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비지론의 망령이?

비지론(비판적 지지론)이라는 말이 익숙한 세대가 있고, 생소한 세대가 있을 것이다. 이 비지론은 김대중, 혹은 그 계승 세력을 비판적으로 지지한다는 의미로. 선거때만 되면 운동권에서 좌파진영에서 튀어나왔던 주장이다. 그래서 이 주장은 독자적 민중후보론과 늘 부딪쳤고, 될 놈을 밀어줘야 한다는 논리로 민중후보 대신 김대중을 밀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가곤했다. 물론 이쪽이 더 쉽고 편한 길로 보이기 때문에 진보진영에서 이 비지론은 항상 다수파가 되었다.

가장 마지막 비지론은 지난 2002년 대선때 나타났다. 김대중 세력이 아니라 그야말로 운동권 골수 출신인 유시민이 민노당 지지자들에게 노무현을 찍어서 이회창을 꺾으라는 지상명령을 노골적으로 교시했던 것이다. 비지론. 항상 거부하기엔 미련이 남고, 막상 선택하고 나면 번번히 후회하는 것이 비지론이다.그리고 제대로 된 운동으로 나아가는 데 항상 발목을 잡는게 이놈의 비지론이다.

그런데 이게 꼭 대통령 선거판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80년대의 낡은 논리를 혁파하고 새로운 운동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의 발목도 잡는다. 비지론의 무기는 미련이며, 그 주제가는 "미워도 다시 한번"이다. 그러나 이제 미련은 미련한 것으로 단언되어야 한다. 김대중으로  통칭되는 그 세력들은 결코 진보가 아니다. 그들이 최소한 사민주의 정도라도 들고 나오지 않는 한, 명색이 좌파인 집단은 그들과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그들은 미국 민주당 영국 노동당이나 독일 사민당 같은 집단이 아니다. 이 세 당의 강령을 한번이라도 읽어보면 한국의 민주당의 진보의 ㅈ 도 해당 없음을 알게된다.

물론 비지론의 반대편에 서 있는 집단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이 주장하는 선명성은 80년대의 논리다. 물론 80년대의 논리를 고수한다는 것이 천형이 될수는 없다. 대개 피디 계열 활동가들이면서 80년대의 논리를 고수하는 집단과 사람들은 토론의 대상이며 그 과정속에서 공통성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새로운, 익숙하지 않은, 그러나 분명히 올바른 진실 앞에서 당혹해 하고, 불편해하고 심지어 분노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들은 분노했다.

한 피디계열의 전교조 활동가는 자신의 기억속에서 대학 시절 피디 정파의 리더였던 내가 도리어 피디계열인 교찾사와 각을 세우는 것을 보고, 투쟁보다 연구와 대안을 중요시하는 것을 보고 분노를 터끄리기까지 했다. 나 역시 그 옛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또한 그만큼 그 친구가 적어도 80년대의 논리에 대해 순수하고 진정성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수도 있었다.

이런 녀석들은 계속 정신적인 충격을 가하면 결국 알을 깬다.
그러나, 80년대의 논리를 빙자하는 집단과 사람들. 80년대의 수사와 용어를 빙자하여 실상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과는 대화의 여지가 없다. 그들이 바로 비지론자들이다. 이제는 비지론자들조차 김대중 계열이 진보가 아님을 알고 있다. 그런데 본인들도 믿지 않으며, 헌신할 생각도 없는 논리를 다만 이런저런 정치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면 -그나마도 제대로 알지도 못해서 흉내마저 엉터리인- , 즉 자신을 속이고 타인을 속이고 있다면, 무슨 대화와 소통이 가능하겠는가?

 

안타깝게도 세상에서는 이런 자들이 항상 권력을 차지한다. 선량한 자들은 "그것은 옳지 않아"라고 말할 뿐이다. 그러면서 이런 자들을 그 자리에서 몰아내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는 않는다. 정때문에, 의리때문에 혹은 딱해서, 혹은 그래도 저쪽보다는 나으니까, 비지론으로..... 이 틈바구니에서 항상 득을 보는 존재들이 이쪽도 저쪽도 아닌 박쥐의 무리들이다.


어떤 판에도 다 이 박쥐의 무리들이 있다. 선거판에도 80년대의 용어만 어디서 엉터리로 읊어대는 무리들이 권력을 잡는다. 운동판에서도 마찬가지다. 진짜 운동권이라면 이 운동판에서 단상 위에 올라서서 마이크잡는 행위는 감히 하지 못할 것이다. 어안이 벙벙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을 잡지 못하기 때문에, 또 새로운 운동에서는  단상과 청중의 구별, 그 권위적인 구별이 사라져야 함을 알기 때문에.

 

그러나 수줍음 많고 소박한 참된 운동가들은 저 거짓 운동가들더러 단상에서 내려오라는 말을 감히 못한다. 너희들의 말에 진실이 없으며, 실정에도 맞지 않다는 말을 감히 못한다. 그러면서 신자유주의의 맹공앞에 지리멸렬된 진보세력의 운명에 가슴아파한다. 마치 자신이 가장 큰 책임자인양. 이틈을 놓치지 않고 저 가짜들이 외친다. "이럴때일수록 총공격, 총단결투쟁!" 저 선인들은 또 다시 그 말에 마지못해 앞장선다. 스스로의 역능을 계속 소모시켜가며. 그 대가로 저 가짜들은 연단에서 내려오지 않고 버틸 시간과 명분을 번다. 선인들이 지쳐 쓰러질때까지.


지금 민주대연합 이야기가 솔솔나오고 민주당, 민노총, 민노당이 김대중의 버럭질 한 마디에 슬금슬금 뭉치는 꼴을 보고 답답해서 해 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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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정변증법 | 2008/11/30 20:43 | 사회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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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FELIX at 2008/11/30 20:49
하지만 전 슨상님~♡ 모드중. 애초에 저는 좌파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안티 비지론도 딱한게 현실 정치에서는 민주당-민노당이 한통속이 되어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두 예가 17대, 18도 총선이지요. 열우당이 뜨니 민노당도 덩달아 뜨더니 민주당이 죽으니 민노당도 덩달아 죽더군요. 지난 5년간 그렇게 민주당을 까 댔는데도 아직도 국민 대다수에게 민주당=민노당입니다.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8/12/01 12:42
대중들은 그렇게 한통속으로 알고 있죠. 그런데 실상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각 전라도, 경상도의 기득권자들일 뿐. 다만 차이가 있다면 북한과의 대응 정도?
Commented by 보리밭 at 2008/11/30 22:10
비지론은 정말 큰 패악이죠. 노무현 덕분에 절실히 느꼈습니다. 저번 탈당 사태 때도 그랬지만 지금의 민노당은 꼴이 참 그렇습니다.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8/12/01 12:40
차별화를 하면 풍찬노숙을 감수해야 하고, 풀뿌리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걸 두려워하게 되니 자꾸 쉬운길로 가고, 그 댓가를 치루고 있는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일곱 혼돈 at 2008/11/30 23:02
지난 DJ-노통 치세 10년 동안 한국이 우경화에서 많이 벗어난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극우정당 한나라당은 총선만 하면 기본이 120석이죠.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것은 가카의 딸 그네꼬히메고요. 온건 우익인 민주당조차 열세인 우경화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민주당이 당장 붕괴한다고 그 표가 우리에게 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자민당처럼 1당 지배를 펼칠 확률이 더 높지요. 차라리 한나라당-민주당 양강 체제가 우리에겐 숨쉬기 편할 겁니다. 파고들 틈도 많고요.
Commented by 일곱 혼돈 at 2008/12/01 11:38
http://skynet.tistory.com/438
한겨레, 민노당, 진보신당, 그리고 영남 친노 분들에게도 썩 원하던 결과는 아니겠지만 좋건 싫건 간에 한국의 진보는 온건 우익-리버럴이건, 좌파 자유주의자건, 사민주의자건, 사회주의자건 어쨌든 호남과 민주당과 같은 배를 타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쩝.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8/12/01 12:46
민주당은 어느 정도 견인하면서 지평을 넓힐수 있는 연대대상으로 삼아야 했는데, 엔엘은 아예 그 밑으로 들어가 버렸고, 피디계열은 그냥 들이박기로 일관했던 게 참 아까운 일이죠
Commented by 아큐라 at 2008/12/01 18:56
김대중이 또 뭐라 했나보죠?

그건 뭐 알바 없구요. 전 80년대의 논리를 빙자하는 사람과 묵수하는 사람을 현실에서 쉽게 구분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논리의 선명성과 목소리 볼륨으로 승부하는 사람을 빙자하는 사람이라고 치부하게 되는데, 어떤 집단 안에서 이 사람들을 중심으로 주목구조가 이루어지고 권력의 얼개가 짜이는 건 다 옛 논리를 고수하는 사람들을 바탕으로 하는 거죠.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8/12/02 22:11
뭐라 했습니다. 음 빙자하는 사람과 묵수하는 사람들. 이번 전교조 위원장 후보들이 딱 그렇게 판이 짜지더군요
Commented by rdta at 2008/12/02 22:03
좌파 쪽에서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에서는 '민주당이 좌파지 뭘'

지못미 우리 민주당 ㅜ_ㅜ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8/12/02 22:10
민주당이 살길은 복지국가를 중심으로 한 유럽식 사민주의 정당으로 거듭나는 길입니다. 그렇게 되면 사실 민노당은 흡수될수밖에 없죠. 진보신당은 생태, 여성 등 신사회운동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즉, 유럽식 녹색당으로 가면 되고. 그럼 그림이 딱 잡힙니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누가 사민주의 정당의 깃발을 들 수 있을까요?
Commented by 라이히 at 2008/12/06 17:31
비지 찌게 먹고 싶다.....왕년 한민전전사들과 함께..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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