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통일학교 사건을 보며 -이젠 통일 교사란 말 식상하다

부산지방법원에서 4명의 현직교사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그리고 전교조는 여기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며, 바로 얼마전 이와 비슷한 사건으로 기소되었던 서울 지역 전교조 소속 교사 2명에게 내려진 “무죄”판결과 비교할때 어처구니 없는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일교사 탄압하는 반통일세력임을 스스로 드러내지 말라고 비난했다. 아이들에게 평화로운 통일된 나라를 물려주고자 헌신했던 교사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부산지방법원의 판결이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라 전교조의 대응이 실망스럽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안티 전교조가 아니다. 전교조 본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니 뉴라이트의 눈에는 골수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교조, 아니 전교조내 일부 활동가들이 걸핏하면 내세우는 통일교육, 통일교사 따위의 용어에는 식상함을 느낀다.

우선 사실관계만을 놓고 보자면, 서울에서 구속되었던 두 교사(나하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이다)의 사건과 부산의 통일학교 사건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나는 국가보안법이 악법이며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현행법인 이상 부산의 사건은 위법이 성립이 되고, 서울 사건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사건의 경우는 단지 홈페이지에 북한 사진을 올려 놓았는데, 그 사진에 하필이면 김정일 선군정치를 찬양하는 플래카드가 들어 있었을 뿐이다. 이걸 찬양고무 어쩌고 하고 기소 했으니 죄가 성립될 턱이 없다. 그런 수준의 사진이라면 신문, 잡지, 방송, 심지어는 조선일보의 엔케이닷컴에서도 얼마든지 볼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또 두 교사는 그 사진을 "북한의 여러 모습들"이라는 건조한 설명과 함께 올려 놓았을 뿐, 특별한 의도가 담긴 편집은 하지 않았다. 단지 북한의 여러 모습이 담긴 사진을 통일관련 자료를 게시하는 게시판에 올렸을 뿐이며, 북한 풍경 상 지도자, 장군님 어쩌구 하는 플래카드 등의 문구가 사진에 들었을 뿐이다. 만약 이 교사들이 사진을 올리고서 그 제목이나 설명에 김정일이나 선군정치를 지지, 찬양하는 설명을 썼다면 절대 무죄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다.

반면 부산 사건의 경우는 사태가 심각하다. 두 교사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통일학교라는 연수프로그램의 교재를 만들었는데, 이 교재가 북한을 의도적으로 고무찬양하기 위해 만들었다는것이 사건의 요지다. 물론 고무찬양했다고 잡아가는 것은 엉터리 법이지만, 서울 사건의 경우는 고무찬양한게 아니라 단지 자료를 올렸을 뿐이고, 부산사건의 경우는 교재를 편집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고무찬양한것이 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교사들은 교재에 북한의 역사교과서를 인용한것이 아니라 이용했다는 것이다. 즉, "북한 역사교과서에서는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이런 식으로 교재를 작성한 것이 아니라, 북한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아무 인용표시 없이 편집하여 객관적 사실인것 처럼 바로  "이렇다. 저렇다." 하고 기술한 것이다. 북한 책을 읽고 연구하는 것은 교사가 할 일이라고 넘어갈 수 있고, 또 교사들에게 북한의 여러 자료들을 소개하는 것도 할만한 일이라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북한에서는"이라는 인용 부호를 달고서 해야 하는 일이다. 북한의 선전물을 마치 객관적인 사실인양 아무 인용부호 없이 편집해서 교재를 만들고 그걸 가지고 연수를 진행했다면,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법의 갈코리를 벗어나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보기에도 이들은 북한 역사책에 나온 내용을 객관적 사실로 보이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편집했다. 물론 북측의 주장을 믿는 것은 자유고, 그걸 가지고 왈가왈부할수는 없다. 그러나 그럴 경우에는 이건 북측의 주장이라고 밝히고서 개진해야지, 연수라는 형식을 빌어 은근슬쩍 주입할 일은 아니다. 이건 청와대 여론조작 이메일처럼 매우 불순한 짓이며, 국가보안법이 아니더라도 학술윤리상 용납할수 없는 일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했는지 안했는지 모르겠지만, 대뜸 통일교사 탄압하지 말라 하고 버럭질을 하는 전교조의 모습은 절망스럽다. 오히려 "북측을 동경한 일부 조합원들이 있을수도 있지만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조직의 공식적 방침은 개인의 양심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개인의 신념과 양심에 대한 처벌은 법이 아니라 반론과 비판이다. 북측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의 시시비비는 법이 아니라 비판과 반론으로 처결할 일이다."이렇게 나와야 옳다. 그런데 저렇게 통일교육 탄압말라 하고 버럭질을 하니 저들의 시대착오적인 북측 추종과 비양심적인 자료조작이 마치 전교조 전체의 모습처럼 되어버리지 않는가? 게다가 이미 통일 타령의 인기도 싸늘하게 식어버린 마당에.

아마 일반 조합원이나 국민들도 통일교육, 통일교사 따위의 말에 아무 감흥 없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통일에 대한 관심은 2002년을 계기로 치솟아 올랐다가 2006년 북한핵 문제와 함께 완전히 가라앉았다. 아마, 북한과 동질감을 느끼는 대한민국 국민은 자칭 진보단체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없을 것이다. 북한은 단지 안보리스크이며, 좀 불쌍한 이웃에 불과하다. 만약 막상 통일의 그날이 와서 국민투표로 통일 여부를 정하자고 하면 부결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클 것이다. 그게 솔직한 대중의 정서다. 그리고 사태를 이렇게 만든것은 반공교육 탓이 아니라 반공교육이 사라진 탓이다. 반공교육이 사라지고 일부 민족주의 계열 유사 진보진영의 북한 바로알리기 운동 덕분에 가려져 있던 북한의 현실이 많이 알려졌다. 저 유사 진보진영은 북한의 모습들이 남한에 알려지면 큰 감명을 줄것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대한민국 시민들은 북한과 같은 체제에서는 절대 살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굳히고 말았다. 주체사상 광신도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런 세상을 살고 싶겠는가? 게다가 반공교육자료가 아니라 진짜 자료들을 통해 보는 것이니 의심의 여지도 없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70년대의 공포, 두려움에서 2000년대의 경멸, 동정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주사파, 친북파들의 위상도 7,80년대의 사회불안세력에서 2000년대의 시대착오세력으로 바뀌었다. 소위 진보진영이 정말 진보하려면 이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자신의 행동의 출발점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된다 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고무찬양의 자유가 보장된다 하더라도 캄보디아, 라오스 보다 가난한 북한의 선전물에 넘어갈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니 말이다.

내가 이런 글을 포스팅하는 이유는, 전교조를 친북단체로 몰아치는 빌미가 일어날 경우,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의 조합원은 객관적이고 균형있는 대북관을 가지고 있음을 증거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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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9/02/15 20:24 | 사회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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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ghistory at 2009/02/15 20:34
아주 제대로 호랑이 아가리에 들어간 화상들이었군요.

그런데 간디학교 교사는 어떤 경우에 해당할까요?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2/15 20:39
최보경 교사와는 질이 다릅니다. 최보경 교사는 학생들의 증언등을 종합해 보면 다만 북한에 대한 자료로서 제시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저 통일학교 교재는 나도 한 번 보고는 아주 기함을 했습니다.
Commented by ghistory at 2009/02/15 20:55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보리밭 at 2009/02/15 20:36
저도 부산에 있으면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참 어이가 없더군요. 아직도 자기들이 뭘 잘못했는지 모를 겁니다. 진보진영에 얼마나 큰 패악을 끼치고 있는지 말이에요.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2/15 20:40
진보진영에서 김정일 비판 한번 진하게 하면 뉴라이트가 완전히 무너질텐데 말입니다. 주사파야 그렇다 치고, 피디 진영의 책임이 더 큽니다.
Commented by ghistory at 2009/02/15 20:54
아직 민주노총에 미련이 있어서인지 정면대결은 못할걸요.
Commented by 타누키 at 2009/02/15 21:22
잘봤습니다~
Commented by ㅇㅇ at 2009/02/16 02:28
쿨게이성 글이란 게 이런 거군요^^

잘보고 갑니다 ㅋ
Commented by ghistory at 2009/02/17 15:40
무슨 소리가 하고 싶은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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