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기는 천사가 아니다.

에듀넷 교육자료를 같이 개발하던 어느 지리 교사가 인구지리학 부분의 제목을 재미있으랍시고 "출산이 애국이다."라고 붙였다. 남의 전공이니까, 또 지리 전공자들은 사회과 교사들 중 유난히도 전공불침범 원칙을 많이 읊조리니까 그냥 넘어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은 좀 위험한 것 같다. 어쩌면 계량화된 수치만 따지는 근대적 사고방식이 그대로 느껴지기도 하고, 아이들을 미래의 노동력으로만 생각하는 무식한 발상도 느껴진다. 하지만 사회학 전공자 입장에서는 그리고 정치, 경제를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아이들은 단지 미래의 노동력이 아니라 미래의 시민이기에 다만 머릿수로 계산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저항감이 느껴진다.

따라서 "출산이 애국"이 아니라 "잘 키운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 애국"이다. 그럴 가망이 없다면 차라리 낳지 않는 것이 애국이다. 그런데 요즘 주변의 젊은 엄마들을 보면 정말 "출산이 망국"이라는 말을 던져주고 싶을 경우가 많다. 아이를 저렇게 키울 바에는 차라리 낳지나 말지 왜 미래의 민폐를 만드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미래의 시민이 꼭 피부 누런 한국인일 필요 있는가? 동남아시아에서 유능한 인재 귀화시켜서 인구 수 채우면 안될 이유가 있는가?

무엇보다도 자신의 아이가 때로는 민폐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공장소에서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의 모습은 부모에게는 귀여워 보일지 몰라도 그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악마구리에 다름이 아니다. 그래서 사방에서 눈총을 받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한 저 부모들은 한 술 더 떠서 그런 모습을 사진까지 찍어대고 있다.

원래 아기들은 이기적이다. 가족모임에 누가 모였건 아기들이 있으면 결국 아기모임이 된다. 젊은 부모들은 그렇게 되는데 익숙한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카페에서 공원에서 심지어는 도서관에서조차 그곳을 아기모임으로 바꾸어 버려서야 되겠는가? 자신들의 아기들이 공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좀 알았으면 한다.

조용히 사색과 독서를 하러 카페에 들어왔다 째지는 슈퍼소프라노의 합창과 온 카페를 무대 삼아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찍어대는 카메라 플래시에 지쳐서 이렇게 몇 글자 적어본다.



이글루스 가든 - 자유로운 아이들, 아름다운 교육을...

by 부정변증법 | 2009/10/05 06:31 | 사회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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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ALICE의 연애수첩 at 2009/10/05 19:30

제목 : 아이는 통제가 된다.
당신의 아기는 천사가 아니다. 우리집은 어린이집이다. 2003년부터 어린이집을 했는데, 나도 집에 가서 자주 아기를 돌봤었다. 100일 정도밖에 안된 아기한테 젖병도 물려봤고, 기저귀도 느리게나마 갈 줄 안다. 아기 씻겨보기도 했고, 3,4살 먹은 애들 목욕도 시켜봤다. 휴일에 부모가 부득이하게 맡긴 아이 내가 하루종일 돌본적도 있다. 우리가족들이 교회 다니다보니 교회에도 영유아 데려가본적도 있고 말이다. ......more

Commented by 키세츠 at 2009/10/05 09:01
조용히 방긋방긋 웃고 있을 때만 천사라고, 생각합니다.

- 내년 1월에 첫 아기가 나오는 예비 아빠이지만 이전부터 조카들과 사촌동생들에게 유난히 엄했던 남자로부터
Commented by Catena at 2009/10/05 16:37
아이를 엄히 대할 때, 사랑해 줄 때를 구분하지 못하고
혼을 낸다며 무작정 때리기만 하거나, 때리지 않겠다며 혼내지도 않는 무식한 부모들을 위해서
제발 출산 전에 부부가 모두 부모교육을 받거나 육아서적을 읽어줬으면 합니다.
적어도 우리아이가달라졌어요 만이라도 봐줬으면...^^;;

최소한의 발달단계도 모르고 두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버릇이 없다며 때리거나;
두 돌도 지난 아이를 아기라고 봐주기만 하는 부모들 넘 많아요;;
Commented by ALICE at 2009/10/05 19:10
공감해요..완전 공감...어제 오무토토마토에 갔었는데 한 여자애가 그것도 완전 애기도 아니고 여섯살이나 먹어보이는 애가 접시를 거의 던지다시피 해서 깼어요. 되레 걔네 엄마는 서빙하는 점원한테 애가 왔는데 그릇을 깨지는걸 줬다며, 미끄러워서 떨어뜨린거라면서 애 감싸고 돌더군요..애는 완전 식당 안에서 발성연습하고 있고...--;;
Commented by ALICE at 2009/10/05 19:22
생각나는 일들이 있어서 트랙백 겁니다.
Commented by 시나몬 at 2009/10/06 02:43
1. 사회에 필요한 사람
범죄학 연구 결과에 의하면 범죄자(특히 연쇄살인범 또는 지능범)의 성장과정이 그들을 만든다고 합니다. 어렸을 적의 환경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범죄학이나 유아, 아동학 책을 보면 볼 수록 내 아이를 “사”자 직업으로 키워야 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사회에 해악이 안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지요. 그렇지요, 내 아이는 다음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으로 양성하는 것이 바로 부모, 사회의 목표이자 의무입니다.

2. 공공 장소 예절
자기애를 키우면 남의 애를 욕을 못한다고 하죠. 아이들은 정말 통제하기가 어렵습니다. 부정변증법님이 지적하셨듯이 부모들 중 아이들이 난리를 치고 다니는데도 그냥 보고만 있는 분들 있습니다. (직원이 뭐라 하면 니가 뭔대~ 하는 사람도.) 부모가 통제를 한다고 해도 아이들이 난리치고 다니는 건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그렇게 조금씩 예절을 배워가겠지요. 그러니, 쳐다만 보고 있는 부모는 절대 욕먹어 당연하고, 난리치는 아이들에겐 조금 이해가 필요한 듯 합니다.

3. 아이들에 대한 사회의 배려
저는 한국을 떠나온지 몇 년되어서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들 보면 구청이나 시에서 운영하는 무료 또는 저렴한 교육 프로그램에서 참여하고 그런 것 보면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 아이들에 대해 사회가 배려하는 면도 많습니다. 일단 도서관의 경우 아이들 부분이 따로 있지요. 아이들 체격에 맞는 작은 가구들, 놀이터도 있고.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주로 아이들 부분은 좀 요란을 떨어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덜가는 곳에 위치하거나 별도의 방에 꾸며져 있지요. 거기에 더해 일부 지역은 차량 이동도서관식으로 요일별로 지정된 지역을 도는 방식으로 추가 운영하기도 해요. Family Friendly 개념을 도입한 음식점이나 쇼핑몰도 많고. (왠만하면 고상한 음식점 잘 안가고, 서로가 같이 난리 떨어서 서로에게 좀 덜 미안한 그런 곳을 가지요.)

사회에서 이렇게 배려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래 요란한 아이들을 좀더 인내하게 되고 또 부모들은 이런 배려에 대한 감사의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도서관에서 요란한 아이에 대해 도서관 직원이 어떤 경고를 주면, 부모들은 그 말을 따르니까요. (여기서 니가 뭔데 내 새끼한테~ 이런식으로 하면 경찰에 잡혀갑니다.) 이런 배려과 존중의 문화가 정착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걸렸는지 모르지만, 바로 이런 것이 국가, 사회, 개인 모두가 해야 할 일이겠죠. 이런 준비 없이 출산만 장려 할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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