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를 분석하자(1) 미국과 유럽

신보수처럼 사회학자들을 골치아프게 만드는 집단도 없을 것이다. 사실 이들은 68혁명을 꽃피운 신좌파의 반대편이다. 신좌파의 특징은 계급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동자도 있었고, 지식인도 있었고, 실업자도 있었고, 별별 사람이 다 있었다. 여성은 경우에 따라 중산층 이상의 계급에 속해있을수 있지만, 남성에 대해서는 피지배계급이었고, 청년들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생태,민권운동 같은 지배, 피지배로도 환원되지 않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운동세력들이 어떤 공통점도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운동을 일으켰다. 그것이 유럽과 미국을 아로새겼던 60년대의 물결이었다.

 

이 60년대의 물결은 여전히 매카시즘의 시대를 좋은 시절로 기억하는 수구보수들에게는 잊지 못할 악몽의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뉴레프트들이 "소련"이나 "중국"도 맹렬히 비판함으로써 기존의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공세가 먹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좌와 우를 넘어 일체의 억압에 저항했다. 그들은 보수당과 사회당 노동당을 싸잡아서 구세력으로 몰아붙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20년간 수구보수들은 권력을 내어주어야만 했다. 수구들은 존슨 대통령의 복지정책이 자신들의 부를 빼앗아 빈민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보고 있어야 했고,  낙태니, 동성애니 하는 그들 기준에서 파렴치한 반인륜적 행위들이 햇빛을 보는 것을 견뎌야 했고, 빨갱이 지식인들이 글과 예술작품으로 기업과 권력자를 조롱하는 것도 허용되는 꼴을 보아야 했다.

 

그러나 70년대동안 미국의 수구보수들이 침묵만 지키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절치부심 재기를 준비했고, 그 방법은 신좌파와 똑 같이 탈계급적이고 다원적인 세력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가장 기본적으로 기독교근본주의자와 시장자유주의자와 반공주의자, 그리고 보수주의자가 뭉쳤다. 사실 이들은 어제까지만 해도 상극이었다. 시장자유주의자는 당연히 고도의 실용주의자이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근본주의자와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 돈만 준다면(어려운 말로 유인만 있다면) 신앙 따위야 헌신짝이 될수 있는게 진정 시장적 인간이다. 게다가 반공주의자는 또 어떤가? 또 보수주의자는? 미국의 건국 아버지들인 제퍼슨, 프랭클린 등이 모두 계몽주의자들이었고, 이신론자(사실상 무신론자, 유물론자)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미국이 기독교 국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헌법에 정교분리를 명시할 것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보수주의와 기독교근본주의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 미국의 건국정신이 정치적 자유주의라는 점에서 반공주의는 역시 어긋난다. 이렇게 보수주의, 기독교근본주의, 반공주의, 시장주의는 서로서로 어긋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나로 뭉쳐서 거대한 운동을 이루었다. 그게 바로 신보수, 즉 뉴라이트 운동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이질적인 집단들의 느슨한 연대였기 때문에 계급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는 절대 분석되지 않는다. 즉 뉴레프트의 정확히 오른쪽 대칭인 것이다. 뉴레프트가 어떤 공식적 조직도 만들지 않으면서, 단지 삶의 양식과 생각, 즉 주체성만을 퍼뜨렸듯이, 뉴라이트도 특별히 어떤 조직을 만드는게 아니라 사고방식, 삶의 양식을 퍼뜨렸다. 그것은 바로 질서였다. 뉴라이트는 계급으로 포착되지 않는 뉴레프트를 하나의 단어로 포괄하는데 성공했다. 그것은 "불평분자"였다. 그들은 모든 종류의 뉴레프트 운동을 싸잡아서 불평과 혼란으로 비난하면서 질서와 경건이라는 자신들의 삶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것은 특히 백인 하층계급에게 크게 어필했다.

 

이렇게 탈계급적인 뉴라이트의 공세 앞에서 노동계급을 중심으로 진지를 구축했던 좌파들은 연전연패할수밖에 없었다. 노동자들이 뉴라이트에 포섭된 것이다. 특히 좌파들이 흑인이나 소수민족을 배려한 덕분에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분노한 백인 하층민들의 이탈, 그리고 자유의 물결이 교회나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파괴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주부들을 중심으로 많은 하층민들이 뉴라이트에게 표를 던졌다. 노동조합에 의존하던 구좌파 정당인 영국 노동당은 대처에게 대패해야 했으며, 일본 사회당은 괴멸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좌파정당인 독일 사민당조차 8-90년대를 야당으로 보내야 했다.

 

이러한 뉴라이트 현상은 계급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단지 어떤 이념이나 생각을 기반으로 하고도 강고한 정치세력화가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레이건이나 대처의 당선은 단지 선거 결과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운동의 흐름이었던 것이다. 반면 중간 중간에 있었던 좌파의 집권, 즉 클린턴, 블레어, 쉬뢰더 등의 승리는 단지 선거 결과였을 뿐 어떤 운동의 흐름은 보여주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의 승리가 중요한 것은 단지 좌파가 승리해서가 아니라 그 선거 과정이 뉴라이트 운동에 반대편에 선 새로운 운동의 흐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 승리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역시 계급의 벽을 횡단하면서 어떤 생각을 중심으로 연대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진영은 뉴라이트가 뉴레프트를 통칭한 "무질서, 혼란"이라는 말을 그대로 "변화"라는 말로 바꾸었다. 그렇게 되면 뉴라이트가 자랑하던 "질서"는 "완고함"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뉴라이트의 정책을 "무자비함, 냉정함"으로 묘사함으로써 뉴레프트를 "배려있음"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어쨌든 80년대를 풍미한 미국과 유럽의 뉴라이트 운동은, 계급이 아닌 어떤 견해, 관점, 생각이 계급의 벽을 가로지르며 거대한 사회적 정치적 힘을 만들어낼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사실 그 원조는 뉴레프트였음을 보여주었다. 실상 미국, 유럽에서도 뉴라이트의 지도부들은 전향한 과거 좌파들이었다. 다니엘 벨, 알빈 토플러, 피터 드러커, 그리고 이들의 선배격인 하이에크 등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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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9/01/06 23:01 | 철학, 사회학 탐구 | 트랙백(1)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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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High enough! at 2009/01/06 23:39

제목 : [잡담] 뉴라이트와 네오콘, 신자유주의
언론에 네오콘과 신자유주의자들이 섞여서 사용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그래도 나름 정치학을 전공했다고 하는 필자로서는 어떻게 저게 혼용될까 하고 의아한 적이 있었습니다. 뭐 물론 미디어가 그렇게 엄밀한 차이를 따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말이죠.경제적으로 (신)자유주의는.. 그러니까 고전적인 자유주의로의 회귀.. 국가의 제어 대신 개인의 권리를 더 늘리고 우선시할 것(개인주의)과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것이 골자......more

Commented by highenough at 2009/01/06 23:39
19세기 후반 미국의 우파들이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를 결합시키는 논리에 대해서 쓴 글을 트랙백해보겠습니다.

네오리버럴과 네오컨서버티브의 용어 혼용에 관한 글이긴 합니다만;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1/09 00:11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뉴라이트들은 미국 우파들처럼 공통의 접착제를 아직 찾지 못해서 허둥대고 있는 상태인 걸로 보입니다.
Commented by highenough at 2009/01/09 00:19
뭔가 근대화론과 엮으려는 것 같긴 한데.. 그건 지들 내부에서도 분열되는 주제죠.
Commented by 유시 at 2009/01/07 00:54
한국의 뉴라이트는 분석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그냥 "매국 이기주의 집단"이라고 하면 간단하지 않나요?
뭐 대응책을 찾으시려는게 아니라면 굳이 분석하실 것까지야...
Commented by 이세벤 at 2009/01/07 08:52
그 집단이 조용히 구석에서 놀고 있는게 아니라, 사회적 권력을 잡고 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분석이 필요한 것이겠죠.
그들이 권력을 잡고 있다는 사실은, 어떤 이데올로기, 혹은 권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마르크스적으로 규정하든, 정신분석학적으로 규정하든 말이죠) 결코 간단하게 규정해버릴 집단이 아니라는 겁니다.

더 섬세하고,더 조심스러운 분석이 필요하겠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1/09 00:11
문제는 그들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30%의 국민들을 동원해 내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수천만명의 매국집단이 있다고 말하면 곤란하겠죠? 그래서 분석하는 겁니다.
Commented by 사띠현정 at 2009/01/08 12:09
이 왕성한 탐구의 결과를 모아 진보의 재구성에 포함시키면!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1/09 00:12
결국 기든스, 벡 등의 탐구를 따라가는 셈인데, 그들도 그러면서 진보의 재구성으로 나가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귀결은 계급정치의 종말, 결국 생태, 여성이었습니다.
Commented by 유시 at 2009/01/09 00:39
음, 그렇군요 30%의 국민을 동원해 내었다는 것이 확실히 문제된는군요.
30%가 누구인가, 어떠한 이들인가도 알아봐야 겠군요.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1/10 22:08
연령은 50대, 직업은 농업과 자영업자, 그리고 주부, 거기에 지역표와 종교표 이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Commented by 유시 at 2009/01/10 22:09
==_== 한마디로 조중동에 놀아나는 그 바보집단을 말하는 거군요 ㅠ_ㅠ;;
대충 그 집단과 명박을 좋아하는 부유층류 겠군요....
계층은 단박에 알 수 있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일곱 혼돈 at 2009/01/13 02:01
그런데 한 가지, 그 30%의 구성 성분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 있어서는 그 30%는 딱히 한 가지로 정의내리기 힘듭니다. 지역성 하나만은 일관적입니다. 영남, 그리고 기득권-뉴타운으로 상징되는-의 아성이 된 수도권. 하지만 나머지는? 기독교? 기독교를 제일 많이 믿는 호남이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불교가 압도적인 영남이 개혁적이라면 그건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고요.
(물론 민노당이 영남에서 지역구 의석 2개를 얻었긴 해요. 하지만 민노총이 가카와 조중동의 의도대로 박살이 나면?)

자영업자야 하도 많으니 그렇다쳐도, 농업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습니다. 호남은 넘어가도, 충북과 강원에서 민주당이 선전한 것을 보세요. 정당 투표 3위 먹은 것이 별 거냐고 할 수도 있지요. 헌데 민주당(그리고 진보세력)의 옛 아성이었던 수도권에서 역시 민주당이 3위를 먹은 걸 생각해보면 이건 예삿일이 아닙니다. 되려 농촌에서 민주당의 지지층(진보 성향의)이 천천히 늘어간다는 겁니다. 게다가 농촌의 고령화율이 도시의 두 배(!)라는 걸 생각해보면.....

게다가 청년층이 개혁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온라인? 촛불집회? 후우, 인정할 건 해야지요. 인터넷에서는 문국현이 대통령이었고 주경복이 서울시 교육감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좌파 성향 청년층은 비정규전 공중전(시위 같은)에서야 요긴하지만, 정면 대결에서는 판세를 뒤집기는커녕 박빙이 넘치는 지역에서 1~2%나 움직여 줄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70429132232&Section=
오히려 이런 걸 보면 대학교에서의 뉴라이트 열풍이나 운동권의 몰락이 아주 쉽게 설명되지요. 노조는 싫어하지만 노조는 나를 보호해야 한다? 노조는 투쟁하면 안 되지만 비정규직은 보호해라? 이런 신발샛길들. 저도 20대지만 이런 개소리는 미치거나, 얼굴에 신소재 나노 금속판을 깔았거나, 극도로 무식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소리입니다. 최소한 하이에크 소사이어티 같은 인간들은 일관성이라도 있었어요.

저는 이것들이 소위 말하는 '국개' 혹은 'cool개'들의 중추들을 이루고 있다고 봅니다. 30% 안에서 이 '괴물'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 않을 것이며, 지금은 그렇지 않아도 앞으로 수십 년 간 사회 주류를 이루고 선거를 치를 겁니다. 좌파들은, 범진보 진영은 무슨 수를 써서든지 이들을 길들이고 깨우치게 할 궁리를 해야 할 겁니다. 10년이 지나도 다음 버스가 올지 안 올지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경계해야 할 진짜 조커는 호남의 보수화입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민노당 비례 표의 많은 부분이 호남에서 오고, 한겨레도 호남이 즐겨 보는데, 호남이 개혁성을 포기하고 '잘 먹고 잘 살게만 되면 수구꼴통도 ok'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아, 좋은 점은 딱 하나 있습니다. 지역감정의 완전한 소멸. 하지만 한국의 범진보(중도 우파 리버럴~좌파)에겐 진혼곡이 될 것입니다. 500만표는 그리 많은 건 아니어도 그리 적은 것도 아니죠.
Commented by 일곱 혼돈 at 2009/01/13 02:05
연구에(나아가 범진보의 미래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훈수가 길어졌지만, 결국은 변증법 님과 같은 전문가 분들의 몫이지요. 부디 심사숙고 해주시길.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9/01/13 07:29
아, 그 30%는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의 세부데이터를 분석한 것입니다. 그리고 호남의 보수화는 필연적으로 거쳐가야 할 운명입니다. 애초에 미국 민주당도 남부 농촌을 주 텃밭으로 삼았지만, 결국 그쪽의 보수화로 날리고, 그 대신 캘리포니아, 뉴욕 등 신흥 중산층 지역을 새 터전으로 바꾸었죠. 사실 그 동안 호남지역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으로 보였던 것은 반한나라당 정서가 강했던 것이지 진짜 진보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민주당이 미국 민주당이나 유럽의 사민당 같은 분명한 색깔이 없었거든요. 여튼 차차 풀어나가 보기로 하죠,
Commented by 일곱 혼돈 at 2009/01/13 10:41
1. 그렇다고 해도 지난 총선의 투표 결과가 기존의 여도야촌이 뒤집힌 야촌여도의 양상을 띄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듭니다만.... 생각해보면 지난 총선의 투표율은 상당히 낮았습니다. '투표를 하는 사람들'과 '하지 않는 사람들'의 차이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런데 보통 노년층이 청년층보다 투표 참여가 활발하지 않습니까?) 아니면 농업과 자영업 종사자가 많은데다 호남+충청을 합한 것보다 인구가 많다는 영남 탓일 수도 있겠고.....

2. 그런데 우리는 이미 수도권을 보수화로 날려먹은 상태입니다. 홍정욱이 '노동귀족에 대한 서민배우 아들의 승리' 운운한 그 치욕을 잊으신 겁니까? 민노당이 항상 20% 이상 얻었던 성남 중원구에서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십니까? 호남까지 날려먹으면 우리는 어디서 표를 얻고, 어디서 한겨레-경향 등의 야당지를 팔아야 할까요? 안드로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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