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교육감 당선에 대하여

요 근래 우울한 일만 계속되었다. 비록 권영길에게 한표를 던졌지만, 그래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몰락은 유쾌한 장면은 아니었다. 갈수록 맛이가는 서울의 교육도 그랬다. 그러던 차에 한 줄기 샘물같은 소식, 바로 어제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승리한 것이다. 하지만 승리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그 승리가 단지 우연이 되어버리고, 패배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지 못한다. 따라서 지난번 주경복 후보와 비교해서 승패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건 굉장히 길고 어려운 작업이 되겠지만 개략적인 가설만 던져보고 검증은 차차 해 보려 한다.

1. 적의 강점은 잠식하고, 우리 약점은 털어낸다

항상 보수진영의 교육 표어는 학력신장, 그리고 진보진영은 교육평등, 창의력 신장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김상곤 후보는 김진춘 교육감을 학력 저하의 원흉으로 몰아붙였다. 또 창의력과 학력을 동의어로 프레임 짓는데 성공했다. 적이 사용할 무기가 없어진 것이다. 그러자 당황한 김진춘 측은 마침내 전교조 이념교육 운운을 밀고 나왔다. 하지만 그 약발은 약했다. 여기에는 행운이 작용했는데, 경기도는 전교조 조합율이 낮고, 전교조 경기지부는 서울지부에 비해 한결 활동력이 약해서 존재감이 약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교조 후보 운운하는 김진춘의 선전은 좀 생뚱맞은 것이 되고 말았다. 김상곤 후보가 의도적으로 전교조의 입김을 털어낸 것인지 여부는 알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이건 앞으로도 교훈이 될 것인데, 울산 북구에서 진보진영 후보가 민주노총을 믿는다면 필패 할 것이라는 교훈이다.


2. 열쇠를 쥐고 있는 쪽은 중간계급이다. 그들은 진실됨에 호소한다

노동계급으로서 정체성을 가진 집단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도리어 한나라당 편이다. 결국 관건은 교육받은 중간계급이 쥐고 있는 것이다. 부르주아들은 누가 자기편인지 안다. 그러나 수가 적다. 그래서 누가 자기편인지도 분간 못하는 가난한 계층을 끌어들여서 40%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30~40%에 이르는 중간계급은 우리편, 저들편 뿐 아니라 옳고 그름에도 민감하다. 김상곤 후보는 이들을 상대로 올바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표리부동하지 않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 반면 김진춘 후보는 진실되지 못한 모습이고 믿지 못할 인물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이것은 오바마와 같은 요인인데, 오바마는 중간계급을 끌어들이기 위해 좌파색깔을 지우는 쪽 보다는 좌파적 주장을 진실하게 호소하는 쪽을 선택했다.

3. 나의 주장을 일정부분 양보할 필요도 있다

주경복 후보에 비해 운동권 조직들의 입김에서 자유로웠는지 모르지만 김상곤 후보는 교원평가와 같은 문제에서 전교조와 반대되는 주장도 서슴치 않았다. 또 학력신장이라는 말에 대한 진보진영의 거부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실 이건 참으로 중요한 양보였다. 전교조가 원래 민중(민중은 한번도 진보진영의 편이었던적이 없다)이 아니라 중간계급의 압도적 지지를 통해 성장한 조직이고, 교원평가는 그 지지를 철회하게 만드는 계기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교조 학교는 공부못한다는 악의적 선전선동까지 기승을 부렸었다. 여기에 대해 김상곤 후보는 교원평가에 대한 양보, 그리고 보수진영은 공부 못한다, 진보적인 교육이 오히려 학력을 신장한다는 새 프레임을 짠 것이다. 혹자는 정말 그게 가능할 약속이겠는가 하겠지만, 나는 가능하다고 본다. 서울대 합격자 수를 늘리는 것은 사교육적 방법이 먹히지만, 경기도의 학력전반을 신장시키는 것은 저소득층, 저학력층 자녀들에 대한 교육복지 확대를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반평균 올리는 지름길은 잘하는 놈이 아니라 못하는 놈을 끌어 올리는 것이다.

4. 양보를 하더라도 색깔은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러한 양보에도 불구하고 일제고사, 평준화, 특목고, 자사고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단호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색깔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주경복 후보보다 더 색깔이 분명해 보일 정도였다. 결국 교훈은 어떤 부분에서는 단호하게 색깔을 드러내고, 어떤 부분에서는 과감하게 양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보도 안하고 색깔만 분홍색으로 후퇴한다면 그건 필패의 구도가 될 것이다.

김상곤 교육감의 건승을 빌며, 노파심에서 전교조 경기지부와는 거리를 두기 바란다. 특히 악명높은 경기 동부와는 더욱 거리를 두기 바란다.

이글루스 가든 - 자유로운 아이들, 아름다운 교육을...

by 부정변증법 | 2009/04/09 14:08 | 교육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 | 핑백(1) | 덧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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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leopord의 무한회귀 : .. at 2009/04/09 15:59

... 경기도 교육감 당선 : 올 들어와 반MB진영(참 촌스러운 이름이지만;)의 사실상 첫번째 승리라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승리의 원인을 분석하는 글로는 부정변증법 님의 <김상곤 교육감 당선에 대하여>와 한겨레 기사 <'친MB후보' 꺾은 개미군단 응집력>이 있으니 참고 바람. MB와 여당의 지원을 등에 업은 후보를 이겼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떠나서 ... more

Commented by 오그드루 자하드 at 2009/04/09 14:55
과연 운동권 조직력이 모자랐는데도 당선되었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이런 얘기도 있거든요.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348851.html

만약, 김상곤 교육감이 운동권 조직들의 조직력을 물밑에서 활용하면서도 그들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정도의 지략이 있었기 때문이라면...... 그가 어쩌면 대박을 칠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leopord at 2009/04/09 15:54
오그드루 자하드 님 덕분에 한겨레 기사 링크했습니다.ㅎ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4/09 23:26
뭐, 운동권 단체들의 지지선언 등등은 겉 보기는 참 그럴듯하지만 사실은 큰 힘이 없습니다. 제가 전교조를 중심으로 하는 연대단체 활동을 했었는데, 20개 이상의 단체가 연대한 걸로 되어 있지만, 결국 돈이고 동원이고 다 전교조였습니다. 김상곤 후보 같은 경우는 운동권에 의해 추대되지 않고, 운동권이 나중에 그를 중심으로 모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기대가 되는 후보입니다.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4/09 23:31
이 기사의 핵심은 기존의 거대 운동권 단체가 아니라 갖가지 다양한 주제를 가진 다양한 단체들의 풀뿌리 연합에 있습니다. 전교조, 민주노총 같은 대마를 이용한 연대는 이제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Commented by FELIX at 2009/04/09 15:38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교조가 정치 투쟁에서 이기려면 가장 선두에 두어야 할 게 바로 '전교조가 공부도 잘시킨다.'라는 프레임이라구요.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4/09 23:27
90년대까지만 해도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가 전교조였습니다. 그런 믿음들이 있었습니다.
Commented by 다물 at 2009/04/09 19:13
워낙 무관심속에 치뤄진 선거였기에, 진보가 보수에게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기호 순서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보수는 단골 기호인 1번이 아닌 4번이라서 표가 분산되었지만, 진보는 단골 기호인 2번을 얻음으로서 표의 분산을 막은 것이죠. 만약 前 교육감이 기호 1번이었다면 결과가 바뀌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4/09 23:27
그것도 일리는 있네요. 공정택1번, 주경복 꼴번...
Commented by 불온 at 2009/04/09 20:00
'지금 당장 정권교체는 못 하지만 정책교체는 할 수 있다'던 어느 진보인사의 김상곤 당선자 후보시절 지지의 말이 생각나네요.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4/09 23:28
아, 정책교체를 할 수 있다면 정권이야 뭐
Commented by 解明 at 2009/04/09 20:32
어제는 오랜만에 웃었습니다. 교육계 뉴스를 보면서 웃어본 게 도대체 얼마만이지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4/09 23:28
정말 통쾌합니다. 모쪼록 공정택 150만원 원심 확정 뉴스가 쌍으로 터져야 할텐데..
Commented by leopord at 2009/04/09 21:42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다행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승리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그 승리가 단지 우연이 되어버리고, 패배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지 못할 겝니다. 좋은 전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4/09 23:29
좀 더 분석하고 모두 다 같이 분석해야 합니다.
Commented by 천지화랑 at 2009/04/09 22:49
그러나 정작 저는 09:00 출근 19:30 퇴근이라 투표장 근처에도 못 갔죠. OTL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4/09 23:29
저어... 새벽에 일어나서 하고 가셨어야죠... 민망
Commented by 천지화랑 at 2009/04/09 23:39
일이 일이라서 말이죠. 하루 10시간 30분 용산 전역을 돌아다니려면 OTL
Commented by 파르티잔 at 2009/04/09 23:57
2번을 찍었고 그 사람이 됐다. 이름도 모른다. 얼굴도 기억이 안난다. 다만 포스터에 이명박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문구가 써져있었다는 이유만으로....
Commented by ㅇㅇ at 2009/04/10 05:18
헉... 어째 무슨 후보들이 광고를 해대던데 재보선때문이 아니고 교육감선거 때문이었군요 -_-

너무 조용하게 치뤄진듯... 노무현 사건 때문인가;;

이번 투표율이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ㅇㅇ
Commented by 성남주민 at 2009/04/10 10:08
근데 전교조 경기 동부가 어떤 곳인데요? 정말로 몰라서 질문 드림!
Commented by 보리밭 at 2009/04/10 10:16
오래간만에 기쁜 일이었어요. 기대만큼 잘 해야 할텐데 오히려 걱정이 됩니다. 모처럼 오는 좋은 분위기에서 전교조가 더 학생, 학부모 속으로 파고들어야 하는데, 지금 전교보 본부를 보면 참 민망할 정도입니다. 뭐하고 있는 집단인지, 답답합니다. 장기적 투쟁 운운하는데, 옳은 소리 하는 교사들이 족족 잘려나가는 상황에서 그렇게 한가하게 있을 여유가 있는지...참..
Commented by semodorina at 2009/04/23 15:33
16%투표율에 민노빨,전꼴통들만 투표해서 30%지지율이면 경기도민 전체의
4%지지율로 당선된자가 대표가될수있나? 그리고서 축하한다 자랑스럽다
정권심판했다고? 민노빨,전꼴통꼬라지보기싫어서 투표안한사람이 10%는될걸?
그러고도 교육자고 정치한다고 떠드는꼴이란 국회에서 극소수이니까 폭력과
욕설과 고함만지르고 자신의 실력이 딸리니까 애들볼모로(꼬드겨서) 시험보는날
체험학습이랍시고(놀러갔지 가서 무슨교육했는데?) 놀러다니고 그런자들만
4%지지유로 당선된자를 우상처럼 숭배하고 엉터리가르치고 옛날에는 스승과
국회의원이면 소신이라도 있었지 지금은 비전교조선생님들이 묵묵히 열심히하시는것같아
4%대 당선자는 자퇴하라 자격미달이다 스스로가 물러나라!!!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4/23 17:50
똑같은 투표율일때 공정택은? 이메가, 공또라이빠, 개독 보기 싫어서 투표 안한사람이 50%는 될걸? 비전교조선생들이 뭐가 어째? 그 놈들이 하는 짓을 학교에서 한번 보고 말해라. 그냥 시키는거 생각없이 하거나 아니면 승진에 눈이멀어 애들은 팽개치고 승진 점수따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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