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니기 어려울듯한 우리반 아이

우리반에 소위 전교 짱이란 녀석이 있다. 학기초에 뽑기를 잘못했는지 남자 1짱, 2짱, 여자 1짱이 모조리 우리반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학급 분위기 개판이고, 이녀석들은 징검다리로 학교를 들락날락 거리며 출석부 정리하는 하찮은 일에 내 귀중한 시간을 엄청나게 소모시켰다.

그런데 마침내 1짱 녀석이 학교 땡땡이 치고 멀리 중랑구까지 가서(여기는 송파구), 그 쪽의 어떤 녀석을 떡실신되게 두드려팼다. 물론 그쪽에서는 형사고발하겠다고 난리를 치고, 그래서 난 또 정신현상학 읽으려고 준비해둔 소중한 내 시간을 소모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은 그쪽 부모와 합의보러 가는 어머니 눈을 피해 도망을 가 버렸다. 안그래도 이놈 때문에 여기저기 물어낸 돈이 기천만원에 달한 어머니는 망연자실, 다시는 그 놈을 보고싶지 않다고 하소연을 했다.

이미 부모, 담임은 물론 학주한테까지 눈을 부라리며 대드는 녀석인데다가, 배고픔과 짜증남 화남 외에는 어떤 정서도 없는 녀석은 필경 감정이 없는듯했다. 미안함, 슬픔, 기쁨 등 일체의 감정이 없었다. 항상 그 순간의 공포, 그 순간의 쾌락, 그 순간의 짜증 뿐. 그래서 항상 그 순간을 넘어가기 위한 거짓말, 다시 거짓말.

문득 회의가 밀려왔다. 대체 이런 녀석이 있을때 내 시간을 얼마나 쏟아 부어야 하나? 나에게는 사회를 배우려는 350명의 학생이 더 있지 않은가? 도대체 교사 한 사람이 한 학생에게 쏟아 부어야 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어야 하나? 어디까지가 교사의 몫이고 어디서부터가 복지사의 몫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 녀석은 교사의 몫이 아니라 복지사의 몫인데.....그런데 역설적이게도 학교에 상담사, 복지사가 배치되는 것에 가장 거부감이 높은 집단이 교사라고 한다. 기실 심리상담사가 가장 필요한 사람이 교사인데도 말이다. 학생이 아니라 교사가 더 상담과 심리치료가 필요하단 뜻이다.

참으로 이런 후안무치한 녀석에게 노력을 기울이다 배신의 배신을 거듭당할때 감정적 소모는 학교 밖 사람들은 짐작하기 어렵다. 이런 감정노동은 너무 고되고 가혹하다. 이짓을 근 20년을 했으니, 그 속은 새까맣게 타있을 것이 아닌가? 도대체 교사가 이런 일을 해야 할까? 교사는 지적인 직업인가 아니면 감정적인 직업인가? 이 둘은 함께 갈수 없는 것인데, 이 둘을 동시에 교사에게 요구하고있으니 황당한 일이 아닌가?

아무래도 나는 지적인 쪽을 선택할수 밖에 없다. 애초에 그것이 교사의 존치 이유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그렇게 결정하고도 결국 내일부터 학교 안나올것이 뻔한, 그래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 어느 교도소로 들어갈것이 뻔한 이 녀석을 생각하면 몹시 가슴이 아프다. 정작 이런 문제에 대해 배우는 곳은 사범대학이 아니라 사회복지과와 심리학과인데, 그들의 인력은 어쩌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나 제공되고, 사회과학을 가르치도록 훈련받는 나는 여기에 학교에서 남는 연구시간의 절반을 허비하고 있다. 그냥 푸념이다. 요즘 유행하는 치료로서 글쓰기랄까?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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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8/09/07 21:51 | 교단 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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