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10일
촛불시위에 나선 아이들에 대한 정태인 선생의 소회와 그 반응들
정태인 샘의 글과 그 덧글들을 여기 옮겨 둡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정태인(경제평론가) 이 봄에 나는 부끄럽다 선입견이 산산이 깨진 날이다. 부러 30분쯤 늦게 갔더니 도대체 발디딜 틈이 없다. 만나기로 한 사람 쪽으로 가는 건 포기한다. 이건 또 뭔가? “정** 15살 나는 살고 싶어요” 비슷비슷한 ‘절규’를 가슴에 매달고 어린 여학생들이 재잘거리고 있다. 이건 난장이다. 축제다. ‘절규의 축제’다. ‘주체도, 목적도 없는 역사’는 이런 현장을 말하는 것인가, 생각은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는다. 한미 FTA 반대운동을 하면서 반복된 지긋지긋함이 거기엔 없다. 기껏 몇십명이 모여 ‘님을 위한 행진곡’ 부르고 유명인사들의 ‘연대사’, 그리고 간간히 섞이는 구호가 없다. 치켜 드는 주먹도 없다. 우리의 어린 딸들이 꽉 막힌 길을 단숨에 돌파해 버린 것이다. ‘결사반대’가 아니라 ‘죽기 싫다는 호소, 아니 차라리 투정’으로 활로를 열어제꼈다. “상고 다니는 머리 나쁜 나보다도 왜 대통령이 더 머리가 나쁜가”라는 귀여운 독설에 대중들은 환호하고 “미친 소, 너나 먹어”라는 정곡을 찌르는 구호가 자발적으로 봄밤을 누빈다. 더 나간다. 0교시도, 민간의료보험 확대도 이들의 비판을 피해가지 못한다. 이들은 이 사회의 문제점을 본질부터 꿰뚫는다. 2년여, 전국을 돌아 다니면 뭐 하는가? 길이 어디에 있나 밤새 고민하고, 정부 비판을 논리적으로 써댄들 무엇이 바뀌었는가? 이렇게 아이들이 한방에 날려 버리는데... 나는 웃으면서. 눈물을 글썽이며 부끄럽다. 나의, 우리의 무능이 ‘4.19도 아닌데’ 이 아이들을 거리에 모았다. 거짓말, 거짓말, 또 거짓말 혹자는 말한다. 중간고사도 끝났으니 해방감에 나왔다고. 그럴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광우병이지? 정부는 말한다. 인터넷에 떠 도는 유언비어에 현혹된 거라고. 그런 면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광우병 유언비어에만 현혹되지? 광우병 문제, 정확히 ‘미국 쇠고기 재수입 문제’에 관해서 정부는 2대에 걸쳐 거짓말을 끝없이 반복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아니 자신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스스로를 세뇌하는 중이다. 2003년 12월,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생했고 수입은 중단됐다. 2005년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FTA를 하자고 매달렸고 미국은 쇠고기 수입 재개를 4대 선결요건으로 내걸었다. 2006년 1월 “30개월 미만의 뼈없는 쇠고기 수입”에 합의했다. 2월의 한미 FTA 협상 개시에 맞춰 서둘러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4대 선결요건이란 존재하지 않고 단지 통상현안일 뿐이라고 했다. 그해 5월 MBC PD 수첩이 제4차 대외경제위원회 문건을 공개하자 대통령은 ‘4대 선결요건이라는 용어의 존재’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 뒤, 지금까지도 정부의 공식입장은 여전히 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수입은 재개됐고 전수검사 중에 SRM(광우병 위험물질)인 등뼈가 발견되는 등 계속 합의 위반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손톱만한 뼛조각 하나에도 전량을 반송하던 정부는, 미국의 항의에 뼛조각이 나온 상자만 반송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한미 FTA 협상은 한창 진행 중이었지만 그와는 관계없는 변경이라고 정부는 말했다. 대통령은 중간에 “농산물도 국제 시장경쟁에 노출되어야 한다”고 말했고 지지부진하던 농산물 협상은 급진전됐다. 2007년 3월 말, 한미 FTA 협상 타결 막바지에 한국 대통령은 부시 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OIE의 검역기준의 수용과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합의’를 약속했다. 그리고 4월 2일 협상은 타결됐다. 한국 대통령은 한미 FTA와 관계없이 뜬금없이 쇠고기 위생검역조건 개정 협상을 약속했다고 지금도 주장한다. 한미 FTA 타결을 위해 노력하자고 전화한 대통령이 느닷없이 아무런 관계도 없는 쇠고기 얘기를 꺼냈다는 얘기다. 2008년 4월 이명박 신임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했다. 19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와 정상회담을 하기 하루 전,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다. 30개월 미만의 경우 SRM도 수입하고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도 수입하며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한국정부는 수입을 중지시킬 수 없다. 타결 발표 이전에 이명박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열린 ‘CEO 라운드 테이블’에서 타결 소식을 전했고 참석자들은 환호했다. 대통령과 외교부장관, 그리고 경제수석이 전날 심야 긴급회의했다. 물론 정부의 공식입장은 이런 극적 장면도 대통령의 방미는 물론 한미 FTA와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더 커져 나갈 함성 “30개월 미만의 뼈없는 쇠고기”가 한미 FTA 착수의 선결요건이었다면, “30개월 이상 뼈있는 쇠고기, 그리고 SRM을 포함한 30개월 미만의 뼈있는 쇠고기”는 한미 FTA 미국 의회 비준의 선결요건이다. 이 명확한 사실을 정부는 부정하고 있다. 이제 하이라이트. 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 협상 타결로 한국민은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먹게 됐다고 평가했다. 아이들은 “나 아직 15살이에요. 살고 싶어요”로 대답했다. 또 다시 대통령은 시장이 해결한다고 대답했다. 그리 생각하면 먹지 않으면 그만이고, 사람들이 안 사면 업체들이 수입하지 않을 것 아니냐는 경제학 개론 수준의 사고이다. 애들이 대답한다. “급식은 어떻게 해요? 군대가선 어떻게 해요?” KO패. 적극적 거짓말이 필요했다. 뼛조각 하나도 위험하다며 전량 반송을 지시했던 바로 그 공무원이 이제는 미국 소는 모두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수입하면 안된다고 아우성치는 국민들 보라고, 바로 그 국민이 낸 세금 몇억원으로 12개 신문 1면 하단에 미국 쇠고기 홍보 광고를 냈다. 이제 확률론도 동원했다. “로또 복권을 맞고 벼락을 맞을 확률”이라거나 “홀인원을 치고 벼락을 맞을 확률”이란다. 광우병에 관한 지식의 절대적 부족으로 그 어느 누구도 그럴듯한 확률을 계산하지 못하겠지만 그들 주장 중 가장 적은 확률은 1/45억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4500만명이 매일 이 사건을 독립시행한다면(즉 미국 쇠고기를 먹는다면, 그리고 우리는 매일 국을 먹는다) 100일이면 1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게 된다. 이유도 별로 찾을 수 없는 정부 정책 때문에 아무런 잘못도 없이 희생되는 연간 3명은 과연 적은 숫자일까? 환경과 건강 정책의 제1원리인 사전예방의 원칙만 지켜도 희생되지 않을 3명은 젊은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바보같은 짓을 왜 하는가? 아이들의 ‘절규의 축제’는 이제 어른들의 ‘침묵의 축제’로 길게 이어질 전망이다. 관계없다 말 했으니 차마 입을 떼지 못하겠지만 오로지 한미 FTA, 그리고 한미동맹 때문이다. 한미 FTA 얘기는 더 하지 않아도 작은책 독자들은 질리도록 들었을테니 여기서 맺는다. 다음 호에는 광우병, LMO 등 한미 FTA와 함께 찾아온 먹을거리 공포에서 벗어날 길은 오직 생태주의를 실천하는 것이라는 글을 실을 예정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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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5/10 22:10 | 사회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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