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01일
노무현을 위하여
국민장도 며칠이 지나고, 이제는 좀 생각이 돌아갑니다. 지난 한 주는 현실인지 아닌지 헷갈리기만 한 한주였습니다. 지금도 그가 떠났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습니다. 마치 아렌트가 1940년대의 수용소의 참상을 1955년이 되어서야 글로 쓸수 있었던 것과 비슷합니다.
대학교 2학년때 전두환, 이순자 구속투쟁을 할때 그는 당시 젊었던 우리들의 큰형님이었습니다. 그는 대어놓고 노동자의 이익,노동자의 편을 선언한 유일한 국회의원이었고, 호통칠때 호통치고 덫을 놓을때 덫을 놓을 줄 하는 노련한 정치가였습니다.방위산업체라는 핑계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탄압하기 위해 웬만한 사업장을 닥치는대로 방위산업체로 지정하자 "이것도 방산,저것도 방산, 그럼 군인 빤쓰(당시 그의 발음) 만드는 공장도 방산이냐?"라고 포효하면서 분노와 웃음을 동시에 주었던 그의모습은 지금도 잊을수 없습니다.
그리고 2002년 이회창 대세론, 이인제 대안론이절망을 뿌리고 있을때, 난데 없이 나타나서 "어, 이번엔 뭔가 되겠네?"하는 희망을 뿌려준 것도 그였습니다. 그의 극적인 대통령당선은 마치 월드컵 16강전에서 안정환이 골든골 넣었을때 같은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그는 실망도 안겨주었습니다.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실망은 그의 방황,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이미 변화된 세계, 돌이킬수 없는 지식정보화, 세계화,그런데 여전히 1국적 관점에서 딱 박혀있는 진보진영. 진보는 변화된 세계를 보지 못한채 견적 안 맞는 소리만 하고, 정작 변화된세계에 반응하고 있는 쪽은 우파쪽인 상황. 그렇다고 그들과 손을 잡기도 어려운 상황. 북한처럼 아주 거지가 될 작정이 아니면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의 한 마디로 남아야 하는 상황. 이런 것들이 그를 고민하게 만들었고, 그는 그 속에서 나름 최선을다한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보수쪽은 묻지마 안티로 일관하였고, 늘 까칠한 진보쪽은 자기들의 주장과 100% 싱크로 되지 않는 한무조건 보수우익으로 몰아붙였습니다.
전교조... 그가 대통령이 되고 석달만에 전교조는 정권퇴진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봉건주의의 눈으로 보면 자유주의나 마르크스주의나 똑 같이 반인륜적이고 혼돈스러운 것으로 보였듯이, 근대, 산업사회의 눈으로 보면 신자유주의나 자율주의나 신좌파나 모두 똑같이 반노동적으로 보였을 것입니다.이미 자본재 소유자와 노동력 소유자의 차이보다 노동자와 노동자 사이의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여전히 노동계급의 해방을운운하는 배부르고 자식 학원 보내는 대기업 노동자들과 그들에 의해서 움직이는 민주노총의 눈에 말입니다.
물론 그도 올바른 선택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일단 근대,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에서 더 진보해야 함은 알았지만, 더 진보하는 것이어느쪽인가에서 혼란스러웠습니다. 정보화, 세계화를 좌파적 이론속에 능동적으로 수용한 기든스, 벡, 카스텔, 리프킨, 네그리,그리고 이미 이를 예견하고 있었던 마르쿠제, 롸이트, 보울즈 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변동을 자본의 눈으로 고찰한토플러, 드러커, 벨 등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토플러, 드러커도 구좌파의 교조적인 이론서들보다 훨씬진보적이라는 것입니다. 그가 리프킨을 퇴임 후에야 알았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제 그가 떠났습니다. 떠났다기 보다는 지배집단에 의해 추방당한 것 처럼 보입니다. 아니 추방당했습니다.
남아있는 나는 분노게이지가 치밀어 오른 상태입니다. 복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20대때 처럼 화염병과 짱돌로복수할 위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구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들을 동원하자면 화염병, 짱돌은 한참 후순위가 될 것이기때문입니다. 40대 학자가 던지는 짱돌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제 도표와그래프, 그리고 논문과 책을 던지려고 합니다. 복수의 방향은 두 방향입니다. 저 탐욕스러운 지배자들과 저 고집스러운 구좌파모두에게 말입니다. 그들을 장차 말려죽이려고 합니다. 그들을 말려죽이려면 아무도 그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말아야 합니다.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전반적인 지성이 향상되어야 합니다. 저 쏟아지는 자기계발서들을 독서시장에서 몰아내야 하며, 저쏟아지는 입시용 청소년교양서를 몰아내야 합니다.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그리고 현실 너머를 사유할 수 있는 상상력이복원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이제 키보드 앞에 앉습니다. 나의 무기를 갈기 시작합니다.
이글루스 가든 - 시사진보가든...시사비평을 통해 ...
# by | 2009/06/01 13:50 | 사회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2)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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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빵빵 터지는구나
반면 닉 다이어-위데포트, 제러미 리프킨 같은 개념있는 미래학자들은 지식정보화, 세계화가 원칙적으로는 더 많은 행복을 주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여러 문제점과 억압등을 먼저 제거해야 함을 역설한다. 특히 리프킨의 책을 읽으면 자본의 논리에 맞춘 지식정보화가 얼마나 그 화려한 수사 아래 잔혹한 결말을 감추고 있는지, 그리하여 지식정보화 시대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디에 중점을 두며 개혁에 착수해야 하는지 잘 보인다. 리프킨 뿐이랴? 리프킨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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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나가서 민주주의를 가르쳤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