유는, 문제풀이 연습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는 교과서에서 학력고사 나올것 같은 부분만 반복 연습한다거나, 학력고사에서 제외된 과목은 수업을 하지 않는 등의 공교육 교란을 막기위한 방책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예측불허의 수능문제앞에 수험생들은 불안해 했다. 물론 학원은 그 불안을 이용해서 문제풀이 장사를 했다(사실 수능은 그런 연습으로 어찌되는 시험이 아니다. 머리 좋은 학생은 별 준비 안하고도 쉽게 푸는게 수능이다. 학력고사는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많이 외운 학생을 당하지 못했지만, 수능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 학원에서 하는 사탕발림에 넘어가선 안된다). 학교는 그 장사를 따라하려 했으니, 학력고사떄와 달리 정상적인 교육과정 진도를 나가면서 수능준비를 따로 해주기는 불가능했다. 여기서 괴리가 생겼다. 그리고 논술이 추가되었다. 논술 역시 미리 문제풀이 연습으로 어찌되는 평가가 아니다. 물론 한달 정도 글짓기 기법 훈련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 글의 내용과 논리적 사고 등등은 학원식 연습으로 어찌되지 않는다. 그건 평소에 갈고 닦아야 한다.
자, 여기서 학교는 갈등에 빠졌다. 바로 내신성적을 어떻게 매길 것인가 하는 것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학교 시험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즉, 과거 학력고사와 비슷한 포맷인 기존의 학교시험(일제고사, 객관식, 단답식, 교과서 중심의 정답이 있는 시험)을 버리고, 다양한 수행평가, 프로젝트 평가, 논술평가를 실시하는 것이다. 물론 평가를 그렇게 하려면 수업도 그렇게 해야 한다. 어차피 내신성적은 같은 학교 안에서만 석차를 매기니 그 학교 안에서만 합의가 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래서 토론, 논쟁학습, 프로젝트 학습 등을 다양하게 실시하고 그 과정에서 열린 평가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되면 내신과 논술과 수능은 하나가 된다. 애초에 수능은 그런 경험을 한 학생이 유리하게 풀수 있다. 논술은 평소에 토론 많이 하고 책 많이 읽은 학생이 당연히 잘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게 고스란히 내신에도 연결이 되고 있다.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아니라 조화의 트라이앵글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교사들이 몹시 고달프다. 교과서 내용외에는 달리 더 아는 것도, 알고자 하는 의지도 없는 교사들에게 프로젝트니, 토론이니 하는 수업은 너무 번거롭다. 게다가 "문제풀이 준비"안하냐고 따질 학부모도 겁나며, 그들을 설득할 자신도 없다. 그냥 하던데로 하는게 좋다. 그래도 내신이 30%는 반영되니 "너 대학가기 싫어?" 하면서 학생들을 윽박지를 권력은 아직 살아있지 않은가? 물론 학력고사 시절, 그리고 내신과 수능만 있던 시절보다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말이다.
그래서일까? 실제로 이런 다양한 수업과 평가를 실험하는 교사들은 예상외로 학부모를 설득하는데는 어려움이 없다. 도리어 그들을 좌절시키는 것은 동료교사들이다. "아, 뭐 그렇게 복잡한 걸 해? 쉽게 가자고. 하던대로 하자고." 이런 분위기 속에 왕따가 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수업과 평가의 틀을 확 바꾸기가 어렵다. 그리하여 비극적이게도 수능과 논술은 21세기형 대학입시인데 학교 수업과 시험만 19세기 식으로 남았다. 그런데 내신성적이 반영이 되니 이걸 무시하기도 어렵다. 그러니 학생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낡은 수업, 낡은 시험도 봐야 한다. 바로 이게 죽음의 트라이앵글인 것이다.
수능? 그거 한 1년만 맘 잡고 공부하면 잡을 수 있다. 논술? 그건 평소 독서로 충분히 해결할수 있다. 그러나 온갖 쪼잔한 외울거리와 자잘한 숙제들로 점철되고, 매 순간 순간을 태도점수니, 준비점수니 하면서 체크하는 내신성적은 3년 내내 긴장상태로 있지 않으면 순식간에 무너진다. 자, 죽음의 트라이앵글에서 학생들을 가장 괴롭히는게 무엇인가? 그건 내신이다. 나머지 두 변과 완전히 동떨어진것은 또 무엇인가? 그것도 내신이다. 가장 쓸모없고 가장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과 양식을 다루는건 무엇인가? 내신, 내신이다! 3년 내내 집요하게 매시간시간을 괴롭히는 주범, 그것은 내신이다.
그런데 내신 비중을 낮추겠다는 혹은 그럴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정책이 발표되기만 하면 전교조 등 교직단체는 난리를 친다. 그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제거하고 아이들을 구하겠다는 진정성 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그 트라이앵글의 한 변으로 남아있고자 하는 몸부림, 내신을 빌미로 알량한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음험한 욕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진정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무너뜨리고 싶으면 학교 내신 시험을 수능이나 논술(이쪽이 좀더 현실적)과 같은 유형으로 바꾸라! 수능이나 논술을 학교 내신 시험같은 유형으로 바꾸라고 요구할수 없음은 학교에서 문항을 출제하는 교사들 스스로가 더 잘 알고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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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9/09 20:52 | 교육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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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문제풀이 준비"안하냐고 따질 학부모도 겁나며, 그들을 설득할 자신도 없다. 라는게 또 문제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학부모 단체는 [단체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는, 개별 학부모로 따지자면 훌륭한 분들도 있기 때문이겠죠. ] 좋은 걸 못봐서 말이죠_-_ 반면에 학부모니까 아이들을 잘 챙기지 않을까 하는 편견 [그럴거면 전문의도 필요없죠. 부모가 아이에게 좋은 약을 골라서 처방하면 되는데-_-] 을 이기기도 쉽지 않은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