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9월 30일
비담, 문노, 그리고 참교육
간만에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았다. 마치 스타워즈의 벤 케노비와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연상시키는 문노 비담 커플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서다.어쩌면 작가가 참고했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김남길이 참고했는지도 모르겠다. 빛과 어둠, 공주와의 사랑, 스승과의 애증 등등.....
어쨌든 이 커플의 마지막은 교사인 나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었다.
비담은 문노의 필생의 역작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삼국통일의 기반이 될 각종 정보와 자료를 편찬하였고, 이를 비담에게 전수하여 큰 일을 도모하려 하였다. 북두칠성 어쩌구 한 날에 태어난 아이가 여자 아이인지라, 여왕이라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던 보수적인 문노인지라 진지왕의 아들인 비담과 그 북두성의 딸을 맺으려 했으리라.
그런 그의 희망이자 인생의 전부라 할 비담이가 잔혹한 근성을 내보이자, 실망과 분노가 일었을 것이고, 더 커 보이는 남의 떡(유신) 때문에 더 화가 났으리라. 그래서 "너는 그 책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라고 말 한 것이다.
그런데 비담의 한 마디가 직관적으로 던진 한 마디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 그 자격은 선생님이 만들어 주셨어야죠."
너무 당연한 말 아닌가? 자격을 타고 난 사람에게 그 자격을 부여한다면 그게 무슨 스승이겠는가? 스승이란 바로 백지로 태어난 아이를 잘 가꾸어서 어떤 종류의 자격을 갖추게 하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너는 손잡이 없는 칼날이다. 쓸 수 없다면 부러뜨릴수 밖에 없다."는 독한 말 까지 한다. 이런 말을 보면 비담이 아니라 문노가 도리어 미실을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문노는 미실이 연모했던 사다함의 제자로서 미실의 총애를 듬뿍 받았던 몸이 아닌가?
문노는 스승으로서 두 가지 실패를 했다.
첫째, 자신이 목표로 한 바 자격을 갖추게 하는 데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제자를 탓했다. 우리 교사들은 평소에 얼마나 제자를 탓하는가? 싸** 없는 놈, 싹수가 노란 놈 등의 말을 얼마나 쉽게 하는가? 우리는 제자들에 대한 평가에 얼마나 인색한가? 웬만큼 공부 잘해서는 영특하다 소리 듣기 힘들고, 웬만큼 봉사하지 않고서는 착하다는 말 듣기 어렵다. 교사들끼리 학생들 품평하는 것을 들어보면 너무 민망할 정도다. 웬만하면 여러 학생들에게서 여러 장점을 찾으려는 나는 그런 교사들에게 면박당하기 일쑤였다. 누군가를 칭찬하면 "에이, 난 걔 별로던데..."라는 소리가 바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거기에는 전교조, 비전교조의 구별이 없었다. 그래서 전교조가 인심을 잃은 것이리라.
둘째, 학생의 타고난 바, 본성에 맞는 목표를 세우는 데 실패했다. 만약 비담이 손잡이 없는 칼날이라면 거기에 맞는 자격조건을 세워서 가르쳤어야 했다. 공연히 어릴때부터 왕보다 더 큰 꿈 어쩌구 하면서 헛 꿈을 심어 줄 것이 아니었다. 그러기 전에 먼저 이 아이가 어떤 자질과 품성을 갖고 있는지 꼼꼼히 살폈어야 했다. 만약 이 아이가 손잡이 없는 칼날이라면, 손잡이 끼울 부분을 잘 만들어 놓았어야 했다. 손잡이 없는 칼날도 연결부분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손잡이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장검 손잡이에 맞출 것인가, 농기구 손잡이에 맞출 것인가, 아니면 식칼 손잡이에 맞출 것인가는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노는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문노는 훌륭한 인물이다. 문과 무를 겸비했고, 인품과 지혜까지 갖춘 인물이다. 사다함의 제자이며 거칠부의 사위이니 당시 신라에서 엘리트 중 슈퍼 엘리트이니, 진골정통을 대표할만한 인물이다. 하지만 드라마 스토리상으로는 스승으로서는 분명 큰 잘못을 저질렀다. 그 잘못을 죽기 전에야 깨달았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쨌든 이를 통해 학생들에 대한 평가는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는다. 그런데 뉴스에서는 슬슬 교원평가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음. 하물며 교사에 대한 평가야 얼마나 더 신중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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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9/30 10:00 | 교육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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