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12일
교사의 연구와 문화
교사의 연구와 문화
마르크스는 노동을 두 가지 의미로 사용했다.하나는 일반적 의미로서 인간이 자신의 정신적 능력을 이용해 자연과 소통하며 의식적으로이를 변형시키면서 동시에 자신도 발전하는행위다. 다른 하나는 자신과 지배자의 생존 수단을 획득하는 작용이다. 아렌트는 이 둘을작업(work)과 노동(labour)으로구별하였다. 노동은 생계를 위해 임금을 받기 위해 하는 일, 작업은 인간이 세계를구성하는 일, 즉 오랫동안 지속되는 무엇인가를남기는 창조적인 일이다. 고대에는 자유인은 작업을 노예는 노동을 하였다. 그런데근대 자본주의에서는 모든 사람이 노동하게되었다. 이후 모든 노동의 대가는 추상적 표준노동시간에 의해 계산된 재생산 비용, 즉임금으로 지급되었다. 작업은 제작하는물품과 장인의 기능에 따라 질적인 차이가 있으나, 노동에는 단지 재생산비용의 차이만 있다.즉 모두 먹고사는 비용으로 획일적으로계산 가능하다. 따라서 노동은 강력한 획일화, 표준화의 힘으로 작용하고, 거의 모든 종류의일을 비슷비슷한 단순 노동으로표준화하였다. 이렇게 표준화된 노동은 생계가 아니라면 ‘문둥병 처럼 기피되는(Marx, 경제학 철학수고)’ 지겨운 노역이되었다. 먹고살기 위해 할 수 없이 자신을 팔아 정해진 시간만큼 타인의 의도에 따라 지겨운 일을 해야 하는사람이 노동자다.혁명은 노동자계급이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폐지, 즉 노동자 계급의 소멸이다(Marx, 헤겔법철학 비판서문).
그런데 탈근대 시대의 지식기반 경제가도래하면서 노동은 인간이 아니라 기계가 담당하고 인간은 지성과 감성에 작용하는 이른바 비물질노동만 담당하게 되었다. 문제는노동자들이 노역에서 벗어나 작업인이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리어 비물질 노동을 제외한 영역의노동자들은 해고되거나비정규직으로 전락하였다. 자동화는 지금도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될 것이다.물론 비물질 노동도표준화, 자동화의 여지가 있으면 같은 운명을 겪을 것이다. 탈근대시대의 잔인한 제국은 전문가와 노동자를 분리한것이 아니라전문가와 실업자를 분리한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노동자의 기회다. 이런기계화 자동화를 가능하게 한 기반이 바로 지식·정보 혁명이기 때문이다. 지식·정보혁명은이른바 일반지성, 대중지성을만들어내었다. 즉 지성이 개별 두뇌에서 벗어나 사회 전체의 네트워크에 자리잡은 것이다. 한 천재의지적 소산은 생산과 동시에 전세계의 지식네트워크에 자리잡는다. 지식은 경계가 없으며, 공유가 가능하며, 배타적인 소유가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는 지배집단에게큰 위협이다. 경영자는 자신의 경영비법을 마법의 돌처럼 숨길 수 없으며, 미국의 교육이론으로무장했던 교육학자는 일반교사보다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없다. 지식은 네트워크 속에 편재하며 누구나 여기에 접속하여 창조적인이접을 이룩할 기회를 가질 수있다. 그 결과 과거 제도적으로 인정되던 일부 전문직의 독점력은 무너지며, 모든 영역에서 창조적이접을 통한 전문직화가 가능하게되었다.
이런 이유로 교사의 연구는 이중의 의미를가진다. 우선 치열한 연구는 교사가 교사로 생존할 조건이다. 앞으로 교사가 지속적인 연구를통해 자신의 전문성을 입증하지 못하면교육시스템의 단순 노무직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교사의 치열한 연구는 해방적의미를 가지고 있다. 교사는 수십,수백 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수천, 수만가지 교육적 상황을 구성한다. 게다가 교육학은 일부전문가, 일부 교수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교사들이 언제든지 접속할 수 있도록 편재되어있다. 수 많은 교육적 상황을 구성할 수 있는교사는 이런 교육학 이론을 창조적으로이접함에 있어 일부 전문가, 교수들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따라서 교육학의이론과 실천, 구상과 집행의 분리는붕괴되며, 그 주도권은 교사가 차지하게 된다. 이제 교사는 다양한 교육적 실험과 창조를 위한이론적 기반을 교육학자나 교수들에게의존할 필요가 없다. 대중지성의 네트워크 속에서 마음껏 이를 끌어와서 사용하고 그 결과를 다시네트워크에 환원시켜 이를 다른교사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교사와 교육학자의 경계는 파괴되며 합체된다. 이때 흡수되는 쪽은교육학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거꾸로 말하면 교육학자를 흡수하지 못할 경우 교사는 학습 프로그램의 단순 보조자 수준으로 격하되고말 것이다. 선택은 교사의몫이다.
# by | 2008/06/12 20:24 | 교육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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