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이제 꺼졌다.

오호통재라!

잠시 반짝이던 촛불의 물결이 이제 슬슬 꺼져간다.
자생적인 다중과 그들에 빌붙어 꺼져가던 명줄을 이어가려던 자칭 좌파, 자칭 진보들의 어색한 조합이 끝내 이런 결과를 빚었다.
사회당, 공산당에게까지 "당신들도 타도대상이다."라며 당당하게 맞선던 유럽과 미국의 청년들이 68혁명을 이끌어 내었다면, 우리 젊은이들은 너무 양순해서 너무 손쉽게 저 구좌파들에게 상좌를 양보하고 그들을 어른으로 모시고 말았다. 30이상은 믿지마라면서 진보고 보수고 가리지 않고 기성세대를 모두 조롱했던 저 로큰롤 키드들의 발칙함이 우리 촛불 청소년들에게는 아직 없었다. 우리에겐 그런 문화적 자원도, 그럴 터전도 없었던 것이다. 우리에게는 흑인들의 랩에 해당되는 저들과 구별되는 우리를 규정하는 그런 공통의 문화, 공통의 장소가 없었다. 그래서 차라리 저들에 해당되는 소위 진보단체들의 허접한 리더쉽에 허정허정 끌려다니다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하지만 새로운 주체성(정체성)의 가능성을 맛보았고, 이런 새로운 정체성은 적대의 대상이 있는 한, 그리고 이들이 맘 붙일 공통의 장소가 구성되지 않는 한 언제든 다시 웅축될수 있음을 확인한 이상 희망은 진행형이다. 그리고 원래 정보사회의 새로운 주체성들은 분출되고 조직화되고 점점 커져서 통일되어가는 그런 근대적 민중과 거리가 멀다. 이들은 자신들의 분노나 격정이 흘러나갈 특이점을 찾아 끊임없이 부유한다.

이번 촛불 파고는 따라서 민중봉기식의 모델이 아니라 일종의 스웜(Swarm)모델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정치세력화와 조직화를 꾀하면서 사파티스타가 그만 1994년의 활력을 잃어버리고 지지부진했듯이 이들은 이렇게 불쑥불쑥 분출하는 그런 스웜투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들은 민노당, 민노총, 전교조를 향해서도 촛불을 들 것이다. 이번에는 단지 연습이었을 뿐이다.

다음에는 어디서 또 터질까? 기존의 민족, 계급의 프레임에 같혀 있는한 결코 다음을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자리를 볼 수 있는 유연하고 날렵한 눈으로 끊임없이 다음 스웜 지역을 모색해야 한다. 그럴 능력이 있으면 그럭저럭 진보 소리 들을 것이며, 기존의 투쟁을 고집한다면 그건 천상 수구보수 소리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강기갑, 박석운, 오종렬, 이석행, 천영세는 이번에 촛불을 무력화한 5적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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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8/05/22 22:47 | 사회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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