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아이들, 벽을 깨어야...

이제 전교조 간부가 아니라 현장교사로 돌아갔습니다. 사실 이게 저의 본모습이죠. 다행히 전임하고 있던 기간중에 주당 7시간씩 대학교 강의를 맡았었기 때문에, 수업감각은 유지하고 있었는지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복직과 동시에 전근을 가는 바람에 완전 새 학교로 가야 했다는 것.

나도 서먹, 애들도 서먹합니다. 나이탓(?)인지 우리반 애들 이름도 잘 안외어집니다. 그거 일부러 외어야 하나?

 

더구나 세계에서 가장 수줍음이 많은 한국학생들입니다. 우리나라의 모범생들, 미국 기준으로는 거의자폐아에 가깝다고 합니다. 이 수줍음을 깨야 뭐가 되도 됩니다. 특히 중학생들, 그 중 남학생들의 수줍음은 대단합니다. 수즙음은일종의 정서적 저항일수도 있고 아주 복잡한 메카니즘일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교사들의 실천지로 알려진 "3월 한달 꽉 잡아야 한다"는 말은 지극히 잘못된말입니다. 3월 한달은 벽을 깨야하는 기간입니다. 그때 꽉 잡아버리면 영영 아이들은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물론 말은 잘듣겠죠. 하지만 그렇게 말을 듣는 아이들은 아니들이 아니라 좀비들입니다. 시체를 사랑하는 네크로필리아 도착증이 아니라면 그런것은 피해야죠. 물론 3월에 다정히 굴면 기어오를지도 모르죠. 하지만 차라리 기어오른다는 것의 기준을 교사가 먼저 바꿔야겠죠.나는 시체와 좀비와 사랑할 마음은 조금도 없으니까요.

 

다음주부터는 수업시간에 좀 나댈려고 합니다. 쌩쇼도 하고, 복장도 괴상하게 하고. 교사가 먼저망가져야 아이들도 기꺼이 벽을 깨고 망가져줍니다. 제가 하는 수업들은 망가질 각오를 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거든요. 그러고 보면각종 심성수련 같은거 모두에 배치되기 마련인 각종 벽깨기 프로그램들은 거의 다 망가지기 체험입니다. 망가져야 벽이 깨지고,대개의 경우 사회자부터 먼저 망가지죠.

 

공정택이 영어타령 엄청합니다. 교육청에 모든 공문서에 영문공문서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하고 싶을지경입니다. 싸움은 이런식으로 해야죠. 전교조 교사들이 교육청에 모든 문서를 영어로 써서 보내는 역발상... 직원조회때 마이크잡고 영어로 선동하고,,, ㅋㅋ 교육감의 영어실력을 문제삼아 교육감 도중 하야, 불출마 종용 등등...

 

앗 빗나갔다.

좌우간 이제 근엄한 교사의 시대는 간 것 같습니다. 사회 어디에도 근엄함의 자리가 없습니다.근엄함이 전혀 불필요한것은 아니지만, 망가지고 나중에 근엄하는 쪽이 처음부터 무게잡다 결국 무게 풀 기회를 놏쳐버리는 쪽 보다는나을 성 싶습니다.

 

아이들은 분리불안공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개체로 부모, 가족 등등과 점더 분리되어가는 반면,세계와 새로이 관계맺는 자아능력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지체 현상때문이죠. 이때 다시 안전한 어떤 공동체의 구성원이 됨으로써심리적 안정감을 얻고자 하는 퇴행심리가 각종 파시즘,민족주의 등등을 만듭니다. 어쩌면 입시광풍에 학생들이 저항하지 않는것도이때문일지 모르죠. 입시공부라도 하고 있으면 저 절망적인 고립감은 느끼지 않을테니.... 교사들은 이런 아이들이 사랑, 지식,노동을 통해 개체로서 능동적으로 타자와 세계와 관계맺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저 연약한 자아의 벽을 깨고능동적으로 세계와 대면할 용기가 필요하죠. 그런데 처음 보는 선생이 통성명도 하기전에 엄한 모습으로 군기나 잡아댄다면, 이는입시파시즘을 강화하는 일이요, 미래에 권위주의에 복종할 군중을 생산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상의 내용들은 빌헬름 라이히, 에리히 프롬 등등의 정신분석을 공부한 결과 내린 결론입니다.교사들은 막연한 실천지, 전해내려오는 말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판의 무기가 필요하고,해석의 도구가 필요하죠. 이론에만 매몰되는 교사는 좋은 교사가 되기는 어렵지만 이론이 없는 교사는 아예 교사가 아닐것입니다.

 

공부하고, 가르치고, 다시 공부하고, 가르치고....

이제야 제 삶이 좀 온전해 진 것 같습니다.

by 부정변증법 | 2008/05/02 23:00 | 교단 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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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습작 at 2009/08/22 12:07
분리불안공포증이라.. 확실히 그런것 같아요. 제 암울했던 중학생 시절을 생각해봐도 -_-;; 감동적인 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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