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이여 허상을 깨라!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이쁘다고 했던 말이 있다. 인지상정이니 이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니 자기 새끼를 과장해서 보는 것을 탓할수는 없다. 그러나 이 속담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대부분의 속담은 교훈적이지 기술적이지 않다. 속담이나 격언은 어떤 현상을 기술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동의 지침을 날카롭고 재치있게 인지상정에 호소해서 드러내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속담은 모두 자기 새끼는 이쁘게 본다는 현상을 기술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의 행동을 지시하는 것이다. 그것은 대략 다음과 같이 유추해낼 수 있다.

1) 자기 새끼를 판단할때는 자기 눈에 보이는 것에서 깎아서 보라. 즉 자기 자식이 이쁘거나 잘나보이더라도 그것을 믿지 말라.
2) 남이 자기 새끼 자랑을 할때는 역시 깎아서 들어라.

한국의 부모들은 바로 이 단순한 진리에서 이미 어긋나고 있다. 많은 부모들은 고슴도치 부모의 눈으로 과장되게 평가하고 있는 자기 자식의 현재로도 만족하지 않고, 단순히 희망사항에 불과한 기대치까지 포함하여 자기 자식을 평가하고 있다. 즉 지금 70점 쯤 받는 자녀가 있다면,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한 탓"이라 하며 80점쯤으로 판단하며, 여기에 더하여 사교육 같은 거 빠방히 시키고, 이 놈이 죽기살기로 공부한다면이라는 상상 속에 다시 좀 더 보태어 90점 쯤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70점짜리 학부모가 자기 자녀에게 그 정도 수준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현실은 희망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에게 상위 5% 이내에 들 경우 누릴수 있는 각종 장미빛 미래를 제시한다. 그러나 나머지 95%로서 살아가는 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아니, 자기 자녀가 상위 5%에 들수 있다는 망상과 꿈을 웬만해서는 버리지 않는다. 물론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지만.

그래서 다음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난다.

인천의 모 고등학교에서 일부 학부모를 중심으로 학급을 상중하 반으로 편성하자는 안건이 제출되었다. 물론 처음 제안자는 그 학교에서 나름 공부 잘한다는 학생들의 부모였다. 학교에서는 여기에 반대하는 전교조 교사와 찬성하는 재단측 교사가 치열하게 갈등했었고, 마침내 학부모들의 의견을 물었는데, 놀랍게도 압도적인 표차이로 찬성이었다. 이건 참 신기한 일이다. 상위 1/3을 위한 학교 운영을 하겠다는 방침이 나오면 찬성은 1/3이라야 마땅한데, 거꾸로 2/3가 찬성한 것이다. 반대한 학부모는 이제는 어쩔수 없이 포기한 하위권 학생들의 부모들이었다.

마찬가지로 특목고, 국제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국제중, 특목중까지 늘리겠다는, 그리하여 상위 10%를 위해 보통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예산의 수십배를 쓰는 그런 학교들을 만들겠다는 정책에 오히려 찬성이 더 많다. 마땅히 찬성 10%, 반대 90%라야 하는데 도리어 찬성이 70%에 육박한다. 이것 역시 아예 하위권 학생들의 부모만 반대하고, 중간층의 학생들 부모가 찬성한 탓이다. 이렇게 되어 70점짜리 엄마들은 95점짜리 엄마들을 위해 열심히 표를 보태주고 있다. 그러면 자신들도, 자기 자식들도 그 과실을 따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한국의 부모들이여! 제발 허상을 깨자. 그리고 자기 자식을 좀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자. 자기 자식이 공부를 못하면 다른 분야를 찾아주자. 그리고 자기 자식이 공부를 못하면, 공부 잘하는 학생만 사람대접하려는 교육정책에 반대표좀 던지자. 곧 죽어도 내 자식은 공부잘하게 될거라 믿으며 우등생 학부모 표밭에 들러리나 서지 말고. 진짜 자식사랑이 뭔가? 자기가 기대하고 있는 자식이 아니라 실제 자기 자식이 잘 살아가도록 세상에 길을 내어주는 것이다.



이글루스 가든 - 자유로운 아이들, 아름다운 교육을...

by 부정변증법 | 2008/12/15 20:04 | 교육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14)

트랙백 주소 : http://hagi87.egloos.com/tb/122804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nique at 2008/12/15 20:43
옳소~!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8/12/16 08:15
고맙소~
Commented by 빌리밥 at 2008/12/15 21:05
국제중, 특목고가 별 의미 없는 학교란걸 알기에 그러거나 말거나인 1人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8/12/16 08:16
그런데 그런데 거기에 동요되는 분의 여론이 과다추정되는 것이 문제
Commented by 아큐라 at 2008/12/16 08:52
알파맘은 다 나의 적입니다. -_-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8/12/16 11:30
그들을 계도할수 있는 길을 찾아야겠죠,
Commented by 롱산 at 2008/12/16 09:56
전에 있던 학교에서 점수 우수반을 만들었습니다. 2류고에서 평준화에 들게 된 첫해에 점수 높은 아이들이 좀 들어왔는데 이들은 스카이대로 보낼 작전에서였죠. 그 때 수업 들어가서 이러저러하다며 내막을 말했더니 아이들의 대답이 이랬습니다. '선생님 그 애들이라도 잘 해서 서울대 1명이라도 들어가면 우리 학교 이름도 나고 좋잖아요. 찬성해요' 참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남이 잘 돼야 내가 잘 된다는 리타심으로 충만한 백성들입니다.

수경 스님의 말이 떠오릅니다.
'이 나라에는 가난한 사람은 없습니다. 오직 부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만 있을 뿐입이다'. 권력은 위를 향한 끝 없는 욕망을 불지펴 백성들을 허공에 재로 뿌리고, 백성은 권자 부자 잘 되기를 축원하며 '상층, 언젠가 들고야 말거야!'라며 투지를 불태웁니다. 끝내 타고 난 다음에는 재 밖에 안될 것이데 안타깝습니다.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8/12/16 11:31
와 닿는 말입니다. 부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 그런데 지배자들은 항상 그런 욕망을 유포합니다. 그래야 피지배자들이 자기들끼리 경쟁할테니
Commented by 사칙연산 at 2008/12/16 15:54
저는 저희 어머님이 상당히 괜찮으신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일반적인 평균값(?)보다야 떨어지지만 여전히 저런면도 가지고 계시기도 합니다. -_-)a
아직까지는 대한민국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_=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8/12/17 08:16
극복해야죠. 자기의 틀을 깨고 자신의 벽을 넘는 것은 저절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량한 분들은 계속 문제제기하고 고민하면 깨어냅니다.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12/16 17:24
전 그래서 저에 대한 칭찬은 1/3정도로 깎아서 듣습니다.
저 위에 수경스님 말씀이 참 가슴에 사무치네요.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8/12/17 08:15
특히 과하게 칭찬하는 사람은 경계하게 되죠^^
Commented by 마데모시 at 2008/12/19 04:20
부모들도 딱히 집착하고 기대하고 희망을 걸어볼만한 대상이 있다면 거기다 걸겠지만, 그게 없으니까 자식에게 비합리적으로 목매고 있는 것 같네요.

뭐.. 자주 느끼는 거지만, 이런 이야기를 해도 듣는 사람은 이미 말의 내용과 의견이 비슷하거나 아예 일치를 보고.. 안 듣는 사람은 무슨 논리를 들이대도 안 듣죠.

부모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오죽 기댈 게 없으면, 오죽 자아실현을 하고 싶었으면 자식에게 그렇게 목매게 되는 건지..

그들의 상대적 박탈감부터 제거해주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 될 여지는 없어보이네요 ;ㅅ;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8/12/19 17:14
그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사유와 삶의 지평이 너무 좁아서 비롯된 것입니다. 삶의 가치가 다양한 사람은 박탈감을 느낄 여지가 없죠. 저 놈은 이게 잘났냐, 나는 이게 잘났네 할수 있게 되니....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