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에 주는 고언(1)

전교조의 위기는 사회 변동에 다른 운동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에 기인한 것dl다. 이는 비단 전교조 뿐 아니라 민주노총 등 거대 진보단체 전반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무엇이 바뀌었고, 또 어찌 대처해 나가야 할까?

중앙집중식 운동의 종언

애초 운동단체들의 거대화는 자본의 집중에 조응하는 것이었다. 자본이 계속 집중되면서 여기에 국가가개입하고, 마침내 국가와 거대자본이 하나의 거대한 지배블록을 형성하는 국가독점자본주의로 형성되기 때문에 민중운동 역시 각 분야별운동이 하나로 뭉쳐서 거대한 저항블록을 형성하고자 했던 것이다. 물론 고전적 혁명이론에 따라 각 분야 중 노동운동이 지도적인위치를 차지하는 것이고.

하지만 마르크스도 예견했던 자본가 없는 자본주의는 국가로 집중된 자본주의가 아니라 개개의 전문경영인과 전문가들에게 분산된자본주의가 되었다. 그리고 국가는 이 분산된 전문영역 중 하나로 전락하고 말았다. “딱 한 놈만 패는” 전술은 더 이상 유효하지않게 되었으며, 천지로 흩어진 각 분야들은 하나의 메카니즘으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미노 현상도 기대하기 어렵다. 즉 수도를함락함으로써 끝나는 전쟁이 아니라 적의 진지들을 하나하나 함락시켜 나가야 끝나는 전쟁이 된 것이다. 이미 자본의 진영은 여기에적응해서 게릴라 전술로 나오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대응하는 모습을 보라. 이는 군사독재 시절과구별되는 날렵한 게릴라의 모습이다.

이는 거대 운동단체로 계속해서 집중되어온 민중운동에 경종을 울린다. 모든 진보세력이 이를 구심으로 하나로 뭉치고, 여기에서승리함으로써 진보를 앞당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그런 이슈는 이 다원화 시대에서 더 찾아보기 어렵다. 교육의 이슈는 교육의문제이며, 문화의 이슈는 문화의 문제, 정치의 이슈는 정치의 문제일 뿐이다. 상대가 게릴라로 나오는데 주력부대를 찾아 헤메고있는 모습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게릴라가 날렵하게 전선을 옮겨 다니는 반면 거대 운동조직은 발걸음이 무겁다. 결국 거대운동단체는 아직 그 외형은 유지하고 있지만, 이제 그 동원력이나 영향력에서는 미미하고 무력하기 짝이 없게 되었다.


이제 운동 역시 게릴라전으로, 그리고 적의 진지를 하나하나 함락시켜가는 끈질긴 지구전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거대운동조직은 그 둔한 몸집을 이끌고 스스로 전선에 나가는 것 대신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군 게릴라들의 통신센터가 되어주고,보급창고가 되어주어야 한다.
다행히도 거대 운동조직이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생적인 운동 단체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간의네트워크, 이들 간의 정보교류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교조는 이런 역할에 매우 적합하다. 예컨대 대안적 교육과정을연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서로 연락하고 동지를 찾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거기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 바로전교조다. 물론 정부를 직접 상대로 하는 전국단위의 사업도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지금처럼 모든 사업을 모든 투쟁을 다 하려고해서는 점점 다원화되는 세계에 적응하기 힘들다.

이때 전교조는 연결만 시켜주고 지원만 할 뿐, 이들 운동들을 지도하려 해서는 안 된다. 전교조와 이들 부문 교육운동의 관계는수평적이다. 더 나아가 전교조 조직 자체가 이런 수평적 네트워크로 바뀌어야 하며, 지금 같은 계선조직으로는 여전히 발걸음이무거울 것이다.

by 부정변증법 | 2008/05/07 00:18 | 사회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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