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2009: 기죽은 대한민국

한국이 WBC결승에 올랐다. 2009년과 비교하면 정말 큰 쾌거다. 게다가 경기 내용도 다르다. 2006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는 수준급의 투수들(박찬호, 서재응, 김병현)의 힘으로 짠물야구를 했다면, 이번에는 그야말로 호쾌한 야구를 했다. 게다가 메이저리거도 추신수 외에는 없었고, 주축 투수들도 임창용을 제외하면 젊었다. 그런데 달라진게 있었다. 그것은 국민들의 열기다.

이번 대회때 가장 신나고 열광한 국민들은 LA의 교민들이었는것 같다. 정작 본국의 국민들은 마음은 안 그럴지라도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 다음의 사진을 비교해 보라.
이 사진은 2006년 WBC때 잠실 야구장의 응원 모습이었다. 한국시리즈 결승을 연상케 하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3만이라고도 하고 4만이라고도 했다. 잠실 야구장 뿐이 아니었다. 시청앞에서도 대단했다. 다음 사진을 보라.
그런데 이번에는 어땠나? 언론에서는 방송에서는 분위기를 띄우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애를 쓴것에 비해 분위기는 충분히 오르지 않았다. 길거리 응원도 유야 무야, 그나마 잠실야구장에는 전 대회의 몇분의 1에 불과한 5000명이나 될까 한 응원단이 모였을 뿐이다. 위의 사진과 같은 풍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래 사진을 위 사진과 비교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금방 포착할수 있다. 텅 빈 자리가 안스러울 뿐이며, 사람의 물결을 주로 사진으로 잡았던 2006년과 달리 올해는 기자들이 치어리더를 중심으로 앵글을 잡았다. 그렇게 해야 분위기가 더 살아 보이기 때문이다. 저절로 열기가 솟구친 3년전과 인위적으로 분위기를 조장해야 하는 2009.
이제 세계를 놀라게 했던 다이나믹 코리아는 없다. 스스로 참여를 열망했던 시민의 목소리를 경찰력으로 분쇄함으로써 얻은 것은 질서가 아니라 무기력과 냉소였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유럽에서 가장 열정적인 나라 이탈리아에서 일어났다. 베를루스코니의 억압정치에 길거리 시위로 반응했던 이탈리아 국민은 그것이 분쇄되자 저항과 함께 열정도 내다버렸다. 예술과 패션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저렇게 열정이 가라앉은것은 치명적이며, 그결과는 국가 경쟁력의 하락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일본이 아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일본같은 정밀함을 이루지 못하는것은 거꾸로 일본이 아무리 애를 써도 한국같은 패기를 보이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패기와 대담함, 그리고 열정은 통치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세계에 들고 나갈 무기였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을 무장해제 시킴으로써 결국 그토록 강조하던 국가경쟁력도 무장해제시켰다.

시민들은 모여서 시위도 하고 응원도 하는 것이다. 시위는 한사코 분쇄하면서 응원만 하라고 하면 이는 모욕으로 느껴진다. 결국 시민들은 시위도 안하고 응원도 안하게 될 것이다. 자기 주장은 하지 말고 일만 열심히 하라고 한다면, 주장도 하지 않고 일도 대충 할 것이다.  2009년... 불길한 느낌. 그것은 기 죽은 대한민국이다. 그 결정판은 2010년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촛불과 길거리 응원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이글루스 가든 - 시사진보가든...시사비평을 통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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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9/03/23 08:47 | 사회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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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Wishsong at 2009/03/23 09:31
'기 죽은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3/24 08:14
기를 살려야죠...
Commented by 다인 at 2009/03/23 09:39
..저항과 함께 열정도 내다버렸다는 말이 지금 체념한 저 자신의 상태와도 똑같아서 씁쓸하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3/24 08:14
이제는 열정을 받침하는 지식을 전파해야 할 시기입니다.
Commented by 해결책 at 2009/03/23 11:31
절대동감!.........그나마 2002월드컵이 타칭 '좌파정권'이었을때 한 게 다행이었죠. 만약 이회창이 대통령이었고 한나라당 정권 하에 일어났다면 전세계를 놀라게할 응원문화는 애초 생기지도 않았겠죠. 국민을 좌절과 냉소에 빠뜨리게 하는 모모정권....하긴 지들 내야할 세금 없애고 지들 소유 부동산만 대박내면 나라야 어찌 되든....그런 걸 아무 생각없이 밀어준 국민하고는....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3/24 08:15
결국 관건은 무지를 극복하는 것입니다. 욱하는 기질로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지성이 보편화될때 진보의 싹이 자랄 것입니다.
Commented by 이세리나 at 2009/03/23 12:29
너무 좋은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3/24 08:15
고맙습니다.
Commented by 라세엄마 at 2009/03/23 13:10
아무리 그래도 시위문화가 세계에 들고 나갈 무기는 아니죠. 정부가 맘에 안들때마다 백만명씩 시위해서 시책을 대중 입맛대로 뜯어고치는걸 권장할 바에야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왜뽑나요? 사안 생길때마다 대국민 투표 매번 해서 결정해 버리지.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3/24 08:18
사실 시위문화 자체는 손색이 없습니다. 백만명씩 시위하는 일이 그리 쉽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문제는 백만명씩 시위해도 들은척 안하는 정부지 시위가 아닙니다. 그리고 대의제는 그 자체가 필요악일 뿐 절대적 제도가 아닙니다. 백만명씩 시위해서 뜯어고치는 일 자체가 번거롭고 흔하지 않으니까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는 것일 뿐입니다. 이 정도는 시위문화도 아닙니다. 프랑스나 독일을 보십시오. 그리고 미국도 만만치 않습니다.

참, 그리고 세계에 들고 나갈 무기는 바로 시위를 하게 만드는 그 열정이라는 것이지, 나가서 시위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Commented by 라세엄마 at 2009/03/24 11:19
프랑스 애들 시위 겁나게 하지만 열정으로 유명하진 않[...]........랄카 개인적으로 시위의 원인은 열정적인 한민족의 성질이 아니라 민주화 운동과 이기심의 발로라고 생각하니까 전 저렇게 믿죠.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3/24 12:43
진짜 이기적인 사람들은 시위하지 않습니다. "뜻에는 공감하나, 시위는 자제해야" 등을 표방하며 가만 있다가 이기는 쪽에 가서 붙지
Commented by 라세엄마 at 2009/03/24 18:20
그러니까 한국에는 시위 안하는 사람들도 많은거죠...... 좋은건지 나쁜건지[...
Commented by 회기동언니 at 2009/03/23 15:56
잘 읽었습니다. 퍼가도 괜찮겠죠?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3/24 08:18
물론입니다.
Commented by 여진 at 2009/03/25 12:52
말하려는게 무슨뜻인지 알겠습니다....잘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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