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심판, 전교조 심판이란 말이 나오는 교육감 선거

서울시 교육감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마음속에 점지해둔 후보가 있기는 하지만 선거법 때문에 블로그에 밝히지는 않는다.
다만 이번 교육감 선거의 프레임이 '이명박 심판'과 '전교조 심판'으로 갈라진 현상을 잠시 짚어 본다.

나는 교육자이면서 전교조 조합원이다. 그래서 전교조 심판이라는 말이 듣기 거북한 면이 있지만, 문제는 그것이 프레임으로서 통한다는 것을 더 심각히 받아들인다. 즉 꽤 많은 사람이 전교조가 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70%에 달하는 이명박 비토 세력들중 상당수가 전교조 심판론에 동의한다는 것이 문제다.
 
무엇이 전교조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야기 하자면 무척 길것이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교원평가 공방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교원평가 공방에서 교원평가 절대반대를 외치면서 졸지에 전교조가 무능하고 부도덕한 교사들까지 감싸 안는 기득권 옹호집단으로 낙인찍혀 버린 것이다.

이건 기가 막힌 노릇이다. 그냥 편하게 살아도 되는데 굳이 더 불편하고, 더 힘들게 그러나 바르게 살자고 그 고생을 하고 만들었던 전교조가 편하고 안이하게 살려는 교사들의 이익집단으로 시민들의 뇌리에 인식되어 버렸다는 것이.... 심지어는 가장 의식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진보신당에서조차 전교조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는 쉽게 얻어지지 않으며, 진보신당 당원들조차 상당수가 교원평가는 어떤 형태로든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물론 교원평가가 그 다음에 이어질 각종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패키지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런데 아직 오지 않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미리 저지하려다 고질적인 구태, 무사안일, 관료제를 옹호하는 이상한 포지션에 서게 된 전교조는 더욱 안타깝다.

결국은 철학의 부재가 문제를 키운 것이 아닐까? 전교조의 가장 큰 아픔이라면 그 10여년간의 피눈물 나는 투쟁기간동안 이렇다할 "저항의 교육학"을 체계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교육학을 "제도권 교육학"이라 부르며 폄하한 것은 좋지만, 그 폄하가 단지 "교직과목 공부 안하기"의 핑계거리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전교조만의 독특한 교육철학, 교수학습이론이 만들어지고 그것에 기반하여 각종 교육과정 시안, 학교모델 등을 끈질기게 요구하는 투쟁이 되었어야 했는데, 늘 갑이 아니라 을의 입장이 되어 반대투쟁에만 몰두했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핀란드의 경우도 구성주의를 창조적으로 발전시킨 그들만의 독특한 교육철학이 있으며, 그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핀란드식 교육학을 체계적으로 수립했기에 오늘날과 같은 훌륭한 교육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교조 조직 어디를 둘러보아도 공식적으로 교육철학을 교육학을 연구하는 기관이나 팀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조직내 정파다툼에 익숙한 노회한 활동가들이나 아스팔트에서 팔뚝질하는 것 외에는 특기가 없는 싸움닭들이 조직의 지도적 위치에 서 있다. 그 전교조 지도급 활동가들이 각자 자기 학교에서 어떤 교사이며, 어떤 교육을 하는지는 차마 부끄러워 밝히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아스팔트에서 몸싸움 하는 조합원보다 도서관에서 연구하는 조합원을 더 중히 여기는 풍토도 전혀 정착되어있지 않다. 사실 몸싸움하는 노조는 전교조 말고도 많이 있지 않은가? 전체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도 전교조에게 기대하는 모습, 맡았으면 하는 모습은 몸싸움 하는 당찬 투사가 아니라 담론과 이론을 쏟아내는 브레인의 역할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전교조의 모습은 전투력 후달리는 금속노조다.

아, 사실은 이게 전교조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진보를 말하려면 진보된 세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비전을 제시하려면 그게 단지 희망사항이나 단지 말빨이 아니라 치열하면서도 체계적인 이론의 뒷받침을 받아야 한다. 진중권이 토론회에서 보수진영을 묵살시키는 것도 그의 말빨 때문이 아니라 그가 이른바 제도권 학문에 대해서도 대단히 풍부한 지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전교조가 이제라도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 참교육의 기수로 서려면, "제도권 교육학"에 달통해야 하며, 그 바탕 위에 "새로운 교육학"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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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8/07/18 08:25 | 교육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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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침의전령 at 2008/07/18 12:35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Commented by 제미니 at 2008/08/01 22:33
이것 좀 진보신당 당게에 올려주삼...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8/08/02 06:02
일전에 진보신당 당게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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