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20년의 과

올해가 전교조 20년이라고 한다. 그래서 여기 저기서 전교조 관련 기획이 많다. 나 역시 계간지 진보평론에 전교조 20년에 대한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음, 이렇게 되면 현피 되겠군). 이번에는 한겨레에서 그런 기획을 하니 뭔가 소스를 달라고 한다. 그래서 이 포스팅을 올린다. 이 포스팅은 전교조 20년의 과오에 대한 일종의 브레인 스토밍 석판이다. 전교조 20년의 공은? 그건 전교조에서 스스로 내어 놓을 것이니 굳이 나까지 나서서 할 필요 없다.(이 포스팅은 계속 작성 보충되는 미완성 포스팅이다)

그럼 하나 하나 까 보도록 하자.

1. 전교조는 지나치게 정치적이었다?
사실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전교조는 너무 정치적이어서 문제였고, 또 너무 정치적이지 못해서 문제였다. 이건 무슨 선문답을 하자는게 아니다. 전교조는 내부적으로는 너무 정치적이었고 대외적으로는 너무 비정치적이었다. 밖에서 알려지지 않은 전교조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은 정파들간의 이전구투와 권모술수로 점철되어 정치판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 철저히 비밀 조직으로 운영되는 전교조의 양대정파들 때문에 전교조의 내부 의사결정은 무슨 음모가들의 술수처럼 되어버렸다.


그러나 정부와 대항하거나 자신의 뜻을 관철하고자 할때 전교조는 그 권모술수는 다 어디로 갔는지 정면돌파와 떼쓰기로 일관했다. 여론에서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고, 지지자들을 늘리기 위해 자신의 주장을 조정하거나 장식하는 등의 노력은 일체 하지 않았다.

2. 그 많던 돈은 어디로 갔을까?
전교조는 시민단체중 가장 돈이 많은 단체다. 합법화된 99년부터 지금까지 전교조는 많은 교사들로부터 1000억이 넘는 돈을 걷어 들였다. 그런데, 지금 전교조는 자기 건물도 하나 없는 옹색한 처지다. 얼마 전에는 빌딩에서 2개층을 쓰던 처지에서 1개층을 쓰는 처지가 되었다. 그 돈은 다 어디 갔을까? 결실없는 집회, 욕만먹는 시위, 그리고 알게 모르게 사라졌다. 전교조의 이름을 건 청소년 공연장 하나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전교조의 이름을 건 문화재단 하나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전교조의 이름을 건 도서관, 공부방 등등.... 그렇게 보람있게 쓸 수 있는 돈이 다 어디로 갔을까?

3. 세상을 읽을 줄 몰랐다.
세상이 변했다. 80년대가 아니다. 그런데 여전히 80년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사업을 펼칠수 없고, 펼쳐도 주목받지 못하면서 헛힘을 쓴다. 그 많은 정체분석, 투방은 모두 엉터리다. 그것들이 엉터리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전교조의 지도층들이 정보화와 세계화라는, 네트워크 사회라는 사회변동에서 지체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들 조직으로 낡은 관료제 조직을 세웠고, 이미 실체가 사라져가고 있는 산업 노동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향해 외치려고 하였다.

4. 업적은 개인의 것이 되고 오명은 조직의 것이 되다.
전교조 조합원 중에는 유능하고 훌륭한 교사들이 많다. 투쟁에 헌신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교사로서 훌륭하다는 것이다. 교과서, 참고서 출판사들은 전교조에 대한 비판을 삼가한다. 그들의 저자들이 거의 전교조 조합원들이기 때문이다. 사범대, 교육대 교수들도 삼가한다. 그들의 교, 강사수들 중 상당수가 전교조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귀중한 인적자원을 전교조는 한번도 제대로 써 본적이 없다. 이들의 업적은 항상 전교조의 업적이 아니라 그들 개인의 업적이 된다.
반면 전교조도 조직이다 보니 별 거지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중 누군가가 사고를 치면 이는 반드시 전교조의 이름으로 거론된다. 결국 전교조는 많은 업적을 남긴 조합원이 더러운 조합원보다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명만을 쓴다. 물론 이는 조중동의 언론 플레이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훌륭한 조합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것은 전교조의 무능이다.

5. 도덕적 명분에만 의존하려 하였다. 즉, 실력으로 승부하려 하지 않았다.
비합법 시절 전교조는 전교조라는 것만으로도 정당화되었다. 전교조는 올바른 일을 하려다 목을 잘린 순교자의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전교조 해직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면 어디서나 환영받았다. 그러나 합법화 이후 10만에 육박하게 된 시점에서, 임명도 되기 전의 교육부 장관을 두명이나 낙마시키고, 교육감의 반성문을 받고, 교장을 자살하게 만들 정도의 위력을 발휘한 시점에서 전교조는 이제 더 이상 수난받는 양심이 아니었다. 물론 그 위력 자체는 과거의 그 미덕 때문에 수난받은자의 이미지 때문이었지만 이는 동시에 이제는 너희들 세상이 되었으니 실력을 보여달라는 요청이기도 했다.
즉, 전교조는 실제 참교육이 무엇인지 보여 주었어야 했다. 그리고 참교육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지적하고, 그럼으로써 교육개혁을 이끌었어야 했다. 혹은 참교육의 상을 목표를 제시하고 그것을 가로막는 장벽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었어야 했다. 이는 교육실천, 그리고 교육학의 실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전교조는 여기에 부응하지 못했다. 전교조가 기존의 교육학을 대신하는 새로운 교육학을 내어 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교조 교사는 다른 교사들과 어떻게 다른 교육을 하는지 모델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물론 많은 전교조 교사들은 다른 교사들과 남다른 교육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는 순전히 그들 개인적 고뇌와 결단의 소산,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남았을 뿐 전교조의 어떤 모델이나 이론으로 구성되지 못했다. 전교조는 이런 다양한 실천들을 모으고 보급하는데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거나, 아니면 관심은 보였으나 이것들을 이론화할만한 능력이 없었거나 둘 중 하나였다.

6. 틈새에 무관심했거나 보지 못했다.
전교조는 항상 교육의 큰 틀에만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항상 교육과정 전체를 놓고 실랭이를 벌였다. 혹은 MB교육정책 반대 같은 식으로 정책을 놓고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국가가 혹은 교육청이 하지 못하는 그러나 꼭 필요한 교육적 처치가 무엇인지 찾아서 그 역할을 함으로써 스스로의 힘을 확장시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꼭 필요한 지원인데 교육청이 하지 않는 것들을 전교조가 지원해 주면서 여론화 하고 이를 통해 그 분야를 교육당국이 책임지도록 정책수정을 이끌어 내었어야 했다. 예컨대 지회 사무실들을 지역 공부방으로 활용하면서 교육청이 신경쓰지 못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그곳에서부터 지지세를 끌어 모았으면 과연 전교조가 지금 같은 꼴이 되었을까?


7. 전문적인 교육 생산자로 활동하지 못했다.
전교조는 유래없이 많은 전문가들이 모인 조직이다. 그런 조직에서 전문성을 드러낼수 있는 생산물이 이렇게 놀라울 정도로 적기도 어렵다. 전교조는 출판사를 세울수도 있고, 공연장, 문화시설, 교육시설을 운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것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전교조의 이름을 내어 건 각종 문화행사나, 어린이 청소년들의 대회, 동아리 한마당 등을 개최할 수도 있었다. 이런 것을 먼저 개최하면서 교육청이나 교육부와 공동개최하면서 그 위세를 넓혀 나갈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것도 하나도 하지 않았다. 전교조의 이름을 내어 건 학술공모전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각종 지식 인프라 산업, 에듀넷 개발 사업 등등에 전교조를 중심으로 콘소시엄을 결성해 참가할 수도 있었다. 각종 인터넷 강의, 이러닝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은 당시 전교조의 재력과 인력이면 능히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하지 않았다.
결국 전교조의 이름으로 남은 것이 없다. 이렇게 실적이 없다는 것, 앞으로도 실적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젊은 교사들의 외면을 받는 결정적인 이유다. 여기에 대고 다시 "젊은 교사들의 이기성"을 탓하는 도덕담론을 펼쳐봐야 소용이 없다.

8. 스스로 입시교육 사교육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즉 전교조는 스스로 거짓말을 하는 조직이 되었다. 조합원들의 대부분이 자녀를 입시교육을 시키고 학원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심지어 조합 간부가 자녀들을 죄다 외국으로 보내고 기러기아빠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시교육 철폐 운동이 무슨 힘을 받을까?
전교조가 여론의 주목을 받은 시점이 촌지안받기 운동이었음을 주목하라. 만약 전교조 조합원이 "내 자녀 사교육 안시키기 운동" 이런거라도 했으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했을까? 그런데 이런 것을 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전교조의 모든 주장은 위선에 불과하게 된다.

9. 스스로 관료제 조직으로 형식화 되었다.
분회장들은 요즘 교육청보다 더 고압적이고 빈번한 전교조 본부, 지부의 공문 때문에 힘이 빠진다.

10. 생태적, 젠더적 감수성 등 새로운 운동과 무관한 집단이 되었다.
전교조는 생태적으로 낙제 집단이다. 종이를 무지막지하게 사용하고 각종 칼라 전단지를 남발하고 있다. 걷기, 자전거 타기 등의 문화에도 뒤쳐져 있다. 전교조의 각종 행사는 여전히 자동차가 없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열리기 십상이다. 젠더 문제에서도 요즘 자꾸 걸려드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듯이 고루하다.

11. 여러 대안교육, 청소년인권 단체를 괄시했다.
청소년 인권단체들은 전교조를 찾지 않는다. 새터민 학교 등도 전교조를 찾지 않는다. 사방 팔방에서 새로운 교육운동이 솟구치는데 전교조는 이들을 지원하지도 관계하지도 않는다. 전교조 조합원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할 뿐이다. 캄보디아 등 가난한 나라의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등 국제 사업도 전혀 하지 않는다.

결국 전교조 20년의 과오라면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는 것, 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실력이 없다는 것이다. 더 이상 뭘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런 주제에 목소리는 크다는 것이다.

전교조가 20살이라.... 안타깝게도 그 20세는 사람의 20세가 아니라 개의 20세로 보인다. 사람이라면 이제부터 청춘이지만, 개라면 이제 미이라가 되었을 나이다.


그 외에도 한참 더 있을 것 같은데, 학교 수련회를 가야하는 관계로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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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9/05/13 08:45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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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키시야스 at 2009/05/13 09:14
이러시다가 전교조에게 테러당하시지나 않을까 무섭네요. ㅎㅎ 힘내시기 바랍니다. 이런 글을 보고 반성해야 조직이 발전할텐데 이런 글을 보면 화부터 내는 현실이죠.
Commented by FELIX at 2009/05/13 10:26
민노총이고 좌파정당이고 전교조고 전부 소위 말하는 '투쟁파'에게 '간지파'가 밀리네요. 허 참.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5/13 11:01
잘 읽고 갑니다. 사실 저도 지금까지 '전교조가 뭘 했나' 라는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결국 그것이 과오였군요.
Commented by 타누키 at 2009/05/13 11:10
잘봤습니다~
Commented by dogfood at 2009/05/13 11:19
안녕하세요. 네이버 오픈캐스트 '놓치기엔 아까운 뉴스들'을 운영하고 있는 dogfood라고 합니다.
이 포스트를 제 캐스트에 싣고 싶은데 괜찮으신지 여쭙고자 합니다.

캐스트 주소는 http://opencast.naver.com/NW489 입니다.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5/17 21:26
대답이 늦었네요. 괜찮습니다.
Commented by dogfood at 2009/05/22 19:28
148호에 링크했습니다.
http://opencast.naver.com/NW489/148

오늘 네이버 메인에 한 번 떴네요. ^^;
Commented by ㅇㅇ at 2009/05/13 11:57
전교조는 더욱 열려야 한다고 봅니다
개방되지 않고 폐쇄적인 입장만 유지하면 지적하신 문제점들이 계속해서 남아있겠죠...
그러려면 확 뒤엎지 않으면 안된다고 보는데...
개인적으로는 아래에서부터 뒤엎는게 좋다고 봅니다. 아직 아래에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분들이 많으니까요
과연 위에서부터 뒤엎어질지 아래에서부터 뒤엎어질지...
Commented by 조중동 at 2009/05/13 12:35
인용 인용
Commented by 보리밭 at 2009/05/13 13:36
분회장 부분에서 정말 많이 공감합니다. 수많은 선전지들이 나오지만 실제 잘 보지도 않죠. 공문도 너무 많이 오고요. 젠더 부분은 뭐...더이상 말하기도 싫습니다. 이런 저런 문제들 때문에 신규 교사나 비조합원 교사들에게 전교조 가입을 권유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참 한탄스럽죠. 더 큰 문제는 전교조 합법화 10년 동안 학생들의 삶은 더더욱 피폐해졌다는 것입니다. 학생인권은 개선되지 않고 대학서열은 더더욱 강고해지고 자살하는 학생들은 여전하고요. 전교조는 학생들에게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만날 선언만 하고 대회만 하고 학교현장의 실천은 전혀 없는데, 전교조의 대책은 전무합니다. 신경이나 쓰는 건지. 근데 전교조 중앙은 아직 정파 문제로 집어 뜯고 싸우고 있으니, 23일 있는 교사대회도 가고 싶지가 않군요.
Commented at 2009/05/13 14:2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5/17 21:24
I will check.
Commented by at 2009/05/13 19:29
뜻 있는 선생님들은 많지만 조직 자체가 문제가 많은 듯합니다.
국민들도 다 알고 있는데 조직 수뇌부들만 모르는 게 아닌가 싶네요..
근데 어째 우리나라에서 진보적인 조직들이란 게 대체로 저러지 않나 싶기도 하네요, 민노총도 최악이고..
Commented at 2009/05/15 04: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5/17 21:26
카시야스 님은 전교조한테 테러당할까봐 걱정하셨지만 전교조에서 블로그라도 보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간지파입니다. 지도부들은 정보화 지체아들이라 아마 안 볼겁니다. 그런데 엉뚱하게 자유주의교원조합이라는 뉴라이트단체에서 이 글을 멋대로 퍼다가 자기들 성명서에 첨부해 버렸네요. 그래서 거기에 경고하는 답글을 붙이고 왔습니다. 보라는 놈들은 안 보고 엉뚱한 놈들이 참말로....
Commented by 키시야스 at 2009/05/18 02:21
푸하하 정말 그러라고 쓴 글이 아닐텐데군요..전 교육이 학력 신장이 아닌 생물학적이 아닌 사회학적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것을 지지하고 거기에 저 자신이 어찌되었건 연구직으로 평생 공부를 하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도 모든 이에게 경쟁이 필요한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연구같은것도 제대로 안해본 뉴라이트들은 다같이 경쟁해야 한다고 하는 꼴이 한국 사회에서 학력좀 가져본 입장에서는 참 우습더군요.
Commented by 연필소년 at 2009/05/21 19:19
네이버 캐스트를 타고 왔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고개를 주억거리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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