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에 나선 아이들에 대한 정태인 선생의 소회와 그 반응들

진보신당 게시판에, 작년까지만 해도 각종 자타칭 진보단체의 단골 연사로 초청되었다가, 졸지에 미제의 간첩이라고까지 불리게 된 정태인 교수가 아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 현상을 과거 운동권의 패러다임으로 포착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당원들간의 토론이 있었고, 자연스레 탈근대, 네트 전쟁으로 이야기가 모아졌습니다.
정태인 샘의 글과 그 덧글들을 여기 옮겨 둡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정태인(경제평론가)

 

이 봄에 나는 부끄럽다

 

선입견이 산산이 깨진 날이다. 부러 30분쯤 늦게 갔더니 도대체 발디딜 틈이 없다. 만나기로 한 사람 쪽으로 가는 건 포기한다.

 

이건 또 뭔가? “정** 15살 나는 살고 싶어요” 비슷비슷한 ‘절규’를 가슴에 매달고 어린 여학생들이 재잘거리고 있다. 이건 난장이다. 축제다. ‘절규의 축제’다. ‘주체도, 목적도 없는 역사’는 이런 현장을 말하는 것인가, 생각은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는다.

 

한미 FTA 반대운동을 하면서 반복된 지긋지긋함이 거기엔 없다. 기껏 몇십명이 모여 ‘님을 위한 행진곡’ 부르고 유명인사들의 ‘연대사’, 그리고 간간히 섞이는 구호가 없다. 치켜 드는 주먹도 없다.

 

우리의 어린 딸들이 꽉 막힌 길을 단숨에 돌파해 버린 것이다. ‘결사반대’가 아니라 ‘죽기 싫다는 호소, 아니 차라리 투정’으로 활로를 열어제꼈다.

 

“상고 다니는 머리 나쁜 나보다도 왜 대통령이 더 머리가 나쁜가”라는 귀여운 독설에 대중들은 환호하고 “미친 소, 너나 먹어”라는 정곡을 찌르는 구호가 자발적으로 봄밤을 누빈다.

더 나간다. 0교시도, 민간의료보험 확대도 이들의 비판을 피해가지 못한다. 이들은 이 사회의 문제점을 본질부터 꿰뚫는다.

 

2년여, 전국을 돌아 다니면 뭐 하는가? 길이 어디에 있나 밤새 고민하고, 정부 비판을 논리적으로 써댄들 무엇이 바뀌었는가? 이렇게 아이들이 한방에 날려 버리는데... 나는 웃으면서. 눈물을 글썽이며 부끄럽다. 나의, 우리의 무능이 ‘4.19도 아닌데’ 이 아이들을 거리에 모았다.

 

거짓말, 거짓말, 또 거짓말

 

혹자는 말한다. 중간고사도 끝났으니 해방감에 나왔다고. 그럴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광우병이지?

 

정부는 말한다. 인터넷에 떠 도는 유언비어에 현혹된 거라고. 그런 면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광우병 유언비어에만 현혹되지?

 

광우병 문제, 정확히 ‘미국 쇠고기 재수입 문제’에 관해서 정부는 2대에 걸쳐 거짓말을 끝없이 반복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아니 자신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스스로를 세뇌하는 중이다.

2003년 12월,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생했고 수입은 중단됐다. 2005년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FTA를 하자고 매달렸고 미국은 쇠고기 수입 재개를 4대 선결요건으로 내걸었다. 2006년 1월 “30개월 미만의 뼈없는 쇠고기 수입”에 합의했다. 2월의 한미 FTA 협상 개시에 맞춰 서둘러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4대 선결요건이란 존재하지 않고 단지 통상현안일 뿐이라고 했다. 그해 5월 MBC PD 수첩이 제4차 대외경제위원회 문건을 공개하자 대통령은 ‘4대 선결요건이라는 용어의 존재’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 뒤, 지금까지도 정부의 공식입장은 여전히 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수입은 재개됐고 전수검사 중에 SRM(광우병 위험물질)인 등뼈가 발견되는 등 계속 합의 위반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손톱만한 뼛조각 하나에도 전량을 반송하던 정부는, 미국의 항의에 뼛조각이 나온 상자만 반송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한미 FTA 협상은 한창 진행 중이었지만 그와는 관계없는 변경이라고 정부는 말했다. 대통령은 중간에 “농산물도 국제 시장경쟁에 노출되어야 한다”고 말했고 지지부진하던 농산물 협상은 급진전됐다.

 

2007년 3월 말, 한미 FTA 협상 타결 막바지에 한국 대통령은 부시 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OIE의 검역기준의 수용과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합의’를 약속했다. 그리고 4월 2일 협상은 타결됐다. 한국 대통령은 한미 FTA와 관계없이 뜬금없이 쇠고기 위생검역조건 개정 협상을 약속했다고 지금도 주장한다. 한미 FTA 타결을 위해 노력하자고 전화한 대통령이 느닷없이 아무런 관계도 없는 쇠고기 얘기를 꺼냈다는 얘기다.

 

2008년 4월 이명박 신임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했다. 19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와 정상회담을 하기 하루 전,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다. 30개월 미만의 경우 SRM도 수입하고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도 수입하며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한국정부는 수입을 중지시킬 수 없다.

 

타결 발표 이전에 이명박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열린 ‘CEO 라운드 테이블’에서 타결 소식을 전했고 참석자들은 환호했다. 대통령과 외교부장관, 그리고 경제수석이 전날 심야 긴급회의했다. 물론 정부의 공식입장은 이런 극적 장면도 대통령의 방미는 물론 한미 FTA와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더 커져 나갈 함성

 

“30개월 미만의 뼈없는 쇠고기”가 한미 FTA 착수의 선결요건이었다면, “30개월 이상 뼈있는 쇠고기, 그리고 SRM을 포함한 30개월 미만의 뼈있는 쇠고기”는 한미 FTA 미국 의회 비준의 선결요건이다. 이 명확한 사실을 정부는 부정하고 있다.

 

이제 하이라이트. 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 협상 타결로 한국민은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먹게 됐다고 평가했다. 아이들은 “나 아직 15살이에요. 살고 싶어요”로 대답했다. 또 다시 대통령은 시장이 해결한다고 대답했다. 그리 생각하면 먹지 않으면 그만이고, 사람들이 안 사면 업체들이 수입하지 않을 것 아니냐는 경제학 개론 수준의 사고이다. 애들이 대답한다. “급식은 어떻게 해요? 군대가선 어떻게 해요?” KO패.

적극적 거짓말이 필요했다. 뼛조각 하나도 위험하다며 전량 반송을 지시했던 바로 그 공무원이 이제는 미국 소는 모두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수입하면 안된다고 아우성치는 국민들 보라고, 바로 그 국민이 낸 세금 몇억원으로 12개 신문 1면 하단에 미국 쇠고기 홍보 광고를 냈다.

 

이제 확률론도 동원했다. “로또 복권을 맞고 벼락을 맞을 확률”이라거나 “홀인원을 치고 벼락을 맞을 확률”이란다. 광우병에 관한 지식의 절대적 부족으로 그 어느 누구도 그럴듯한 확률을 계산하지 못하겠지만 그들 주장 중 가장 적은 확률은 1/45억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4500만명이 매일 이 사건을 독립시행한다면(즉 미국 쇠고기를 먹는다면, 그리고 우리는 매일 국을 먹는다) 100일이면 1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게 된다.

 

이유도 별로 찾을 수 없는 정부 정책 때문에 아무런 잘못도 없이 희생되는 연간 3명은 과연 적은 숫자일까? 환경과 건강 정책의 제1원리인 사전예방의 원칙만 지켜도 희생되지 않을 3명은 젊은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바보같은 짓을 왜 하는가? 아이들의 ‘절규의 축제’는 이제 어른들의 ‘침묵의 축제’로 길게 이어질 전망이다.

 

관계없다 말 했으니 차마 입을 떼지 못하겠지만 오로지 한미 FTA, 그리고 한미동맹 때문이다. 한미 FTA 얘기는 더 하지 않아도 작은책 독자들은 질리도록 들었을테니 여기서 맺는다. 다음 호에는 광우병, LMO 등 한미 FTA와 함께 찾아온 먹을거리 공포에서 벗어날 길은 오직 생태주의를 실천하는 것이라는 글을 실을 예정이다.

 

 

 

도대체 여고생들이 만들어낸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어제 인터넷 방송하러 갔지만 진교수나 저는 방송보다 인터뷰를 더 많이 당했습니다.

우석훈박사는 새로운 세대라고 그답게 간단하게 처리했지만, 전문가나 또는 활동가들이

2년여 그렇게도 원했던 상황이 어떻게 우리 눈 앞에 펼쳐졌는지,

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 우리 당의 역할은 무언지...

나이 50이 됐는데도 딱 답이 안 떠 올라 묻습니다.

지난 열흘 매일 고민했지만 답을 몰라서, 그래도 마감일 때문에 쓴 글을 첨부합니다.
(내 생애 처음으로 답을 정말 모르면서(언제나 틀렸지만 답을 안다고 생각하면서 써왔는데
그러지 못한 채) 쓴 글입니다)

인터넷 방송이 없었으면 아마 펑크냈을 글일지도 모릅니다^^ 조피디께 감사...

 



도대체 여고생들이 만들어낸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어제 인터넷 방송하러 갔지만 진교수나 저는 방송보다 인터뷰를 더 많이 당했습니다.

우석훈박사는 새로운 세대라고 그답게 간단하게 처리했지만, 전문가나 또는 활동가들이

2년여 그렇게도 원했던 상황이 어떻게 우리 눈 앞에 펼쳐졌는지,

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 우리 당의 역할은 무언지...

나이 50이 됐는데도 딱 답이 안 떠 올라 묻습니다.

지난 열흘 매일 고민했지만 답을 몰라서, 그래도 마감일 때문에 쓴 글을 첨부합니다.
(내 생애 처음으로 답을 정말 모르면서(언제나 틀렸지만 답을 안다고 생각하면서 써왔는데
그러지 못한 채) 쓴 글입니다)

인터넷 방송이 없었으면 아마 펑크냈을 글일지도 모릅니다^^ 조피디께 감사...

14 댓글
부정변증법
부정변증법
다중의 도래입니다. 네트워크사회의 도래입니다. 근대적 패러다임으로는 절대 포착도 설명도 하지 못합니다. 아마 윤수종 선생 강연 듣고 긴가민가 했지만, 이제 눈 앞에서 확인했습니다.
2008-05-10 12:29:12

한울
왜 눈물이 날까요...
"....우리의 무능이..아이들을 거리에 모았다..."

.고생하셨어요...
2008-05-10 13:06:22

만약 노무현과 개혁장사꾼들처럼 자기들의 행동을 '개혁'이라는 포장지로 감싸는 데 유능한 작자들이 용의주도하게광우병협정을 맺었어도 이런 상황이 가능했을까요? 지금의 현상은 분명 '명박효과'입니다. 그토록 솔직하고 단순무식하게 제 계급의이해만을 생각하는 불도저가 우리의 맞은 편에 떡하니 앉아있기에 가능한 현상입니다. 이걸 두고 새로운 세대니 뭐니 해대는 건 참팔자좋은 소리일 뿐입니다.

어쩌면 몇몇의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는 광우병 사태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죄없이 찢어발겨 죽임을 당한 이라크 전쟁을 놓고비교해봅시다. 왜 저들은 두 가지 사안에 대해서 이렇게나 다르게 행동할까요? 단지 폭탄은 이라크에 떨어질 뿐 서울에 떨어지는 게아니라서?

지금 몰려든 사람들은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시민의식, 딱 그 만큼의 상식수준의 행동만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명박과 그 무리들이워낙 비상식적인 일을 저질렀기에 일어난 일입니다. 만약 저들이 체제가 낳은 다른 비극을 접했을 때 이번과 전혀 다른 반응을보인다면 그땐 어떻게들 설명할 터인지?

이런 상황에서 정당, 조직, 활동가의 역할이 필요한 것인데 진보신당이며 이런저런 조직들은 한발 더 나아갈 생각을 하기 보다는혹시나 자신들이 뜻하지 않게 얻은 청중의 규모가 줄어들면 어쩌나, 인기관리하는 연예인처럼 대중들만 바라보고 있으니 이건 아니지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촛불 중 단 몇 프로라도 투쟁하는 노동자의 대열에 함께 할 수 있다면, 전혀 다른 삶의 양태를 보고서 이건 아니지 않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2008-05-10 13:11:28

voyager7

지금의 흐름을 규정할 만한 내공은 없지만, 저는 새로운 세대나 새로운 대중이 도래했다고 판단하는 건 과잉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미선-효순, 탄핵반대 때처럼 자신들의 불안과 불만을 마음껏 토해낼 수 있는 대상이 있기 때문에 터져 나오는, 진보적 성격 보다는오히려 보수적 성격을 지닌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10대 소녀들이 많이 참가하는 건 그 만큼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와불안이 남다르면서도 불만 표출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덜 하기 때문 아닐까요?

그나저나 광우병 위험도 위험이지만 벌써 세 분의 축산농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이 사태를 절박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니 이제진보신당은 시야를 넓혀 이 부분에 관해서도 주목하고 문제제기를 해야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은 거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정말로'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먹으려면 한우 축산 농가의 지원과 광우병 예방대책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말많고 탈많은 쇠고기를 수입하는이유는 거대자본의 패권을 확대해 다양성을 죽이고 빈부격차를 확대시킬 한미 FTA에 있는데, 한미 FTA 반대론을 꺼냈다간FTA반대를 '정치공세'로 규정하는 mb정권과 보수세력, '비정치성'을 추구하는 대중들 양쪽으로부터 반발을 사게 되니...


첨부파일이 IE로는 잘 열리는데 불여우에선 확장자가 잘못 지정되어 저장되네요.
2008-05-10 13:12:12

김유평
한미FTA 비준 반대론이 제기 되어야지요. 이 상황에서 거기까지 정치적 파급효과를 넓히지 못하면 곤란하죠
2008-05-10 14:03:29

2010
기존의 '운동권'들이 종파주의적 입장 때문에 심각하게 왜곡시켜 놓은 '사회운동론'중의 하나가 문제되는 상황인듯하군요.
[객관적 상황]과 [주체]의 문제.

NL-PD 간 화석화된 논쟁의 결과물로 마치 어느 한 정파가 어느 한 쪽만이 절대 진리인 양 왜곡하며
양 진영 공히 <현실분석>의 정확성에서 철저하게 멀어져갔다고 저는 봅니다만.

[상황]과 [주체]의 문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실존적 조건 안에서 어느 한쪽이 유동적으로 우선순위에 섰다가, 뒤로 빠지다가 하는것이겠지요. 뭐, 비단 [상황]과 [주체]의 문제만이겠습니까? <양면성>이 곧 <통일성>과 한몸인 세상모든 '개념'의 운동방식이 그러하겠지요.


암튼, 이 두 단어를 통해 당면한 상황을 본다면,
미친소 이전과 이후로 구분지어 볼 필요가 갑자기 생겼는데..

미친소 이전-이후 실상, 본격적 [상황]의 도래와 그에 비해 미비한 적합한[주체]가 문제가 될..상황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지요.

허나, 미친소 이전에는 [상황의 도래]는 목전에 닥쳤는데, [주체의 형성]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었던 상태. 즉..
1. <주체>가 바뀌어야한다는 것은 다 동의하지만,
그 "혁신"의 내용이,세대 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에 대해선 전혀 안개속이었던.
2. 혁신을 얘기하는 우리 자신조차 "보수"로 규정당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상상도 못하며 여전 추상수준에서 오만했던.

그런데, 미친소 이후 달라진 것은 이것이죠.
1. 아! 진짜 [상황]의 구체적으로 눈 앞에 펼쳐졌구나!
2. 어? 우리가 말해왔던 [혁신]의 실체가 저건가?
급기야 3. 오마이갓! 나도 '보수적'일 수 있는 존재였구나!

그럼, 이 상황을 총체적으로 새로운 세대의 도래로 [주체]의 위기가 극복된 상황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
저는...아직은 NO!입니다. 이제 문제의식이 구체화되고 본격화 하기 시작했을 뿐.

대중의 자발성은 <구체적인 기회>를 만들어 공간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대중'이 곧 '정치집단'은 아닌것입니다. 제대로된 주체가 없으면 대중이 만들어내는 그 우연같은 필연적인 공간들은 곧 폐쇄되어 버리기 마련이죠. 아무런"생산성'도 없이...반복되는 역사의 단면입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본격적인 정치적 재편을 위해 우연인양 대중이 만들어준 공간을 제대로 다지고 확장시켜낼 제대로된 된 주체가 아직은 형성되기 시작한 단계인거겠죠. 이 얘긴 아직, 근거없이 '승리'를 꿈꿀 때가 아니란 말이죠.

그렇다고해서 이 국면이 그저 우연이거나 순간의 바람에 불과한가?
이것도 저는 NO! [[희망][가능성][방향]이 구체적으로 그 모습을 드뎌 드러내었다. 정도의 평가는 해도 좋을 듯 합니다.
이제 남은 숙제는 그 막연했던, 새로운 [주체]의 문제, 또는 새로운 주체의 세대확정, [주체혁신]의 구체적인 모습을
확신을 가지고 본격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던진 문제의식으로 돌아가 간단히 정리하자면,
객관적 상황은 앞으로 장기화된다. 예상했던 대로.
문제는 [주체]다!
그렇기 때문에 성급하게 <깃발>운운하며 선동질 하기 보다 넓고, 멀리, 깊게 내다보면서
[주체]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고 준비해야한다.


이런 생각입니다.^^

2008-05-10 14:20:25

웅얼거림
아니다 싶으니 행동에 나서는 것을 가로막을 '부정적 준거경험'의 부재가 몸을 가볍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대체로, 다른 무엇이 아니라, "진짜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고, MB가 싫은 것이 행동하는 이유의 전부인 친구들일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집회장에 모여 촛불 켜는 것은 대단한 실존적 결단이 필요한 것이 아니며, 제도화된 민주주의에서는 대통령을날려 보내는 것도 아주 심각한 일은 아니지요. 그리고 정확히 그 수준에서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생각할 건... 모 그냥 함께 어울리며, 다만 어떻게 쓸데 없는 것 가르치지 않을지 하는 것입니다. 향후 그들이 행동을 움찔하게 만들 부정적 전거를 쌓아주면 안되니까요.
2008-05-10 14:26:21

백승민
정말 감동적인 글이에요! ^^ 학생들이 거리로 나오는 이유를 분석하기엔 제 능력이 모자라지만, 당은 "광우병 반대" 목소리를 신자유주의 정책 전반에 대한 반대로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8-05-10 15:17:31

부정변증법
이미 1994년 사파티스타, 1999년 시에틀을 계기로 미국 국방연구원(RAND)은 정규군, 게릴라도 넘어네트워크 전쟁의 시대가 도래했으며, 이제 그들의 적은 조직을 이루고 있는 계급이나 인민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왕왕거리며 모였다흩어졌다를 반복하는, 그러나 예측할수도 없는 그런 불특정 다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럼스펠드가 목매들은 미군 우연화,신속대응군 전략도 바로 여기 대응하려고 했던 것이죠
voyager7 /작금의 사태를 완결로 본다면 과잉해석이겠지만, 이 변화의 단초를 포착하지 못한다면, 그 순간 우리도 수구꼴통이 되는겁니다. 전위당에 의한 대중의 지도라는 노선이 완전히 날아가 버린 사태입니다. 미선/효순이 시위의 재현이라기 보다는,미선/효순 시위때 이미 조짐이 보인것을 우리 우매한 자칭 진보진영이 보지 못했다는 것이 올바른 해석일 것입니다. 1996년의노동자 대투쟁, 2002년의 월드컵, 미선/효순, 2004년의 탄핵까지 세번이나 나타난 현상인데도 아직도 새로운 주체가 도래하고있음을 포착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잘못입니다. 1500개 시민단체? 그들의 두령들은 전혀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그냥 그 속에서 뭍혀야죠. 진보신당 부스 역시 진보신당이 아니라 진중권, 정태인의 부스가 되더군요. 하나의 덩어리로 규정되는것을 싫어하고, 그럼에도 하나의 공통이슈를 중심으로 뭉칠수 있는 그런 집단이더군요.
하지만 이명박네도 역시 갈피를 못잡기는 마찬가지입니다. 70년대에는 참수모델(두목을 잡아 죽임), 8-90년대에는말살모델(근거지를 말려버림)으로 대응했던 저들인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어찌 할 길이 없는겁니다. 두목을 잡아요?두목이 없죠.근거지를 말살해요? 중심세력권이 없습니다. 언제든지 옮겨다닐수 있습니다. 포털을 막아요? 그럼 포털을 만들겠죠. 해외 포털,UCC닥치는대로 쓰겠죠. 검사들이 그렇게 눈을 부라려도 불법공유, 음란물 공유 못잡듯이.

언제 어디서 어떤 이슈로 터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막으려는 놈들도 갑갑하고, 우리처럼 터뜨리려는 사람들도 갑갑합니다.80년대에는 확실히 터뜨릴수 있는 고정된 이슈들이 있었죠. 그런데 이제는 그 이슈들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겁니다. 그러니 우리가관심사를 매우 다양히 넒게 가져가고, 이슈들을 폭넓게 바라보면서 럼스펠트말따나 신속대응 태세를 갖출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자본가들이 이 원리를 먼저 터득했죠. 그 고통이 비정규직화로 현상하고 있지만...
2008-05-10 15:23:19

별밤
정태인 님// 그냥 느낌만 말씀드리자면 "20년 동안 투쟁한 늙은 좌파가 못한 것을 20살도 안 된 소녀들이 하고 있다" 는 거군요... ^^;
어쩌면 민주주의는 너무나 가까운 곳에서, 실망하고 무시해왔던 곳에서 우리를 주시한 채 쭉-있어왔지 않았던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돌 님// 솔직히 국민들에게 좌파적이냐, 우파적이냐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광우병 반대 여론을 '지극히자본주의적인 시민의식' 으로 규정짓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고 봐요. 바로 '자본주의적'이라는 부분에 문제제기합니다. 생존권과검역주권을 두고 정부에 저항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자본주의적인 특징'이 어디에 있는지 전 궁금하군요. 그저 노동계급투쟁에뛰어들지 않는다고 해서 '자본주의적인 시민의식의 발로'라고 말씀하셨다면, 그건 너무나 '노동계급투쟁 중심적인 생각'이라고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프랑스 2월 혁명 때에도, 러시아 혁명 때에도 민중들이 '사회주의적'이었기 때문에 혁명을 만들어갔다고는 생각하지않습니다. 현실적인 억압이 목숨을 위협했기 때문에 몇 가지 계기로 폭발했던 것이죠. 물론 더 많은 기회와, 부와, 권력의 분배는근대적인 지향으로는 '사회주의적'이긴 합니다만, '사회주의적 민중'들이 혁명했다기보단 소박한 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봐야할 거 같네요.

부정변증법 님// voyager7 님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전 이 현상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확히 말하자면"다중은 언제나 도처에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위가 규정짓기 이전에, 이미 다중은 존재하고 있었던 거죠. 물론 우리네서민들이 천민자본주의에 얽혀있는 건 사실이예요(이런 점에서는 돌 님의 관점도 틀리진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혁명적인 상황에서 그 상황을 밀고 나가는 사람들은 항상 대중들이었으니까요...
2008-05-10 16:28:18

2010
부정변증법님 얘기까지 종합해서 일단 정리하자면..

좀 과도하게 단순화 시켜 현재의 [질서]를 구축하는 주체를 크게 세덩어리로 나눠본다면..
1. 지배전략과 통제전략을 내어오는 선도적이고 압도적 우위의 지배세력
2. 그에 대척점에서 헤게모니를 조절해내는 대중 또는 다중
3. 2의 성과들을 집적해서 반대전선의 축을 형성해야하는 범진보정치진영

기존의 전개과정을 보면
1과 3을 양대축으로하는 기계적인 대립-권력교환 순환과정이었다고 볼수 있을터이나
(현재 비판받는 '운동권'적 속성-기계적인 이론적용/기계적인 실천양태-도 이런 맥락안에서 어쩌면 당연한 역사적 과정이었을 테죠)
작금의 상황은 질서전체가 또는 총체적으로
불특정성-신속성-고밀도..를 특징으로 하는 [유기체]의 성격으로 급전환하고 있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여기서 강한 한국적 특수성은 <2. 대중..>이라는 단위의 유기체화가 급속히 진행된 반면
1. 과 3. 의 경직성이 그에 비해 빨리 해체되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 정도?
즉 [광의의 사회문화 VS 정치] 또는 [토대 VS 상부구조] 또는 [대중 VS 정치집단] 사이의 괴리
- 즉, 문화지체현상이 다소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따라서, 1.과 3.중 어느 쪽이 더 먼저 <2. 다중..>의 속성과 그에 다른 객관적 상황 변화에
[발빠르게][다각도]로 대처할 능력을 구비하느냐...가 질서재편의 관건이 되리라 보여집니다.

물론 현재로는 1. 이 권력을 쥐고 있으니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점에 있어 보이나
한편 수권세력이라는 것은 (지난 10년동안 우리가 겪어온 것 처럼)
그만큼 변화의 필요성에 둔감하고 변화대응력이 느리다는 본성적인 한계도 내재하기 때문에
그런 지점에서 틈새의 잇점이 있을 수도 있을 듯.
2008-05-10 16:43:54

sx90
수고 많으셨습니다. 젊음에는 알수없는 어떤 힘이 있는것 같습니다. 나도 그런때가 있었는데 흑. 그곳에어른들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고요 보답으로 반드시 제대로 된 교육개혁 이루어냈으면 합니다. 복종위주의 입시로줄세우기에 완전히 길들여진줄 알았는데 살아있었군요. 부끄럽다는 말씀엔 뭐라 할말이 없네요.
2008-05-10 18:30:56

이류
지금까지는 인터넷으로 간간히 표출되던 십대들의 자신들만의 급진적 의사표현이 네트의 무정부성(무차별악성댓글놀이)으로 인해 좌충우돌 유야무야 은폐되다가 제대로된 '기회'와 '공간'이 생긴 듯 해요. '소심'과 '결단' 사이를이어주는 틈.
10대만이 아니라 요즘 주변의 20대중에도 촛불시위에 참여한 후, 자신이 살아오면서 짧은 시기에 이토록 많은 정치적 의사표현을한적이 한번도 없다며 막 흥분하며 말이 많아지는 애들이 있더군요. 얘네들 미선이 효순이, 탄핵 각종선거때는 거의 관심안보이던소심하고 시니컬한 애들인데, 자기만의 의사표현과 행동이 먹혀들혀 들어간다는 것에 스스로도 상당히 놀랍다는 투의 반응...
정치세력에 수동적으로 이끌리는게 아니라 스스로 정치주체화 된다는 것에 대한 흥분이나 또는 불안감등등...

2008-05-10 21:49:17

by 부정변증법 | 2008/05/10 22:10 | 사회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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