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만 치는 기독교와 김규항

어릴적에 사탕발림에 넘어가서 교회 주일학교에 다닌 적이 있었다. 간 첫날 사과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는데, 한결같이 "예수님이 주시는 것"이라고 말하게 하였다. 그런데 난 아무리 봐도 그건 예수님이 주신 것이 아니라 전도사님이 주신 것이었다. 그래서 "이건 전도사님이 사오신거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전도사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믿음"에 대해 그리고 "믿지 않는자가 받게되는 벌, 그리고 가게되는 지옥"에 대해 아주 생생하고 과장되게 설명해 주었다. 그 지옥에 대한 묘사는 너무도 리얼해서 그날 꿈에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그 다음날부터 내 마음속에 저어하는 무엇인가가 생겼던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자유로이 뛰놀던 아이였던 내가, 그 다음달부터는 "혹시 지옥 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속에 매사가 두려움의 연속이 되었던 것이다. 특히 전도사가 뭐라고 도저히 믿기 어려운 말을 하더라도 그 "믿기 어려운 마음"이 생긴것 자체가 너무도 큰 죄로 여겨졌고, 지옥갈것 같은 두려움의 원인이 되었다. 이제사 깨닫지만 "예수천국 불신지옥"에서 무게중심은 바로 불신지옥에 찍혀 있었던 것이다. 특히 나름 착한아이였던 나에게 착한일 아무리 많이 해도 "믿음"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저 협박에 가까운 말은 견디기 어려웠다. 결국 감수성이 예민한 나는 교회를 나가지 않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평생 딱 1주일이었던 교회 체험기다. 근본적인 믿음과 그 믿음만으로 모든 가치를 재단하는 교회. 그래서 그 믿음을 근거로 항상 죄책감과 꾸짖음의 핑계를 헐떡거리며 찾고다니는 기독교말이다.

김규항이라는 자칭 B급 좌파가 있다. 본인은 자칭 B급좌파지만, 내가 보기에는 일부러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B급임이 너무 역력한 그런 좌파다. 이 분은 항상 꾸짖을 준비가 되어있다. 세상 어떤 가치, 어떤 운동도 다 소용없다. 근본적인 변혁(이게 뭘까? 사회주의일까? 프롤레타리아 혁명일까?)이 되지 않으면 그리고 이 근본적 변혁을 위해 헌신하지 않으면 모조리 지배계급을 이롭게 하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하며 야단을 친다. 그래서 기실 지배계급을 이롭게 하면서 운동하는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온갖 생태, 여성, 소수자 운동가들에게 계속 일침을 가하며, "근본적 변혁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니 결과적으로 지배계급의 편이라며 치죄하고 꾸짖는다. 교회에서 할머니들이 목사가 꾸짖는 말을 할때마도 도리어 "주여", "주여"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듯이, 이른바 진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이 자가 꾸짖을때마다 자기 가슴을 두드리며 도리어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진보의 마스터베이션이며 사도-마조히즘이다. 도대체 이 사람이 힘들게 봉사하고 있는 이런저런 운동가들을 칭찬하고 따뜻하게 격려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항상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서이래서 결국 너는 자본가편, 저래서 결국 너는 자본가편, 근본적 변혁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B급 좌파 등등 야단만 치고다닌다.

그러나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수있게 되었다.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난 다음 더 이상 그의 논리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기로 했다. 좌파든 우파는 기독교가 하는 일은 똑같은 것이다. 어떻게든 야단칠 구실만 찾고 다닌다. 다만 동원되는 믿음의 종류만 다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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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8/09/08 21:47 | 기독교비판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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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바보베짱이 at 2008/09/08 22:57
김규항 글은 마음에 들었다 말았다 오락가락하는 편이었는데,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따져보기엔 게을러 그냥저냥 지나왔는데,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생각해보는 참입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평론가'의 위치에 자신을 두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함정일 것 같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사띠현정 at 2008/09/09 22:38
결국 또 댓글달게 하는군요. 김규항은 재치있는 입담 비슷한 글 잘씁니다. 가장 '실수'는 아마 이현주 목사에 대하여 '최근 새로운 도사 한분이 납셨다'고 하면서 사람은 '아래위 구멍 둘 있는 가죽부대에 불과'하다는, 사실 불교적 담화를 기독교에 가져다쓴 분에 대하여 너무도 경솔하게 '비난'한 것입니다.

왜 그런지 잘 밝혀냈군요! 그저 야단치는 것을 일로 아는 그런 틀 속에 있었다는!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8/09/10 08:03
아이구, 자꾸 댓글 달게 해서 죄송합니다. 사실 한국 민중, 노동운동의 근원이 기독교 교회에서 비롯되었던 관계로, 이른바 진보진영에 기독교적 순혈주의, 순교자주의 잔향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저는 김규항 뿐 아니라 진중권에게서조차 그런 흔적을 발견해서 놀라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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