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3일
일제고사 반대, 징계철회 집회를 다녀왔습니다.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열린 일제고사 반대, 부당징계 철회 집회에 갔다 왔습니다. 중 1, 2 담임은 아니지만, 일제고사로 상징되는 일련의 무지한 교육정책들의 홍수앞에 맞서는 분들이 외롭지 않게 했으면 하는 뜻에서. 나름 뜻을 품고 참가한 행사였습니다.
사실 이번 사태는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저 역시 일제고사의 부당함과 반교육성에, 그리고 일제고사 문제 수준의 저열함에 기가 막혀하며 답안지를 제출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단지 몇몇 아이들의 시험 불참을 허용했다는 이유로 해임, 파면이라니!! 그런데 아무런 대응도 못하는 노동조합이라니!! 결국 후덜덜덜 하며 답안지를 제출하고 말았습니다. 정말 까딱하다가 골로 갈뻔 했습니다.
그런 만큼 일곱분 선생님들에 대한 미안함, 부채감은 쉽게 지워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집회에 참석하여 머리라도 보태주려고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집회에 참석하자 몇몇 불편한 풍경 때문에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우선은 참가하신 분들의 면면이었습니다. 이 행사는 주최측이 공식적으로 없었습니다. 그저 일제교사에 반대하는 교사들이 게시판 보고 마치 플래시 몹 처럼 모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교찾사 진영의 분들이 주로 눈에 띄었고, 그 외 게시판 보고 그야말로 자발적으로 조퇴내고 뛰어나온 평범한 선생님들도 꽤 많이 계셨습니다. 그러나 참실련 계열의 활동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현재 집행부에 몸담고 있는 분들도 한 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전교조 본부는 일제고사 반대 행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해괴한 일이었습니다.
이건 정말 말이 안됩니다. 신문에서는 뭐라고 보도됩니까? '전교조 교사 해임, 파면' , '전교조 교사 일제고사 거부' 이런 식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전교조의 공식입장은 시종일관 "일제고사에 반대하지만, 집단적인 행동은 결정된 바 없다."입니다. 오늘 기자회견과 집회도 전교조가 아니었습니다. 혹시 전교조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규탄했다 식으로 보도하는 기자가 있다면 사실을 호도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현재 상황에서 전교조는 수구꼴통들의 욕을 먹을 자격도 없습니다.
그런데 문득 혹시 전교조내 야당인 교찾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현 집행부의 무능함을 부각시켜 흔들어대려는 것은 아닐까? 혹 여당은 참실련은 이 사건을 계기로 눈에 가시같은 교찾사 선생들이 마구 짤리는걸 방조하려는 건 아닐까? 이런 의구심까지 들 정도로 전교조의 침묵은 이례적이었습니다. 물론 이번 국면에서는 분명 현 집행부인 참실련측보다 교찾사측이 방법은 투박하지만 어쨌든 더 진정성 있는 포지션에 있음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딴지를 좀 걸자면, 교찾사 및 전교조에서 오래 몸담은 활동가들은 수줍게 찾아온 평범한 선생님들을 도리어 거리감을 느끼게 만들어 몰아내는 묘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자기들끼리만 오가는 대화. 처음 찾아온 용기를 낸 분들에 대한 격려나 인사 전혀 없음(촛불 집회에서 아고리언들을 보십시오. 그들이 얼마나 낯선 이들에게도 격려와 연대감을 감추지 않는지). 운동권 사투리로 점철된 각종 규탄발언들.. 스스로 교사라고 말하기 전에는 도저히 교사라고 보기 어려운 거칠고 정돈되지 않은 모습과 복장... (왜 전교조의 남자 활동가들은 모두 면도 안한 얼굴과 빗지 않은 머리를 하고 다녀야 하나?) 게다가 밀집된 대형으로 모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방팔방에서 퍼져 올라오는 담배연기.. 결국 담배연기에 질려서 집회를 다 마치지 않고 먼저 떠났습니다.
이런 것들은 앞으로 일제고사 반대 운동이 전교조를 넘어 여러 시민단체와 네티즌, 젊은이들을 끌어들여서 교육이라는 쟁점에 결집시키려면 신경을 좀 써야 할 부분들입니다. 사소한 것 같겠지만, 사실 대단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결국 21세기의 투쟁은 어떤 정체성을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에 성패가 갈려있으니, 결국 자신들을 매력적인 존재로 드러낼수 있는 세력이 이기는 것입니다. 공정택 무리들은 이미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로 고착되었습니다. 여기에 전교조는 그 정 반대에서 사치스럽지 않으나, 품격을 잃지 않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작금의 전교조 활동가들의 면면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기는 합니다....
오바마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진보적인 발언을 품위있는 고급 영어로 구사했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으로 부시는 보수적인 발언을 서민적인 영어로 구사해서 승리했고요. 항상 역사적으로 진보의 생명은 고결함이었습니다. 이상을 꿈꾸고 이상을 이루려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고결하겠죠. 고결함은 고급스럽게 꾸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공격성을 최대한 갈무리한 온화하면서도 단호한 모습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진보진영 활동가들의 모습은 너무 거칩니다.
그나 저나 오늘도 몇몇 선생님들이 체험학습 허가 해주신 모양인데, 걱정 스럽습니다. 어느 지역에서는 학교 전체가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정상수업을 했다는데... 아직은 학교가 살아 있나 봅니다.
일제고사의 문제점에 대해서야, 뭐, 워낙 많이들 이야기가 오고갔으니, 또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혹시 여기에 일제고사 봐야 한다는 댓글을 누가 다신다면, 그분께는 얼마든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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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12/23 21:12 | 교육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2) | 덧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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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는데......누군가 전교조의 기회라고 하던데 그럴일은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ㄷㄷ
학교가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니 그 교장이 걱정되네요.
교장이야 관리자니 걱정할 사람이야 별로 없겠습니다만....
네...압니다. 위의 글은 제 마음 한켠에 담아놓은 선생님이라는 이름을 가지신 분들 앞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꽤 감정적인 말들이죠.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사회 꼬라지를 보면 저 편협하고 감정적이고 수준 낮은 말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대 다니는 학생들도 말이 없네요. 허허, 현 교사들의 현실보다 이게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네, 그렇겠죠.
하지만, 부정변증법 님 같이 좋은, 생각있는 분도 없지는 않다는 것에 조금 위안을 삼아야 할 것이겠지요.
아주 짧은 글이라도 일단 읽어보면 대충 그 사람의 수준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수준에서 더 높게 기준을 잡고 대하는 것이 지식인들의 기본 대응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적어도 나보다는 더 많이 알겠지'하는 인식의 시작 같은 것 말입니다. 그리고 님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이건 군대 있을 때 함장이라도 영창 갈 준비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던 제 특이한 성격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훌륭한 교사가 되실 그 분들까지 비판한 것은 아니었음을 알아주셨음 합니다.
저도 제 모든 말들이 틀리고 제가 쓸데없는 비관주의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현실을 원합니다.
우리 진보의 세상이 오지
이건 뭐.
답이 없네요
실망을 해도.....이런 것들을 알아가는 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뭔가를 알아야 대책을 세우던지 말던지.....
노동조합은 이런 운동권의 '지양'이었는데 지양된 노조가 제구실 못하면서 소수자 운동권의 풍경으로 복귀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