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라는 유령

1990년 이후 하나의 유령이 세계를 횡횡하고 있다. 그 유령의 이름은 시민사회이다. 시민사회는 현실사회주의권의 몰락과 함께 방향을 상실한 좌파들에게는 그들의 한 줄 남은 정치생명을 유지시켜줄 복음으로 처방되었고, 우파들에게는 국가에 의한 경제 통제라는 좌파의 슬로건을 파괴할 수 있는 자유시장의 수호신으로 천상에서 강림하였다.

한쪽에서는 하버마스나 그람시 같은 신 마르크스주의 학자들의 주석을 깨알같이 달아 놓으며 시민사회를 논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퍼거슨, 허치슨, 흄, 스미스 같은 그 옛날 스코틀랜드 계몽주의까지 끄집어내며 시민사회를 논하고 있다. 도대체 이들은 이렇게 상반된 입장에서 어떤 시민사회를 말하고 있는 것인가? 도대체 시민사회란 무엇인가? 실존하고 있는 어떤 사회를 전제하는 것인가, 아니면 마땅히 존재해야 하는 어떤 규범적인 이념인가?

모두에게 옳을 수 있는 사실은 모두에게 틀릴 수도 있는 사실이며, 사실상 사실이 아니다. 어쩌면 시민사회라는 것이 그럴 수도 있다. 혹은 좌파와 우파가 사실은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그들은 근본적으로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역사는 좌파와 우파가 사실상 동일하다는 식의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게 만든다. 그렇다면 시민사회는 허공중에 쌓아놓은 환상의 성채이며 상상의 산물인가? 그래서 자기 나름대로 하나의 환상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시민사회라고 선언하면 되는 그런 것인가? 이런 식의 단언 역시 지나치게 섵부르다.

그러니 시민사회에 대한 좌파와 우파의 관점을 꼼꼼히 살펴 보고, 그들이 전혀 다른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실상 같은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사회과 교육론에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시민사회 담론, 시민운동론, 혹은 NGO론은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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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8/05/03 18:46 | 철학, 사회학 탐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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