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끊는 새해 되세요^^ by 부정변증법

새해에는 이런저런 계획들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새해 계획과 목표 중 가장 빈번하게 선택되는 것이 아마도 담배끊기 술끊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중 담배야 말로 새해계획의 여왕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유독 이른바 진보진영이라 불리는 쪽의 소위 활동가들은 담배끊기에 소극적입니다. 핑계도 가지가지입니다.
"워낙 고민이 많아서 그렇다"에서부터 시작해서 "담배를 백안시하는것은 양키문화다. 우리 민족의 전통은 남녀노소 다 담배 피우는 것이다."라는 반응까지. 그러나 한결같은 모습은 담배에 대한 태클이 들어왔을때 매우 공격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겨우 그 작은 담배 한개비에 의존해야 할 진보라면 그 진보, 그 운동 걷어치우는게 더 나을성 싶습니다.
2006년 전교조 본부에서 근무했을때 민주노총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내 기억속의 민주노총은 담배노총이지 싶었습니다. 물론 전교조 교사들 역시 흡연율이 교사 평균 훕연율을 월등히 초과했음은 물론입니다. 그러니 민주노총 사람들의 흡연율은 거의 80%에 육박하는 대단한 것들이었습니다.

문제는 흡연율이 아니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흡연문화였습니다. "이 건물은 금연건물입니다."라는 안내문은 당연히 무시당했으며, 화장실에서든, 로비에서든, 심지어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든, 그들의 불붙은 담배를 저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딜가나 쩔은 담배냄새. 심지어 민주노총 본부가 있는 2층은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올라와 사무실로 들어가려면 먼저 흡연실로 변신한 로비를 통과해야 했으니 마치 "너희가 여기에 들어서려면 먼저 담배의 세례를 받아라"하고 선언하는 것 같았습니다. 전교조의 회의실을 빌려쓰곤했던 금속노조의 담배사랑은 그 중 각별했습니다. 그들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면 회의실은 담배연기로 가득찼고, 바닥에는 담배재가 날려다녔습니다. 담배꽁초도 당연히 남아있었고, 심지어 문서파쇄기에 담배꽁초가 꽂혀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좌빨이라 불려봐야 교사에 불과한 사람들은 금속노조의 거친 노동자들에게 뭐라 따지기는 커녕 그 살기등등한 모습에 눈깔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꼴을 보고 진작에 민주노총 따위에 진보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담배 하나가지고 어떻게 그걸 아냐고요? 담배야 말로 그 사람의 파쇼성을 잘 보여주는 숨은 병기이기 때문입니다. 그 까닭은...

1) 담배는 권력입니다. 권력이 타인에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고 인내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담배야말로 가장 강력한 권력입니다. 남의  담배연기는 심지어 흡연자에게도 혐오스럽습니다. 그런데 여러명이 모인 공간에서 그 담배연기를 인내할것을 강요할 수 있다면 그건 그의 권력을 과시하는 것입니다.

2) 담배는 공격입니다. 그 어떤 장소, 어떤 공간이든 담배 한 까치만, 아니 몇 모금만 태우면 그 공간은 담배연기 공간이 됩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인내하면서 복종하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야합니다.

3) 담배는 남성입니다. 어쩌면 마지막 남아있는 남성입니다. 모든 부분에서 착취당해 자존감을 세울것이라고는 남자라는 것 밖에 없는 계급일수록 흡연율이 높습니다. 또한 흡연율이 높을 뿐 아니라 여성들에게 담배를 인내하라고 강요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저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갈등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갈등이 오늘날 사회갈등의 더 중요한 구획이라는 입장에 많이 기울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담배는 강력한 계급투쟁의 억압도구입니다.

너무 과장이라고요? 어쨌든 진보인사(?) 여러분 올해는 꼭 담배 끊으시고, 저는 앞으로도 담배 피우는 사람, 아니 담배를 자기만의 공간에서 찌그러져 피우지 않고 공공장소에서 피우는 사람들을 진보로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리고 이제 1시간 뒤에 일본으로 출국합니다. 다음주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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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bbala의 느낌 2010/01/07 11:25 #

    “이런 꼴을 보고 진작에 민주노총 따위에 진보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담배 하나가지고 어떻게 그걸 아냐고요? 담배야 말로 그 사람의 파쇼성을 잘 보여주는 숨은 병기이기 때문입니다.” — 부정변증법... more

덧글

  • leopord 2010/01/04 22:24 # 답글

    일상 속의 진보읽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역시 실천이 제일 중요하지만 말입니다.^^

    일본 잘 다녀오시길.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부정변증법 2010/01/10 18:33 #

    고맙습니다. 일상의 진보를 실천하는 한 해가 됩시다.
  • 2010/01/07 21:1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부정변증법 2010/01/10 18:33 #

    핀란드라... 좋은 공부 되겠네요. 잘 다녀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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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서 사회를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며 삶의 대부분을 가르치는 일로 보냈습니다.바라는 것은 교육이 인간의 행복에 기여하는것, 거기에 내 고민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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