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 유감

결국 전교조가 발목을 잡고 말았습니다.
며칠전 "전교조에 휘둘린다"라는 초대형 현수막을 보면서 뭔가 아차 싶었었는데....

가만히 보면 강남, 서초, 송파의 엄청난 몰표야 예상했던 것입니다. 오히려 선전했습니다. 송파에서는 공정택을 50% 밑으로 잡아내렸고, 강동구에서는 거의 호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인 패인은 이들 강남지역이 아니라 지지리도 못사는 지역에서 주경복후보에게 강남같은 압도적인 몰표가 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기껏 3~8% 정도의 차이... 그리고 바로 이게 "안티 전교조"의 효과인것 같습니다. 이인규 후보의 슬로건 처럼 이명박 아웃, 전교조 노우의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 교원평가가 있었습니다. 진보신당 당원에게조차 지지받지 못하는 '교원평가 반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미적거림이 그대로 "전교조 후보"라는 공격을 받을 빌미를 주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전교조후보"라는 딱지가 득표요인이 아니라 치명적인 감표요인이 되는 상황, 전교조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부정부패 교육감이라도 앉혀야 한다는 저 집요한 반감입니다. 그리고 덧붙여 주경복 후보가 초중등교육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도 치명적이었던것 같습니다. 만약 이인규 후보 같은 커리어 (교사, 교육학박사)를 가진 신선하고 진보적인 후보가 박사모 따위가 아니라 선명한 기치를 걸고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주경복 후보(아, 이젠 다시 교수)에게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교육전문가가 아닌 주후보가 교육학적 소신을 당당하게 세우기 어렵고, 그게 전교조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원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특히 주후보를 실제로 지원했던 전교조 서울지부는 전교조가 대중의 외면을 받게 만든 네이스 반대, 교원평가 반대 연가투쟁 등의 강경투쟁을 선도했던 그룹입니다. 그러니 교원평가 등의 민감한 문제에서 독자적인 포지션을 가질수 없었던 것이 당연합니다.

문제는 저 강경파를 비판하면서 집권한 전교조 현 집행부는 무능하고 기회주의적이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큰일입니다.

파스타 전문점 포모도로 설립자인 요리장 박충준씨가 "일단 세가 기울기 시작한 식당은 아무리 애를 써도 회복되지 않는다. 업종을 바꾸거나 다른 곳에 새로 개업해야 한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지금 "전교조"라는 브랜드 자체가 노력을 통해 이미지가 개선될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 조합원으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진보진영 역시 마냥 전교조를 옹호할 것이 아니라 마치 썩은 환부처럼 도려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 강력한 투쟁이나 위협을 가하지도 못하면서 안티의 소재만 되는 조직은 없느니만 못한 조직입니다.

하긴 교육운동 조직이 왜 꼭 전교조라야 하며, 왜 전교조가 그 중심에 있어야 합니까? 교사조직들을 포괄한 보다 폭 넓은 교육운동의 전망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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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8/07/31 00:30 | 교육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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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바보베짱이 at 2008/07/31 13:13
정말 쓰시기 어려운 글이었을 거 같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사실 교육운동으로 시작하긴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단순화해보면 전교조는 노조지 교육운동 조직이 아니잖아, 싶기도 하고,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면 전교조에 대한 저 뿌리깊은 거부감은 우리 사회에서 노조 일반에 대해 품고 있는 부정적 인식의 일부분인가 싶기도 하고..... 단순하게 생각해보려니 오히려 점점 복잡해집니다.
지금껏 인사 한번 없이 살그머니 들러 올려주신 글들 잘 보고 있었습니다. 이번 글도 그냥 그렇게 지나치기는 좀 마음에 걸려서 몇 글자 남깁니다. 자주 들르겠습니다.
Commented by 玄月 at 2008/07/31 15:20
저도 눈팅만 하다가 슬쩍 글 남기고 갑니다.

학교에 계시는 아버지가 가끔 한숨처럼 흘리시더군요. 전교조가 처음엔 저렇지 않았는데, 라면서요. 학내 언론활동을 했던, 그리고 지금은 선생님이 되어 있는 선배들도 학교 현장에서 본 선생님들 얘기를 하면서 고개를 내젓고요. 말씀하신대로 '전교조'라는 브랜드로는 이미지 개선이 힘들지않나 생각합니다. 다른 조직이 필요하겠지요.
Commented by 흰곰 at 2008/08/05 03:12
전교조라는 브랜드 자체도 문제지만, 네거티브 선거전략도
상당히 마음에 안들더군요. 선거전략이나 정치의 단편을
본 것 같은 씁쓸한 선거였습니다.

들르기는 많이 들렸는데 덧글을 첨이네요^^
앞으로 자주 찾아 뵐게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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