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는 종교관련 특수 어법... "어디 다니세요?" "절에 다녀요.", "교회 다녀요.", "성당 다녀요."
절대 "내 종교는 ~입니다."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이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이런 작은 어법 하나에도 그 사람들의 배후의 어떤 형이상학적 배후가 숨어있기 마련이다. 이는 뿌리깊은 물신숭배의 무의식적인 발현이다. 한국인들은 신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나 사찰의 건물과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성직자들을 숭배하는 것이다.

어떤 사물을 숭배하기 때문에 거기에는 소유의 관념이 들어간다. 소유의 관념은 당연히 몫의 관념을 수반한다. 이로써 한국인의 신앙은 투자와 이익의 관념으로 이해되는 일종의 거래가 된다. 내가 특정 종교 기관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한 만큼 나에게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의 이익이 회수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복신앙이리라....

나는 한때 "성당에 다녔었다." 그러나 지금은 성당에 다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신앙과도 같은 느낌과 생각은 늘 공유하고 있다. 그러자 어떤 천주교인이 "당신 같은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 것 알고 있죠?"라고 말했다.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대략 다음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1) 나는 성당에 내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 2) 그 결과 신의 은총이 이 땅에 내린다. 3) 그런데 당신은 그걸 거저먹고 있다. 4) 따라서 내가 받을 은총의 몫이 줄어들었다. 5) 따라서 당신이 밉다.

이 얼마나 지독한 자본주의적 사유인가? 인간의 감각적 세상을 초월하여 저 영원의 지평을 갈구해야 할 신앙인이 그깟  19세기 이후에나 나타난 편협한 자본주의적 사유도 벗어나지 못한단 말인가? 나는 도리어 거꾸로 이렇게 말해보고 싶었다.

1) 나는 성당에서 받은 은총을 온 세상에 펼치려고 고군분투했다. 2) 그 결과 신의 은총이 이땅에 내렸다. 신의 은총은 저절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행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내리는 것이다. 3) 그런데 당신은 그걸 거저먹고 있다. 4) 그러면서 도리어 교회안에서만 맴맴거린 당신이 누릴 몫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5) 당신은 파렴치하다.

그래도 자본주의적 정신에서 좀 거리를 두고 있다는 천주교가 이 지경이면, 자본주의적 정신 그 자체인 개신교는 두어 말할 것도 없다. 영적인 삶이 아니라 육신의 부활과, 지금 내가 누린 물질적 삶이 죽어 다음 세상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끝없는 탐욕을 갈구하는 저 엉터리 신앙들.... 아, 주여, 저들을 어찌 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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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8/07/09 10:21 | 사회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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