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31일
통화 스와프, 자화자찬, 논공행상?
눈부신 하루였다. 주가는 사상 최대폭으로 상승했고, 환율은 사상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이렇게 정신없이 변하는 상황을 축하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금은 놀란 가슴을 쓸어담을 수 있는 하루였다. 이러쿵 저러쿵 해도 좋은 영향이 된것만은 분명했다.
그런데 이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식들이 전해졌다. 바로 청와대의 자화자찬과 재정부와 한국은행간의 논공행상이었다.
청와대의 자화자찬은 이렇다. 1) 원래 미국은 AAA국가와만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기 때문에 안 하려고 했는데, 강만수가 얘기를 잘 해서 되었다. 2) 이것은 평소 이명박이 부시와 친분을 잘 다져 두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3) 따라서 이 모든 것은 그동안 서먹서먹했던 한미 공조를 복원한 현 정부의 공이다. 한국은행의 주장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2)와 3)을 부정하고 그것이 자기들의 여러가지 설득과 협상 덕분이라고 주장할 뿐이다.
참 우스운 인간들이다. 속절없이 떨어질때는 글로벌 위기탓이고, 올라갈때는 자기들 공이다. 100점이 30점까지 떨어졌는데, 이제 겨우 50점 유지할 수 있게 된걸 가지고 경축을 하고 있다. 하지만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럼, 과연 진짜 공치사 할만한지나 따져보자.
우선 1)부터 보자. 그렇다. 원래 미국은 AAA국가하고만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 그런데 겨우 A인 한국하고 통화 스와프를 하다니! 하지만 감격하기 전에 먼저 그만큼 미국이 배짱 튀기지 못할 처지로 전락한게 아닌가 생각해 봐야 한다. 하긴 항상 미국을 든든한 최강이라고 상수로 두는 이명박 정부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지만, 미국은 상수가 아니다. 미국도 변수다. 실제 이번에 미국은 한국 뿐 아니라 싱가포르, 브라질 등 여러 비AAA국가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그러니까 강만수야 말을 잘 하건 말건 미국은 신흥국가들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어떤 필연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흥국가와 통화스와프를 해야 한다면 그 서열은 어떻게 되겠는가? BRICs와 NICs말고 어디가 더 있겠는가? 그런데 BRICs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자기들끼리 비달러 경제권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즉 달러를 기축통화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안 그래도 엔화와 유로화의 도전이 거센 상태에서 미국은 달러경제권을 결사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브레턴우즈 체제 이래 생산기지에서 단지 소비국가로 전락한 미국이 버틸수 있는 유일한 힘은 국제결재수단인 달러를 찍어낸다는 것 외에는 없지 않은가? 그럼 BRICs중에서 브라질이라도, 그리고 NICs라도 잡아야 한다. 그런데 NICs중 대만과 홍콩은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럼 남은 두 나라는? 한국과 싱가포르다. 그래서 답이 나온거다. 그런데 공치사라니? 마치 봄가뭄이 심하던 터에 7월달에 비가오자 "내가 잘해서 비가 왔다"라고 공치사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미국이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다고? 그들은 원래 그렇다. 자기들이 해야하는 필연성이 있더라도 deal과정에서는 철저히 포커페이스로 일관한다. 그래서 최대한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 가는거다. 불리한 상황이라고 그걸 티를 퍽퍽 내면 쓰겠는가?
2) 따라서 이건 이명박과 부시의 친분과는 아무 상관 없으며, 그 동안 NICs의 선두주자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덕분인 것이다. 설사 대한민국이 비동맹중립국가라 할지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1조 달러의 무시무시한 달러를 가지고 있는 중국이 러시아랑 붙어서 미국을 생까기 시작하는 순간, 역시 합쳐서 1조달러를 지니고 있는 NICs를 끌어들일 미끼를 던져야만 했을터이니.
그렇다면 오히려 공치사 전에 협상 조건에 대해 좀 따져야 한다. 우리도 딱한 처지였지만, 미국도 무척 딱한 처지였다. 따라서 서로 약점을 감춘채 딜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 정권은 "미국이 딱한 처지, 미국의 위상이 흔들거리는 상황"이 있을수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언제나 굳건하게 성은을 내려주는 입장으로 본다. 그러니 마냥 고맙고, 미국이 이렇게 해 준게 다 우리를 특별히 생각해준 거라고 멋대로 생각하는 거다. 정말 기가 막힌다. 그러니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서 협상조건도 엉망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 협상조건이 공개되는 날 금융시장이 다시 개판될 가능성, 혹은 협상조건이 무어냐를 놓고 루머가 나돌면서 다시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우선 스와프의 기본은 원화를 미국에 주고, 그 만큼의 달러를 받아오는 것이다. 여기서 따질 것이 두가지다. (1) 그때 적용되는 환율이 얼마냐 (2) 나중에 되갚을때 이자는 어떻게 계산하는가?
이 형식은 미국은 원화를 한국은 달러를 동시에 빌리는 형식이다. 따라서 되갚을때 이자를 쳐준다. 한국이 미국에 달러를 되갚을때 쳐주는 이자는 공개되어 있다. 국제 기준인 리보금리 +@(3개월당 0.78%)다. 그런데 미국이 원화를 한국에 되돌려 줄때 쳐주는 이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게 문제인거다. 혹시 리보금리-@는 아닐까 걱정될 판이다. 하긴 리보금리에 준한다고 해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자, 정리하자.
1) 한미 통화 스와프가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건 인정해야 한다.
2) 그러나 이것은 한국정부의 노력의 결과라기 보다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을 지켜려고 하는 미국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크게 공치사할 거리가 못된다.
3) 도리어 이 협상의 상환조건 등이 감춰진 것이 석연치 않다. 이게 시장의 불안의 근원이 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 by | 2008/10/31 09:02 | 사회에 대해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어느정도 트이네요.